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개발의 미래를 말하다> 중국 자본에 대한 허장성세와 침소봉대

제주개발은 우리나라가 본격적으로 산업화를 시작한 지 40년 만에 시작되었다. 구체적으로 제주개발은 1990년대 중반 시장경제로의 전환이 이루진 지 7년 만에 세계화를 기치로 하고 시장주의와 경쟁주의를 근간으로 하여 ‘제주국제자유도시’를 정상적으로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경제사적으로는 시장경제 경험이 일천했고, 산업구조가 주로 1차 산업 위주였기 때문에 개발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는 실제로 중앙정부와 도정의 결단이 우선되는 계획경제체제 하에서 행정의 결단에 의한 개발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다.

제주개발 초기 특별법에 의한 종합계획이 체계적으로 설계하여 계획된 것도 아니었고, 개발 목표치들은 주로 중앙정부나 도정의 희망사항을 강조하여 과대 포장된 희망치들로 채워졌다. 어쩌면 정치적 메시지 성격이 강한 것들을 채워 넣었다. 이들 사업을 완성하는 데는 물경 29조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추산되기도 하였다.

개발추진력을 발휘함에 있어서는 자율적인 시장경제 논리를 따라서 대처하기보다는 제도와 훈련된 관료에 의한 행정결정을 우선 적용하여 처리하는 행정만능주의를 선호하였다. 애당초부터 시장의 유용성이나 그 효율성을 믿었던 것도 아니었다. 국제화의 개념 또한 고려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시장경제를 제대로 이해하려고 부단히 노력하지도 않았다.

제주개발이라는 미명 하에서 오직 사람과 돈을 동원할 수 있는 도정이 주로 선택과 집중 전략을 구사하며 제주개발을 독려하기 일쑤였다. 그 결과 객관적으로 올바른 개발성과를 거둔 부분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도정은 특정 개발사업의 주체를 간택할 수 있었고, 역량이 입증되지 않은 국내외 기업이나 특정 개인에게까지 제도를 빌미삼아 지원과 특혜를 제공해서 사업을 성공으로 이끄는 수완을 보여줄 수 있는 전지전능함을 가질 수 있었다. 사업성이나 도부창출기여도 등은 특정인 개발 사업에 참여하는데 크게 좌우되지 않았다. 최근 비위사례들은 이런 과정에서 드러난 것들이다.

그동안 제도와 도정의 주관성에 절대 의존하는 제주개발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짐으로써 도민들은 보물섬에서 노다지를 캐는 광부가 되는 꿈을 꾸며 붕 떠버렸다. 제주정신이나 제주의 미풍양속보다는 한탕주의 풍조에 빠져들었고, 급기야는 고향의 집과 밭을 팔아 관광자영업 전선에 뛰어드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이런 무리수는 이들 중 성공한 사람들도 있으나 대다수는 외부 거대자본의 위세에 밀려 실패자로 전락되었다. 더욱이 이들이 빠져 나온 농어촌의 공동화가 심화되었고, 전반적인 지역경제는 점점 더 혼란과 무질서, 탐욕과 이기주의가 크게 판치는 상황으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최근 특별법 개정을 통한 행정권한 확대조치가 이루어졌다. 물론 난개발 조장, 불필요한 사업 투자 유인 등에 비추어 스스로 제주개발의 위기를 자초하는 핵심 원인자가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제주개발행정의 역할도 강화되었다. 특별법의 힘을 빌어서 개발계획을 수립하고 필요한 예산을 집행하는 것 외에도 토지비축 등을 명분으로 한 사유지의 공유화를 서둘러 개발사업자에게 특혜를 주는 것도 가능하게 되었다.

공공성 강화를 명분으로 내걸어 특정 사업을 위한 공기업 설립을 통하여 기업을 소유한 후 자기 사람인 전직 공직자 출신들을 마구 배치하여 취업 전선에 뛰어든 젊은이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데도 주저하지 않고 있다. 똑똑한 관료들은 전혀 복잡하지도 않은 지역산업구조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뻔히 알면서도 용역지상주의에 안주하여 자신의 위세를 보장하는데 급급해 하고 있다. 이 정도도 모자라서 최근 특별법 개정을 통하여 행정권한 확대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 서두르고 있다.

