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관광 최대 60% 급감..."중장기적으로는 제주관광 질적성장 기여"
다음달 1일부터 중국의 여유법(旅遊法)이 시행되면 제주를 찾는 단체관광객이 급감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제주관광의 체질 개선에 기여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여유법은 자국민을 싸구려 해외관광에서 보호한다는 취지로 제정됐으나 실제로는 국외 여행을 억제하고 자국내 여행을 활성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 법의 골자는 마이너스.덤핑 관광, 강압적인 쇼핑 유도, 옵션관광을 막는게 골자다.
가령 여행사의 경우 원가 이하의 비용으로 관광객을 유치할 수 없게 하고, 가이드가 관광객으로부터 수수료를 받지 못하게 함으로써 직접적으로는 중국 내 여행사가 큰 타격을 받게 됐다.
하지만 제주를 찾는 중국인의 상당수가 이같은 구조에 놓여있는 상황에서 중국인 관광객 급증세가 한풀 꺾일 것이란 점은 어느정도 예견됐다.
제주발전연구원 신동일 연구위원은 30일 내놓은 '중국의 여행법(여유법) 시행과 제주의 대응전략' 보고서에서 여유법 시행으로 중국인 해외여행 패키지 상품의 가격이 30~50% 올라 단체관광이 40~60%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2008년 17만명인 제주 방문 중국인은 지난해 처음으로 100만명을 돌파(108만4094명)했고, 올들어서도 7월말까지 100만명에 육박(95만명)할 정도로 제주관광의 최대 고객으로 자리잡았다.
신 연구위원은 여유법이 도내 소규모 여행사들의 영업수지를 악화시켜 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으로 전망했다. 상당수 여행사가 중국 또는 제주 밖의 대형여행사로부터 송객을 받고있는 현실을 감안했다.
이미 업계에선 중국인 1명을 데려오려고 현지 대형 여행사에 10만원 안팎의 인두세(人頭稅)를 낸 다는게 공공연한 비밀이다.
신 연구위원은 특히 자체 모객능력이 없는 상당수 여행사는 그동안 송객수수료 지불, 마이너스 관광에 따른 손실을 옵션관광으로 만회했으나 그런 행위를 금지한 여유법 때문에 다른 활로를 찾아야 하거나, 아니면 구조조정을 당할 판이라고 진단했다.
넘쳐나는 중국인 관광객들로 콧노래를 부르던 면세점은 단기적으로 타격을 받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안정을 찾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의 면세점이 중국의 면세점 보다 상품 종류가 다양하고 가격이 저렴한데다 중국인 관광객의 자발적인 쇼핑 수요가 크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제주에 진출한 대기업 계열의 면세점들은 중국인 관광객 증가세에 힘입어 50~60%의 매출 신장을 기록중이다.
여행사(가이드)가 유도했던 쇼핑매장이나 관광지는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했다. 홍삼, 화장품, 보석 상점 등이 그 중심에 놓여있다.
카지노 업계는 매출의 약 80%가 VIP에 의존하는 만큼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반적으로 관광업계는 이처럼 된서리를 맞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제주관광의 질적 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신 연구위원은 전망했다.
과거 내국인 관광의 변화 패턴이 그랬듯이 중국인관광객도 단체관광에서 개별관광으로 변화하고, 여유법은 그 변화의 속도를 배가할 것이므로 제주의 입장에선 위기이자 기회요인이라는 것이다.
또 그 과정에서 도내 여행사들의 자생력과 경쟁력 제고는 물론 중국인관광객들의 소비 패턴 다양화로 골목상권,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했다.
신 연구위원은 여유법 시행에 따른 제주관광의 대응전략으로 '여행사 육성 및 관리 조례'를 조속히 만들 것을 제안했다. 도내 여행사의 합리적인 구조조정을 유도하고, 경쟁력 있는 여행사를 집중 육성하자는 취지다.
프리미엄 브랜드 중심의 쇼핑인프라 확충 필요성도 제기했다. 여유법이 쇼핑강매, 쇼핑장소 지정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자발적이면서 취향에 맞는 쇼핑이 늘어날 것이란 판단에서다.
신 연구위원은 고품질 자유여행상품의 개발과 마케팅, 중국인관광객 수용태세 정비, 동남아시장 공략 강화 등 시장의 다변화를 아울러 주문했다.
중국은 2005년 5월 이후 해외여행에 관한 주요 법령인 '여행사조례'를 통해 규제를 완화한 이래 여행사가 급격하게 불어나면서 덤핑관광 등 불합리한 여행이 관행화되다시피 했다.
이런 흐름을 타고 민선5기 제주도정은 중국인관광객 유치에 열을 올려왔지만, 여유법 시행으로 양적성장 위주의 관광객 유치정책이 수술대에 오르게 됐다.
한국관광공사는 당초 올해 중국인관광객 유치 목표를 300만명으로 잡았었다. 8월말까지 중국인 130만464명이 제주를 다녀갔으니 국가적으로 볼 때 제주관광이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는 셈이다. <제주의소리>
<김성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