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左기자의 정치 비틀기] ‘세대교체론’, 내년 지방선거의 시대정신 될까

올해는 선거가 없는 해입니다. 하지만 지방정가는 벌써부터 1년 4개월 앞으로 다가온 6.4지방선거로 꿈틀대고 있습니다.
특히 제주사회를 쥐락펴락하는 도지사선거가 단연 화젭니다. 잠룡들은 이미 워밍업에 들어갔습니다.
도지사선거의 경우 현직 우근민 지사의 재출마 여부가 가장 큰 관심인 가운데 소위 ‘제주판 3金 시대’의 부활여부를 놓고 호사가들 사이에는 갑론을박이 한창입니다.
전조는 있었습니다. 지난 연말 끝난 제18대 대통령 선거를 통해 한물 간줄 알았던 김태환 전 지사가 몸값을 한껏 높였습니다.
이를 두고 혹자는 노병의 귀환(?)이라고 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제주판 3金 시대’ 부활의 신호탄이라고도 불렀습니다.
‘제주판 3김’이란 지난 20여년 제주사회를 쥐락펴락한 전·현직 지사 3명(우근민, 신구범, 김태환)을 일컫는 말입니다. 세 명 모두 공교롭게도 42년생 동갑입니다. 우리 나이로 치면 일흔둘. 적지 않은 나이입니다. 아니, 손자들 재롱을 보며 노년을 편히 쉬어야 할 때입니다.
그런 그들이 정치의 계절을 맞아 세간의 주목을 받는다는 게 아이러니 합니다. 물론 누가 뭐래도 한 시대를 풍미한 전·현직 지사들의 행보는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누군가는 이들을 가리켜 노익장(老益壯)이라고도 합니다. 노익장, 사전적 의미는 ‘나이가 들었어도 결코 젊은이다운 패기가 변하지 않고 오히려 굳건하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또 다른 누군가는 이를 ‘노욕’이라는 말로 뒤집기도 합니다.
정가에서는 현직인 우근민 지사의 출마를 사실상 기정사실로 받아들입니다. 알다시피 우 지사의 행보는 ‘광폭’ 그 자체입니다. 지난 1월 단행한 인사에서는 ‘민생시책추진단’이라는 별동대까지 만들었습니다. ‘선거용’이란 인사평이 대세였습니다.
그의 입 밖으로 다음 선거 출마를 공식화하지 않았을 뿐 다들 차기 도지사선거 출마를 기정사실로 여기는 이유입니다.
지난 연말 모 단체 송년행사에서 출마를 선언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습니다. 확인결과, 출마를 직접 거론한 건 아니고, 지방선거가 끝난 뒤에 치러지는 행사명을 거론하며 자신이 성공적으로 치러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는 겁니다. 출마 의지를 에둘러 표현한 정황증거(?)로 볼 수도 있다고 봅니다.
<제주의소리>가 설 명절을 앞둬 제주도의회 의원 4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무려 30명(73%)이 우 지사의 출마 가능성을 점치도 했습니다.
지난 대선 때 보여준 김태환 전 지사의 행보도 심상치 않습니다. 그는 새누리당 박근혜 캠프 조직총괄본부 부본부장 겸 제주특별자치도 지원특위위원장이란 명함을 들고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일조를 했습니다. 아직 죽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죠.
당내에서는 김 전 지사의 내년 도지사선거 출마 여부를 현직인 우근민 지사의 출마와 연관 짓는 시각이 많습니다. 결심만 하면 공천은 떼놓은 당상이라는 말까지 들립니다. 차세대 선두주자로 거론되던 3~4명의 후보들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 되는 셈이죠.
김 전 지사의 출마는 전제가 깔려 있습니다. 우 지사가 출마할 경우 동반 출격한다는 시나리옵니다. 역으로 우 지사가 출마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폐기 처분되겠죠.
