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개관 앞둔 제주항공우주박물관 직접 가보니...살림살이 자체해결 숙제

 

 ▲ 서귀포시 안덕면 신화역사공원 부지에 건설된 제주항공우주박물관이 24일 개관한다.

6년 만에 개장한 제주항공우주박물관(Jeju Aerospace Museum, 항공우주박물관)이 드디어 문을 연다. 4월 24일 정식 개관을 앞두고 사전에 실시된 도내 언론사 대상 팸투어는 항공우주박물관이 제주관광의 새로운 역할을 맡을 수 있을지 조금이나마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아시아 최고 수준이라는 자평을 아끼지 않은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의 설명처럼, 규모만 따져보면 32만 9838㎡(10만평) 부지에 지상 3층, 지하 1층 등 건축 연면적은 3만167㎡(9100평)에 달하며 상당한 수준을 자랑한다.

 ▲ 항공우주박물관에는 실제 항공기 35대가 전시돼 있다. 

 

 ▲ 공군갤러리에 전시된 군용물품.

여기에 교육과 즐거움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보겠다는 통 큰 목표를 가지고 1층  항공역사관, 2층 천문우주관, 테마체험관 등 개성 있는 구성을 내세웠다.

항공우주박물관에서 가장 눈에 띄는 콘텐츠는 실제 항공기 전시다. 공군이 제공한 35대 항공기는 실제 운영됐던 상당수 기종이 포함됐으며 북한에서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진 미그기, 세계 최초로 하늘을 날았던 라이트형제의 플라이어호 등을 갖추고 있어 보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 공중에 매달려 생동감 넘치는 비행기 전시공간.

 

 ▲ 전투기 내부를 확인할 수 있는 전시시설.

 

 ▲ 비행원리를 몸소 체험할 수 있는 비행원리체험관.

여기에 48가지가 넘는 작동모형으로 비행원리를 직접 이해할 수 있는 ‘How Things Fly’(비행원리체험관)는 세계 최대의 미국 스미소니언 항공우주박물관의 구조를 그대로 가져오며 눈길을 끌었다. 어린 아이들도 손쉽게 이해할 수 있는 설명과 몸을 사용하는 체험모형들은 20대 여자부터 40대 이상 남성 기자들까지 흥미를 느끼게 했다.

2층으로 올라가면 우주의 탄생 과정과 인류의 도전역사를 설명한 천문우주관이 자리 잡고 있다. 거대한 비행기가 압도하는 분위기가 1층 항공역사관이라면 2층은 차분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구성으로 느껴졌다. 어두운 조명 속에 자신의 별자리를 직접 하늘에 띄우는 프로그램이나 우주탐사 과정을 한 번에 둘러보는 스페이스 워크(Space Walk)는 유리 벽면으로 비추는 햇빛과 전투기가 어우러진 이전 공간과는 색다른 모습이었다.

실제크기 모형으로 전시된 화성 탐사로봇 ‘큐리오시티’와 각국의 우주음식은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는 요소로 충분했다.

 ▲ 2층 천문우주관 전경.

 

 ▲ 화성탐사로봇 큐리오시티와 같은 크기의 모형이 전시돼 있다.

 

 ▲ 우주식품.

고개를 돌려가며 관람을 이어가던 분위기는 2층 테마체험관에 들어서 다소 가라앉았다. 높이 5미터, 길이 50미터에 360도 대형스크린에서 펼쳐지는 5D영상은 분명 화려했지만, 성인들이 즐겁게 볼 수 있을 내용이냐고 물어본다면 선뜻 동의하기 어려웠다. 개인적으로는 유아, 혹은 저학년 어린이들이 즐겁게 볼 수 있을 정도라고 생각됐다. 나만의 외계인 캐릭터를 모양과 색을 입혀 제작하고, 3D 영상을 체험하는 시뮬레이터 시설 또한 마찬가지.

테마체험관을 둘러본 한 기자가 “시설은 최신식인데 나오는 내용은 구식으로 느껴진다”고 남긴 쓴말이 어색하지 않았다. 별자리 영상을 볼 수 있는 돔영상관을 기대했으나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설명에 아쉽게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 우주학습 프로그램 체험관. 

항공우주박물관을 건설하기 위해 투입된 사업비는 총 1150억원에 달한다. 엄청난 금액이다. 사업추진이 지지부진했던 신화역사공원 시설 가운데 가장 먼저 완성된 것이기에 사업비 만큼의 기대 또한 크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국비지원을 받는 대부분의 국립박물관과 달리 항공우주박물관은 JDC가 직접 운영함에 따라 자체수입으로 살림을 꾸려 나가야 한다. 공들여 선보인 박물관이 앞으로 가장 중요하게 고민해야 할 부분은 바로 운영 문제다.

공군과의 계약 조건 중 하나인 퇴역군인 채용 또한 현재 크게 대두되지 않았지만 풀어가야 할 숙제로 남아있어 앞으로 JDC의 고민이 커지게 됐다.

이러한 고민은 JDC 또한 인정하는 사안이다. 300명 수용 가능한 강당-세미나실과 110실 규모의 항공우주호텔, 캠프장은 다양한 수익모델을 창출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나 다름 없다.

비행기만 한 번 보고 가는 장소가 되지 않도록 재차 찾아가는 ‘볼 만한 곳’이란 평가를 얻기 위해서는 현재 구비된 전시 공간을 최대로 활용한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물관을 책임지고 이끌어갈 강승무 항공우주박물관처장 또한 “관람객의 만족도를 높이고 재방문이 이뤄질 수 있도록 다양하고 수준 높은 콘텐츠 개발과 교육-체험프로그램 발굴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으니 앞으로의 방향을 지켜볼 일이다.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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