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주 칼럼> 탐라광장 조성, 사업 자체에 대해 신중하고 면밀한 검토부터 다시 해야

최근 tvN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할배'의 유럽편이 화제 속에 종영되었다. 나이가 70대 이상의 할배들인 이순재, 백일섭, 신구, 박근형이 유럽 배낭여행에서 겪게 되는 에피소드를 소재로 한 예능프로그램이 전국 5-10% 시청률을 보이면서 절찬리에 종영되었다. 필자도 개발과 환경 그리고 관광의 트렌드를 음미하고, 여행했던 옛 추억을 떠올리면서 7회 전편을 진지하게 보았다.

그중 필자로 하여금 관심을 갖게 했던 것은 198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스위스의 수도이자 베른 주의 주도인 베른시의 구 시가지에서 촬영된 주인공들의 관광모습과 이들의 베른 시가지에 대한 느낌에 대한 대화 내용이었다. 물론 필자가 (구)제주시 구도심 문제에 관심이 있었기에 더 집중할 수 있었음은 너무나 당연하다.

# 스위스 행정, 본래의 베른 구도심 재생·유지·관리를 관광자원화의 길로 생각하다

관광대국 스위스 베른의 경우 나지막한 스카이 나인이 형성된 구도심 전체가 스위스를 상징하는 고풍스럽고 스위스를 상징하는 관광지로 잘 보존·관리되고 있었다. 거기서는 탐라광장 조성을 상징하는 고층의 빌딩을 구축하는 새로운 사업구상과 연계시킬 수 있는 고층의 건물을 어디서도 발견할 수 없었다. 그런 공사구간도 카메라에 잡히지 않았다.

주로 화면에서는 베른 구도심을 환경 친화적이고 주거 지향적으로 만들어내기 위한 소위 지속가능한 개발로서의 도시재생사업위주의 도시개발이 추진되고 있는 상황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제주자치도의 개발정책의 경우와는 달리 스위스 정부나 베른 주정부가 베른 구도심지역을 신자유주의 경제논리에 따른 이윤극화를 위한 공간으로 삼아 막무가내로 개발하는 것자체를 부정하는 행정의 일관성은 깊은 인상을 심어 주었다.

게다가 그들은 스위스 또는 베른시의 본래의 모습, 즉, 본래의 주거환경, 도로환경, 자연환경 등을 가능하면 그대로 보존하면서 다만 그 본래 모습을 파과하지 않을 정도로 도시의 미관이나 주민들의 삶의 질 개선 등을 위하여 부분적으로 도시의 모습을 재생시키는 도시개발정책을 선호하고 있음을 확인시켜주었다.

# 제주자치도 행정 (구)제주시 구도심 개발만을 관광자원화의 길로 착각한다

tvN방송을 통해서 스위스 베른이 고풍스럽고 친환경적인 모습과 70대의 인기 탤런트들의 관광모습이 소개될  즈음에 주지하는 바와 같이 제주도에서는 임기가 채 1년도 남지 않은 70대 도지사가 야심차게 밀어 붙이는 탐라광장 기공식이 찬반논란 속에서 소개되었다.

그날 도지사는 휴양과 체험·교육이 어우러지는 새로운 관광벨트 구축을 통해서 침체된 구 제주시 구도심 활성화를 도모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하였다. 특히 이해당사자들과 탐라광장 조성에 대한 충분한 토론이나 도의회와의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한 상황에서도 그는 (구)제주시 동문로터리 주변지역을 집중·개발하여 탐라문화광장을 조성할 경우 구도심의 활성화 문제가 저절로 풀릴 것임은 물론 이 사업이 성공을 거둘 경우 제주관광의 대미를 장식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였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 탐라광장조성 사업은 현도지사의 임기가 훨씬 지난 2015년에 완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업비는 민간투자352억 원과 공적 자금490억 원 등 합하여 842억 원이 투자될 예정이다. 게다가 목표연도에는 광장 3개소와 공원 1개소는 물론 생태하천과 테마정원·세계음식테마거리 등의 조성을 예정하고 있다. 착공식에 이어 조만간에 산지천 생태복원 공사와 산지로 보행환경 개선공사가 이루어지고, 2014년부터는 각종 공연 광장과 설문대할망숲, 음악분수, 제주역사 길 조성사업 등을 본격 조성하는 사업을 전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탐라광장 조성 사업, 서두를 현안 전혀 아니다

어떻든 이 시점에서 필자가 우려하는 것은 과연 도지사가 넉살스럽게 차기 도지사의 기대 가능한 구도심 개발행정권한을 본의 아니게 무시하면서까지 탐라광장조성사업을 서둘러 추진할 필요가 있겠느냐 하는 점이다. 특히 이 사업을 추진하는데 요구되는 여건과 능력은 충분히 갖췄느냐 하는 문제 간과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에 그렇다.

