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개발의 미래를 말하다> 현명한 자는 한 점 애착 없이 떠난다

# 벼슬은 번갈아 하게 마련이다

관필유체(官必有遞)하니 체이불경(遞而不驚)하고 실이불연(失而不戀)이면 민사경지의(民斯敬之矣)니라.

이 말은 1821년 경 정약용이 그의 저서 목민심서(牧民心書) 제12편 해관육조(解官六條) 체재(遞代)편에서 한 것이다. 말인즉, 관직에는 반드시 교체가 있기 마련이기에  설령 교체되더라도 놀라지 않고 관직을 잃어도 애착을 보이면서 연연하지 않고 의연하게 대처하면 후세의 백성들이 이를 추앙하고 존경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관직을 머슴살이 정도로 생각하는 현명한 목민관의 경우는 당연히 관아를 여관으로 생각하고 이른 아침에 떠나갈 것처럼  떠나갈 채비를 하고, 일찍이 한 점의 속된 애착(愛着)을 조금도 남겨둠이 없을 것”이라고 칭송했다.

반면 그는“천박한 지방관의 경우는 관아를 자기 집으로 여겨 오랫동안 관직을 누리려 생각하고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관직을 잃게 되면  놀라고 당황하여 큰 보물을 잃어버린 것처럼 어쩔 줄 몰라 하고 크고 작은 일에 애착을 보인다.”고 힐난했다. 

# 임기말 현도정의 개발상황 애착 안쓰럽다

최근 6·4 지방선거후 신화역사공원 부지내의 복합리조트 조성사업, 노형동 드림타원건설사업, 이호 유원지 개발 사업, 송악산 개발사업 등에 대한 논란이 모든 언론의 핫이슈로 부상해 있다.  관점에 따라 각자의 주장을 펴는 것이 가능할지 모르나 개인적으로는 이 모든 논란이 정치적으로 타협하여 끝날 일은 아니라는 점에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그럼에도 현재 드러난 문제들이 원만하게 해결되지 않는 한 이들 사업들이 제주개발의 모멘텀(momentum)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제주자치도나 도정이 강변하는 것은 현도지사의 위세를 늘어놓는 것과 전혀 다르지 않다.

어떤 경우이든 모든 논란과 도민의 원성 그리고 정치권의 엄포(?)를 무시하면서 도지사의 개별사업에 대한 인허가권 행사가 서둘러 비정상적으로 이루어진 후에 각 사업주체가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경우는 없어야 할 것이다. 설령 후임도지사의 능력이나 개발에 대한 식견이 모자란 듯하여 신뢰를 보낼 수 없을 지라도 현 도정은 한번 심사숙고하여 홀가분하게 대처함이 옳아 보인다.

# 현재의 논란 지난 세월의 적폐 반면교사 삼아 진정되어야 한다

돌이켜 보건대 현재와 같이 크고 작은 논란과 원성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상당수 도민의 반대를 무릅쓰고 졸속으로 일방적으로 밀어 붙인 결과 외형상 그럴듯하여 당시 도정의 치적으로 칭송되고 있는(?) 예컨대 4개 시·군폐지, 강정해군기지 건설사업, 세계7대 경관지정놀음 등에서 들어난 씻을 수 없는 적폐를 되돌아보면 전혀 간단해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이번 떠나는 도지사의 한줌 애착의 일환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행정적 조치들에 따른 결과 또한 종전의 적폐들에 비추어 제주개발이라는 차원에서 두고두고 후회하게 되는 볼썽사나운 일들이 될 것이고, 관련 논란은  떠나는 도지사의 은전으로 이루어지는 개별 사업시행에 따른 불확실한 악영향으로 지속적으로 확대 재생산될 수밖에 없을 듯하다.