하지만 이는 정치의 ‘정석’이 아닙니다. 상대방이 어떤 식으로 나오든 자신이 먼저여야 합니다. 우 지사의 출마 여부와 상관 없이 자신의 명확한 입장을 밝히는 게 도민에 대한 도리입니다. 출마할 생각이 없다면 먼저 ‘제주판 3김’ 시대의 종말을 고하는 것도 원로로서 내놓을 수 있는 카드일 수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남은 ‘3金’의 한 축인 신구범 전 지사는 어떨까요.
그 역시 지난해 ‘한·중FTA연구회’라는 단체를 만들면서 정치활동을 재개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불러일으킨 바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대선 전에 출범 기자회견을 하면서 그러한 오해는 더 커졌더랬습니다. 이에 대해 그는 정치적으로 획대 해석하는 것에 손사래를 쳤습니다.
당시 특정 후보 지지를 표방했던 ‘좋은 대통령 만들기…’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는 소문에 대해서는 “제안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전직 도지사가 나설 자리는 아니라는 생각에 정중히 거절했다”고 밝혔습니다.
결론적으로 얘기하자면 그는 현실 정치와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일전에 그는 기자에게 “지금은 우리가 나설 때가 아니”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정치에는 관심이 없다는 투였습니다.
시계를 3년 전으로 돌려봅니다.
2010년 6.2지방선거를 하루 앞둔 6월1일 강택상 전 제주시장과 김경택 전 JDC 이사장, 고계추 전 개발공사 사장이 기자회견을 갖습니다. 이들은 “제주판 3김 시대를 종식하고 미래로 전진해야 한다”는 ‘세대교체론’을 꺼냅니다. 당시 무소속 우근민 후보를 겨냥한 것이었죠.
이들이 주목을 받았던 건 이들의 이력 때문이었습니다. 강택상씨는 김태환 지사 체제에서 행정시장을 역임했고, 김경택씨는 우근민 지사와 정무부지사로 호흡을 맞췄습니다. 고계추씨는 신구범 지사 시절 농수축산국장을 지낸 ‘최측근’이었습니다.
이들은 당시 “지난 행정자치 20여년은 갈등과 분열의 시대였다. 행정지도자 몇 분이 자기 세력을 만들고 서로 내편 네 편으로 나뉘어 싸우는 동안 제주사회는 갈등의 골이 깊어졌고, 잘 살던 제주도는 도민소득과 경제자립도가 전국 최하위 권으로 전락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진정 제주가 변하고 새로운 제주를 준비하기 위해선 신·우·김 제주판 3김이 퇴장해야 하고, 이들의 퇴장 없이는 과거의 구악을 철폐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옛 주군들을 향해 일선에서 물러나라고 직격탄을 날린 것이죠.
<제주의소리>가 도의원들에게 ‘제주판 3김 시대’의 종식에 대한 견해를 물었더니, 41명 중 절반이 넘는 21명(51%)이 “반드시 종식돼야 한다”고 응답했습니다. 인위적인 세대교체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은 2명(5%) 뿐이었습니다.
지난 대선 정국을 뜨겁게 달궜던 ‘정치교체, 시대교체’ 아젠다는 이제 시대정신이 됐습니다. 1년 4개월 후에 치러질 제주도지사 선거를 비껴갈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입니다. 제주사회가 시대교체·세대교체의 무풍지대가 되지 말란 법은 더더욱 없습니다. 그것은 시대정신을 거스르는 것일 테니까요.
묻고 싶습니다. “왜 당신이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인물이 없는 게 아니라 인물을 키우지 않은 것은 아닐까요.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닙니다. 20년 넘게 제주사회를 쥐락펴락 하면서 다음 20년을 이끌어갈 차세대 리더들을 만들어내지 못한 것 역시 이들이 물어나야 할 이유가 되지는 않을까요.
유권자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미래로 나아가느냐, 마느냐는 선택 역시 유권자의 몫이니까요.<제주의소리>
<좌용철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