알려진 바로는 중앙정부의 긴축기조의 재정운용정책이 예상되고 있고, 설상가상으로 제주자치도의 자주재원 확보여부가 예측을 불허하는 상황임에도 이를 무릅쓰고 사업에 소요되는 공공부문 예산확보 등을 포함하여 관련 사업비 조달 문제가 속 시원하게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업추진 착수는 어느 모로 보나 문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토지수용이 이루어진 부분을 포함하여 사업완공에 따라 소요될 보상예정액이 230억 원 정도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으나 현재 제주자치도의 가용재원은 85억 수준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민간투자를 끌어들여야 하는 상황은 더욱 심각한 것임에도 전혀 개의치 않고 일을 저질러 놓고 보는 상황이다.

민간투자 조달문제와 관련해서는 제주자치도가 예측을 불허하는 내년의 지방선거 정국상황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직 지금처럼 힘 있고 차기가 유력한 상황이 예견되는 도지사가 일방적으로 다른 사업을 위한 예산을 전용해서라도 막무가내로 사업비를 조달하여 도지사가 공공기반 시설에 쏟아 붓는 조치를 취하거나 아니면 시늉이라도 하기만 하면 민간투자가 쉽게 해결될 것으로 예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행정이 그런 선행조치를 취할 경우 사업계획상 예정된 세계음식점·전통음식거리·테마카페 등에 투자하고 싶은 자본가들이 줄을 설 것이고 그 결과 민간투자는 자연스럽게 저절로 이뤄질 것이라는 막연하면서도 옹골찬 기대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행정적 사고로는 기대가능할지 모르나 냉철한 자본가의 기업가 정신에 의하면 전혀 얼토당토하지 않을 듯 싶은 낭만적 스토리를 만들어 전후 사정을 무시하고 사업 추진을 독려하고 있다.

# 탐라광장 조성 사업, 반드시 순기능적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 사업이 완공되기만 하면 제주시 구도심전역이 도지사가 기대했던 대로 새로운 관광명소가 되어 탐라광장조성이 구도심 활성화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전혀 간단치 않아 보인다.

왜 이 시점에서 탐라광장 조성을 서둘러야 하는가 하는 것과 연계하여 생각하면 더욱 난망할 뿐이다. 물론 행정은 탐라문화광장을 조성하여 금산수원지·김만덕 객주터 그리고 오현단, 목관아지 등을 잇는 구도심 관광코스를 개발하기만 하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을 것이고, 덩달아 기대이상의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그렇지만 필자가 지난 8월 말경 목관아지나 오현단 등을 통해서 확인된 여러 정황들에 비추어 도민과 관광객들이 탐라광장을 여행하고 이와 연계된 관광지나 시설을 들러 볼 것이라는 기대를 하는 것은 전혀 쉽지 않음을 이실직고 하고 싶다.

필자의 경우 종전에도 목관아지나 오현단 등은 구도심의 한복판에 자리 잡고 있어서 제주시에서 여유 있을 때 가끔 매표하여 들어가곤 했다. 물론 갈 때 마다 과연 이들 지역 또는 시설이 공공관광지 또는 시설로서 제 기능을 하고 있느냐 하는 의문점을 가졌지만 그렇다.

이날의 느낌도 종전과 다르지 않았다. 폭염이 쏟아지는 8월 하순 목관아지 경내에서 나를 포함하여 몇 사람의 관광객이 서성이며 둘러보고 있었는데 우리를 반갑게 맞아 각 건물의 의미와 사연 등을 우리들에게 정중하게 소개하는 안내원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물론 제주자치도가 공급자로서 매표소에 몇 사람의 직원을 배치하여 관광지 또는 그런 시설이라고 지정하는 것은 행정의 선택의 자유이다.

그렇지만 제주자치도가 관광객을 무시하는 듯한 안이한 관광정책을 고수하는 한, 이들 관광지 또는 그런 시설의 경쟁력은 추락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그날 거기에 갔었던 사란들은 다시 그 자리에 서 있지 않을 것이고, 그곳을 다른 사람에게 추천하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상황을 이해하는 한, 이들 관광지 또는 그런 시설과 연계한 탐라광장조성 사업은 보나마나 실패를 예감하기에 충분하다고 예감할 수 있을 것이다. 즉, 관광객에게 제주관광지 또는 시설을 관광해도 좋다는 것을 충분히 알려주지 않으면서 ‘내키면 보고가라’식의 소위 놀부 심보의 관광행정이 지속되는 한, 탐라광장 사업의 성공을 학수고대하는 것은 나무에 올라 물고기를 구한다는 뜻(緣木求魚)), 즉 불가능한 일을 무리해서 굳이 하려는 것과 전혀 다르지 않다.