모름지기 지방행정은 주민의,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행정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그것이 도지사의, 도지사에 의한, 도지사를 위한 것으로 둔갑되는 순간 모든 것은 수포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역사를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고 할 경우 도민 모두는 과거의 문제들을 현재의 눈으로 볼 수 있고, 현재의 논란 상황은 미래의 제주모습을 비쳐주는 거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될 개연성은 매우 높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정약용의 놀라운 예지(叡智)에 비추어 본다면  떠나는 도지사가 할일은 한 점 애착을 보이지 않고 임기를 마치려는 마음가짐을 가지는 것일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순리인 듯하고, 현명한 처신을 위한 방편이라고 보아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험에 비추어 어떤 경우이든 할 수 있다고 하여 모든 것 다 챙기는 것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 임기는 여건의 하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할 수 있을지라도 경우에 따라서는 내려놓을 줄 아는 것도 미덕으로 칭송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래의 제주자치도의 경쟁력 강화와 현재와 미래 도민 모두의 삶의 질 내지는 행복지수를 높이는데 후임자에 맡기는 것이 상책이라고 본다면 할 수 있을지라도 홀가분하게 내려놓는 따뜻한 도량을 보여주는 것이 미덕인 것이다.

 어쩌면 도민에 대한 마지막 봉사일지 모른다.  그 길이 경험에 비추어 선인들의 충고에 비추어 참 길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그렇지 않고 지금과 같이 도민들의 애간장을 녹이고 답답함을 토로케 하는 행태는 전혀 바람직하지 않고 추하게 보여 질 수 있기 때문이다.

# 현도정은 홀가분하게 겸양의 미덕을 보이며 떠났으면 한다

생각건대 이 논란이 와중에서 현도지사가 마무리하여 떠나고 싶은 일들은 모두 미래 제주개발과정에서 濟州島의 장점과 특성에 예측하기 어려운 악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는 점, 도민의 주거·생활환경이나 경제활동에 막대한 영향을 몰고 올 수 있다는 점, 도민중심의 책임행정의 구현이라는 점 등에서 간단히 정치적으로 타협하여 해결될 사안은 아니다. 

우선 논란을 무릅쓰고 막연히 결자해지를 내세워 일을 저질러 놓고 떠나는 것이 몹시 아쉬울지라도 모든 벼슬은 서로 번갈아 가면서 최선을 다하여 공익을 극대화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깨달게 되는 순간 홀가분해질 수 있기에 모든 것을 후임자에 맡겼으면 한다.

왜냐면 그 반대의 경우 일을 저질러 놓는 순간, 즉 관련사업에 대한 인·허가권 행사를 서두르는 시점부터 정약용의 말을 빌린다면 스스로 천박한 도정으로 기록되기를 원하는 행태와 다르지 않다. 더욱이 행정의 계속성 측면에서도 후대들은 현도지사의 처신을 옳게 평가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로 최근 유사사례로서 전국적인 이슈가 된 예컨대 자율형 사립고 재지정과 관련하여 현교육감들이 기본적인 재지정 절차만 이행하고 핵심적인 재지정권 행사 일체를 후임교육감들에게 넘긴 사례에 비추어서도 떠나는 도지사는 한 점 애착에서 벗어나길 학수고대한다.

셋째로 현도지사는 사업인허가권 남발을 재촉하거나 그 후속절차를 독려하기 보다는 겸양지덕(謙讓之德)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자신을 내세우거나 자랑하지 않는 태도로 일관하면서 후임도정에게 양보하거나 사양하는 후한 모습을 도민 앞에서 보여주었으면 한다.

물론 위의 사례의 경우 대다수 교육감들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진보적 이상을 실현하려는 후보들에 낙선되어 자율성 사립고에 대한 재검토여지가 거론되고 있지만 이들이 현명한 교육행정가로서의 옳고 현명한 처신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는 오늘 제주도정의 교체기에 즈음한 좋은 비교가 됨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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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승주(행정·지방자치·지역개발·환경·협동조합이론 전문가) C&C국토개발행정연구소 소장.
지난 4년여 동안 필자 또한  도정을 향하여 격한 어조로 줄기차게 막무가내로 쓴 비판의 소리를 쏟아 냈다. 이 칼럼을 쓰면서 문외한이고 별 볼일 없는 현학적인 필자의 고지식함을 이실직고 해본다. 크게 되돌아보게 한다. 잘된 치적들도 많았으나 언제나 무시하기 일쑤였음을 후회한다. 모든 처신에 대해서 용서를 구한다. “고생하셨습니다. 건강하십시오.”지사님. / 백승주(행정·지방자치·지역개발·환경·협동조합이론 전문가) C&C국토개발행정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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