친구의 뒷모습 ⓒ박나리
ⓒ황수선화

<고현주의 꿈꾸는 카메라> 6 박나리, 황수선화

 

▲ 친구의 뒷모습 ⓒ박나리

눈, 코, 입 이 달려있는 얼굴은 마음먹기 따라 다양한 표정을 만들어낼 수 있지만

뒷모습은 타인에게 무심히 노출되는 또 다른 자신의 얼굴이기도 하다.
그래서 뒷모습은 대체로 솔직하다.

평소 무심하게 지나치는 친구들의 뒷모습을 찍기로 했다.

"표정 있는 뒷모습을 찾아서 찍어보자."
"샘! 어떻게 뒷모습에 표정이 있어요?"

뒷모습에도 표정이 있다는 말에 의아해하는 아이들.
반응은 당연하다.
대다수의 사람들도 자신이나 타인의 뒷모습에 크게 관심이 없이 살아간다.
뒷모습은 단순하다. 복잡한 디테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그저 몸의 한 공간이자 그 공간의 전체일 뿐이다.
그러다 문득 아버지의 뒷모습에서. 친구의 뒷모습에서
마주보며 나눈 표정이나 말보다 더 진실한 이야기를 들을 때가 있다.

"얼굴에 표정이 있지? 뒷모습도 또 하나의 얼굴이야. 잘 관찰해봐."

 

▲ ⓒ황수선화

친구들이 찍은 친구의 뒷모습이다.

뒷모습을 찍은 친구들의 사진 중 유독 눈에 들어오는 두 장의 사진이 있다.

요리실습이 끝난 후 마무리하는 친구의 뒷모습.
무언가 고민이 많아 보이는 친구의 뒷모습이다.
발랄하고 유쾌한 10대의 뒷모습에 외로움과 고민이 잔뜩 묻어있다.
그들도 같이 느끼고 있었다.

"친구의 뒷모습이 왠지 쓸쓸하고 고단해 보여요."

창문 너머로 렌즈를 통해 바라본 친구의 뒷모습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던 모양이다.

어떤 주제를 주면 처음에는 힘들어해도 곧 잘 찍곤 하는 이 아이들의 재기 발랄함,
시각의 발칙함이 이번에도 여지없이 빛났다.

사진은 관찰하는 도구다.
과학이자 예술이고 문학이자 음악이다.
사진 한 장에 시간의 상처와 시간의 영광이 다 함축되어져 있다.

사진은 현실의 단순한 기록이라기보다 사물과 사람을 바라보는 기준이다.

그들은 지금 여기,
자신의 시간의 상처를 사진으로 기록하는 중이다. /고현주

                       
   

사진가 고현주씨는 제주 서귀포에서 나고 자라 대학교에서 음악을 전공했습니다. 사진가인 삼촌덕분에 자연스레 ‘카메라’를 쥐게 됐고 2008년부터 안양소년원 아이들에게 사진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꿈꾸는 카메라>는 2011년 6월 8일부터 2012년 7월 19일까지 프레시안에서 연재됐던 것을 고현주 작가와 프레시안의 동의를 얻어 앞으로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마다 <제주의소리>에서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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