# 탐라광장조성 사업 자체에 신중하고 면밀한 검토 후에 추진함이 필요하다

필자의 관점에서 현재시점에서 도지사가 이 사업을 반드시 추진하여야 할 정도로 시급을 요하느냐 하는 것이냐고 묻는다면 현재의 제주자치도의 여건이나 능력에 비추어 전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더욱이 새 정부가 들어서서 치러지고 첨예한 공약실천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될 것이 분명한 내년 지방선거를 무릅쓰고 많은 예산이 소요되고 많은 시간을 요하는 공공시설 사업을 조기에 서두는 것은 행정상식에 벗어날 뿐만 아니라 어느 모로 보나 공정하고 타당한 행정의 처신이라고 평가받기에는 매우 역부족이라 할 수 있다. 

차제에 행정이 도민의 심사를 헤아려 아량을 보이고자 하는 경우라면 신중하고 면밀한 검토를 거치는 행정의 모범을 도민에게 보여주는 것이 도리가 아니가 한다. 아니면 사업의 시기를 내년 선거 이후로 새로운 도정에 의하여 새롭게 추진여부를 결정하도록 하는 것 또한 어쩌면 상식행정의 표본을 보여준다는 의미에서 도민으로부터 칭송받을 만한 일일 것이다.

반면에 이왕 시작한 것이니 알아서 하겠다고 하거나 탐라문화광장을 사업계획대로 조기에 조성할 경우 제주의 새로운 관광명소가 되어 구도심 활성화를 견인할 수 있을 것이니 옆에서 괜한 시비 걸지 말라고 능청부리는 것은 제주의 미래를 위해서 전혀 바람직한 도정의 처신은 아닐 것이다.

어떻든 제주개발행정을 둘러싼 현실은 제주자치도 스스로 직감하는 바와 같이 특히 이사업과 관련하여 제주자치도가 기대하는 것만큼 녹록치 않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어쩌면 도지사가 가고자 욕망하는 길은 계획서에 전문가들에 의하여 아름답게 그려진 모습보다 험악하고 가기 어려운 첩첩산중의 세 네 갈래의 길일 수 있다. 자칫하면 향도의 주관적 판단에 의하여 다수의 의견을 경청하지 않는 경우에는 오리무중에 빠져 헤어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점을 유념했으면 한다.

# 경우에 따라서는 탐라광장 조성사업 두고두고 후회할 블랙홀이 될 수도 있다

개인적 판단으로는 지금까지 제주개발행정이 구제주시 구도심 개발에 노심초사하면서 주민의 생업이나 삶의 질 개선들을 위하여 정책적으로 대안을 마련하여 실천에 옮기려고 부단히 노력해 왔다고 단언하고 싶지 않다. 더욱이 선거철마다 단골메뉴로 구도심 문제를 제기하곤 하였으나 언제나 공약(空約)으로 전락되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결론적으로 이 시점에서 누구도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현도지사가 차기도지사의 기대치로서의 개발권한을 제약할 수도 있는 상황을 직시하면서 왜 이 중차대한 사업을 밀어 붙여야 하는지를 속단하기 쉽지 않다. 더욱이 성공적으로 탐라광장 조성사업이 이루어질 경우 인근 주변지역의  다른 지역소재의 음식점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이고, 동문재래시장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지 등등 꼼꼼하게 따져보면 어느 하나 간단해 보이지 않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특히 개인적으로는 만약 기대했던 대로 탐라광장 조성사업이 마무리되고, 세계음식점 등이 정상적으로 들어설 경우 현재의 그 주변 상권의 한계상황에 비추어 그 파장은 전혀 간단하지 않을 수 있음을 직감하고 있다. 어쩌면 탐라광장조성 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될 경우 자칫하면 탐라광장 조성지역이 구제주시 전역의 상권을 흡수해버리는 이른바 ‘블랙홀(black hole)’현상이 발생할 개연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빈대를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꼴’이 될 수도 있다. 이 점이 탐라광장이 반드시 구도심 문제 해결의 유용한 열쇠가 될 수 없는 이유라고 단언하고 싶다.

▲ 백승주(행정·지방자치·지역개발·환경·협동조합전문가), C&C국토개발행정연구소 소장

8월말 산지천 주변지역 등을 둘러본 바에 비추어 경우에 따라서는 탐라광장을 조성하지 않고 주변지역을 다소 정리하고 정비할 경우, 게다가 평소 행정이 관심을 가지고 잘 관리를 잘 하기만 하면 구도심을 에코 빌리지(Eco-Village)로 가꾸어 나가는데 전혀 손색이 없을 수도 있다. 즉, 탐라광장 조성보다는 현재의 구도심을 적의 재생시키는 정도로 개발을 도모하고 여기에 생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적 배려를 강화해 나가는 것이 그 최적의 대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 백승주(행정·지방자치·지역개발·환경·협동조합전문가) C&C국토개발행정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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