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경제와 관광포럼] 제54차 세미나서 송재호 전 원장 “대안적 제주발전론” 역설
거지·도둑·대문 없던 삼무(三無)의 공동체 섬 제주. 그러나 쪼개지고 갈라지고 조각조각 나뉘어져 있는 것이 제주의 현 주소. 행정도 기업도 대학도 이런 편가르기와 줄 세우기의 리더십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국제자유도시 제주가 새로운 천년으로 비상하기 위해선 지금의 ‘사분오열’을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는, 이른바 ‘협업의 리더십’이 절실하다는 쓴 소리가 나왔다.
장기판과 비유해 차 떼고 포 떼고 나면 제주가 과연 어떤 경쟁력을 갖는지 묻는 근본적 물음표다.

제주상공회의소(회장 현승탁), 제주특별자치도관광협회(회장 김영진), 삼성경제연구소(SERI, 소장 정기영)가 주최하고, 제주특별자치·제주은행·제주농협·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가 후원하는 ‘제54차 제주경제와관광포럼 세미나’가 21일 아침 7시 제주시내 그랜드호텔에서 열렸다.
이날 세미나는 송재호 전 한국문화관광연구원장(현 제주대 관광경영학 교수)이 강사로 나서 ‘지구촌시대, 대안적 제주발전론’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제주, '新 탐라시대'로 가고 있나?
송 교수는 이날 탐라국 개국신화에서부터 삼국·고려·조선 역사시대를 지나 근현대에 이르는 제주사(濟州史) 전반을 꿰뚫는 역사관과 제주의 미래 천년을 연계해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흥미진진한 강연을 펼쳤다.
송 교수는 “과거 해상교통시대의 탐라는 동아지중해의 강력한 해상왕국으로 살아왔다”며 “그러나 육상교통시대로 옮겨가면서 고려시대인 1105년에 고려에 복속됐지만 심화된 육상 중심의 조선시대에는 중죄인들의 유배지와 출륙금지령 등으로 폐쇄되고 소외되어 온 곳”이라고 제주의 과거를 되짚었다.
그러나 송 교수는 “항공통신교통시대인 20세기에 제주는 다시 새로운 역사를 맞았다”며 “제주의 감귤과 관광을 중심으로 한 통상시대가 찾아왔고, 제주의 물이라는 새로운 통상품목이 등장하면서 글로벌 통상시대를 열고 있다”면서 ‘신 탐라시대’의 가능성을 진단했다.
외국인 관광객 200만명, 관광객 1000만명 시대가 된 제주는 이제 명실상부한 글로벌 섬 국제관광지로 도약해 하와이·빌라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고, 실버·건강장수·IT 등 새로운 산업으로 지평을 넓혀가고 있다는 것.


편 가르기, 줄 세우기 '제주' … 대안적 리더십 절실
송 교수는 ‘그러나 우리는…’이라는 근본적 물음을 던졌다.
편 가르기, 줄 세우기 리더십 등의 시대착오적 구태로는, 전국 1%의 제주가 다시 쪼개져 ‘차 떼고 포 떼는’ 제주의 경쟁력으로는 미래 천년에서 낙오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비전 창출 과정에서 문제 해결과 갈등관리의 대안적 리더십이 절대 필요하다는 주문이기도 하다.
송 교수는 “지역사회가 탄탄한 협업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면서 “문화·교육·복지 등 지역사회의 협동적 실천과, 생태적 성장·창조적 발전을 위한 국내외 네트워크를 형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송 교수는 “공존과 공생, 공감의 사회생태시스템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제주의 미래 천년은 암울하고, 지역화·현지화를 이루지 못하면 제주(濟州. 건널 제, 고을 주)의 지명처럼 ‘건너온 사람들’이 지배하는 제주가 될수 있다”며 “오늘의 문제를 해결하는 협업의 리더십을 갖춘다면 제주의 자존과 자산을 잘 지켜낼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송재호 교수는 제주일고와 연세대를 졸업하고, 경기대에서 관광경영학 석사·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문화관광부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원장을 역임했고,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과 국가균형발전위원, UNESCO(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위원,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살기좋은지역만들기 특별위원, 한국콘텐츠진흥원 이사, 국립중앙박물관 운영자문위원 등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는 제주대학교 관광개발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제주지역경제연구센터 연구위원장을 맡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