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백훈, 사기(史記)로부터 배우는 인생> 道高益安(도고익안), 勢高益危(세고익위)

“도(道)란 높을수록 더욱 편하지만, 권세는 높을수록 더욱 위태롭다.” 道高益安(도고익안), 勢高益危(세고익위). 이 말은 『사기(史記)』 「일자열전(日者列傳)」에 나오는 글이다.

중국 전국시대 초나라의 대부 송충과 박사 가의가 시장에서 점을 치며 숨어 사는 사마계주(司馬季主)라는 현자를 찾아갔다가 질타를 받고 깨달음과 함께 탄식하며 내뱉은 말이다.

이들은 사마계주에게 “어떻게 이런 낮은 곳에 살면서 천한 일을 하십니까?”라고 하면서 자신들과 함께 조정에서 일을 해 보자는 권유를 하였다.

이에 대해 사마계주는 배를 움켜잡고 웃으면서 말했다.
“지금 공들이 어질다고 하는 것은 어떤 것입니까?”

두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높은 벼슬과 후한 봉록은, 세상 사람들이 높이 여기는 것이고,  어진 사람이 그와 같은 지위에 있게 됩니다.”

사마계주가 일갈한다.
“지금 말하는 어진 사람이란, 모두가 부끄러워해야 할 사람들입니다. 권세로 서로 끌어 들이고, 이익으로 서로 이끕니다. 도당을 만들어 올바른 사람을 배척함으로써, 높은 영예를 구하고,  나라의 봉록을 받고 있으면서, 사사로운 이익만을 꾀하며, 농민들을 착취합니다. 관직을 위세를 부리는 수단으로 삼고, 이익만을 찾아 포악하고 도리에 어긋나는 행동을 자행하고 있으니,  비유를 하자면 흰 칼날을 잡고서 사람들을 위협하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처음 벼슬에 나갔을 때에는, 교묘한 수단으로 실력을 두 배로 보이게 하고, 있지도 않은 공적을 꾸며서 말하며 임금을 기망하여 속입니다.  다른 사람의 윗자리에 있는 것을 좋게 여겨, 벼슬에 임명될 때 어진 사람에게 양보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공적을 말할 때에는 사실을 꾸며서 거짓을 보고하기도 하고,  없는 것을 있는 것처럼 하고, 적은 것을 많은 것으로 꾸미기도 하여, 자신에게 유리한 권세와 높은 지위를 구하고 있습니다"

"능력도 없으면서 관직에 앉아 위에서 주는, 봉록만을 탐하고,  어진 사람을 방해하고 있다면, 이것은 벼슬을 도둑질하는 것입니다. 도당을 거느리고 있는 자가 등용되고, 재물이 있는 자를 예우하는 것은, 이것은 거짓된 행위입니다.  공들께서만 유독 올빼미와 같은 소인과 봉황과 같은 군자가 함께 나르는 것을 보지 못했다고 하십니까? 군자가 물러나 세상에 나타나지 못하게 한 것은, 바로 공들과 같은 사람들입니다.”

“봉황은 제비나 참새와 함께 무리를 지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어진 사람은 어리석은 사람과 항렬을 함께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군자는 몸을 낮추어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살면서 무리를 피하고, 스스로 몸을 숨겨 사람을 피하며,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덕을 보여 주고 많은 재해를 제거하여, 사람들의 천성을 밝혀 주며, 윗사람을 돕고 아랫사람을 교화시켜, 그 공로와 이익이 많게 하지만, 자신의 높은 영예를 구하지는 않습니다. 그대들 공처럼 세속에 부화뇌동하는 무리가, 어찌 장자(長者)의 이치를 알겠습니까?”

이 말을 들은 송충과 가의는 망연자실하여, 얼굴이 창백해지고, 황급히 도망치듯 나왔다. 두 사람은 서로 스스로를 탄식하며 말했다.
“도(道)라고 하는 것은 높을수록 더욱 편하지만, 권세는 높을수록 더욱 위태롭다.”

  # 부끄러운 고위공직자 - 勢高益危(세고익위)

작년 송년회에서 우근민 제주도지사 지지 유도 발언으로 제주도민들을 속상하게 한 한동주 전 서귀포시장에 대한 검찰의 기소를 보면서, 시장이란 고위직이기에 그만큼 처벌이 상응한 결과를 보았을 때 이 사마천의 사기가 주는 교훈이 딱 들어맞는 것이다.

당사자 입장으로서는 엄청 곤혹스러움이리라! ‘자고 일어나 보니 유명해지긴 했는데(?), 추락하는 걸로 유명(?)하다니!’ 괴로웠을 정도가 충분히 헤아려 진다.

어찌 당사자만 괴로웠으랴? 전국적으로 보도된 이 사건에 대해서 서울에 있는 지인들이 지방선거와 관련해서는 서귀포시장 사건을 언급할 때마다 쑥스럽고 창피한 것이다. 도내외 할 것 없이 제주인들이 모두 괴로웠을 것이다.

본래 우리 제주인들은 척박한 자연환경에서도 삼무(三無)의 정신으로 공동체 문화를 만들어온 자랑스러운 전통문화를 가지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왜 이런 공직자의 우스꽝스런 일로 도민사회가 충격을 받아야만 하는가?

공직자들도 실수 할 수 있다. 신(神)이 아닌 이상 실수를 인정하고 처벌을 받겠다는 진정성이 있어야 하는데 언론사를 상대로 10억 소송을 냈다는 기사를 보고는 반성을 하지 못하는 처신에 그저 안쓰러울 뿐이다.

『논어』 「자장(子張)」 편에 “군자의 허물은 일식(日蝕)과 월식(月蝕) 같아서, 허물이 있을 때는 사람이 모두 보게 되고, 고쳤을 때는 사람이 모두 우러러보게 된다.” 라고 하였다. 공직자의 허물은 국민에게 저절로 보이게 된다는 것을 깨달은 자만이 공직을 맡아야 한다.

“중책을 맡으면, 책임도 무거워진다.” 임중자(任重者), 책역중(責亦重)이라는 자세를 지키지 못하는 공직자는 벼슬을 도둑질 한 것이라는 사마천의 주장을 경고로 삼아야 한다.
 
  # 언론의 용감한 보도- 道高益安(도고익안)

‘제주의소리’가 한동주 전 서귀포시장 발언을 단독 보도했다. 지방자치시대에 막강한 권한을 가진 도지사와 관련한 보도를 하면서 고민 많이 했을 것이다. 도지사 보다 더 막강한 존재인 국민을 저버리지 않은 보도는 무척 다행이다.  

 

▲ 신백훈 한국강사협회 제주지회장. 농협 전 제주본부장

언론의 보도는 도리(道理)에 따른 것으로 국민들에게 덕(德)을 베푼 것이 된다. 덕(德)은 도(道)가 높아져 나오는 것이다. 우리 공동체가 더 나은 선진사회로 가게 한 것이다. 그래서 더욱 편안하게 만드는데 기여한 것이다.

이번 사건으로 제주 공직자와 도민사회가 한층 성숙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우리 제주인들이 지방선거에 올바른 선택을 하도록 만들어준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道高益安(도고익안), 勢高益危(세고익위)” 교훈을 실천할 공직자를 선출하자! / 신백훈 한국강사협회 제주지회장. 농협 전 제주본부장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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