제주투자행정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똑똑한 관료가 중심이 되어 투자정책을 일사불란하게 추진하는 경우보다는 비선라인이나 도정 측근이라 할 수 있는 소위 ‘경험 많은 투자자문관’을 두어 투자 대상을 물색하여 도정에 진언하는 행태가 일반화되고 있다. 최근 투자자문관 비리사례를 이를 반증한다.

혹시 특정인이 개발사업과 관련하여 잘못된 선택을 할지라도 궁극적으로는 어떻게 해서든지 그를 잘되게 만들 수 있는 권한과 수단을 고려한 제도적 안정장치도 마련해 놓고 있다. 이런 예는 신화역사공원투자사례나 드림타원투자사례에서 유추해볼 수 있다. 특히 특정 개발 사업을 위한 특정 개발사업자를 선택하고, 성공적으로 개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환경과 조건을 만들어 주고, 모자라는 역량은 특혜와 보조로 매워줄 수 있는 신통방통한 제도적 안전장치들도 특별법개정을 통해서 확대 재생산되어 있다.

최근 제주개발이 내부적으로는 내홍을 겪으면서 밖으로는 불안한 국내외 정치·경제상황과 맞물리면서 비정상의 극치로 치닫고 있다. 강산이 변해도 한참 변해 있을 법한 시간이 상당히 흘렀음에도 뚜렷한 개발의 족적이 확연히 드러나지 않은 상황이 계속하여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에 대한 반전을 위한 새로운 전환점을 모색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도 아니다. 더욱이 새로운 도정입장에서 미래를 위하여 제주개발을 정상궤도로 진입시키고자 하는 차별할 수 있는 역동성이나 추진력을 보여주지도 않고 있다.

특히 2002년 이후 역대도정들이 야심찬 제주개발의 치적으로 알려져 있고, 조만간 그 개발성과가 드러날 것으로 예견되었던 대형프로젝트들의 미래 또한 아직은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개발과정이 이루어지고 있다. 즉, 중화권자본이 투자한 드림타워, 신화역사공원 복합리조트, 헬스케어타운 조성, 이호유원지개발사업 등의 경우 무슨 이유에서인지 아직도 세월아 네월아 하며 어는 것 하나 제대로 반듯하게 마무리되지 않고 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들 사업에 투자의향을 발표한 후 현재 제주도에 들어 온 중화권자본은 5800억 원 정도라는 사실이다. 

중화권자본에 의한 제주개발이 이 정도였음에도 그간 역대도정들은 중화권 자본이 넘쳐나 제주가 소위 ‘중국인의, 중국인에 의한, 중국인을 위한’ 중화천국으로 거듭 발전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하는데 국내외 언론을 동원하였다. 자신의 치적이나 재선을 위한 허장성세(虛張聲勢) 또는 침소봉대(針小棒大) 그 자체였던 것이다.

이들의 허장성세로 인하여 그 공과에 대하여는 후세들이 기록하겠지만, 이들의 공과에 대하여 굳이 말하면 우선 국내외 투기적 부동자금의 제주유입을 촉발시켰을 뿐만 아니라 제주부동산의 투기를 조장하여 제주도지역을 부동산 투기지역으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 둘째로 이들은 중국당국으로부터는 도박천국으로 낙인찍히는 수모를 당하게 만드는 계기를 마련했다. 셋째로는 이들은 도민들의 부를 창출해 주었다기보다는 이들 중 상당수를 어려운 농사일을 내동댕이치고  자영업 전선으로 내몰아 오히려 부를 탕진케 하는 잘못된 분위기 조성에 일조했다.

그렇다면 제주개발은 어떻게 가야 하는가? 투자유인정책은 어떻게 가야하는가? 쉽지 않은 이슈라고 본다.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앞으로 중국이 자국의 관광수지 개선을 위하여 제주도지역에 대한 공식루트를 통한 투자를 모색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 일본인 관광객의 급감하는 현상이 일반화 되고 있는 점, 제주와 충분히 경쟁할 수 있고, 경쟁력을 가진 국내외 관광자원이 속도를 더하여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는 점, 중국인에 의한 한국관광에 대한 선호도가 계속하여 그렇게 좋지 않은 점 등을 떠올려 보면, 중국인 관광객을 위한 중화권 자본의 제주지역 투자는 지금 시점에서 어느 정도 한계에 와 있다고 보는 것이 옳아 보인다.

더욱이 국내 유수기업들 또한 어느 정도 이미 제주에 투자를 하여 사업효과를 거두고 있어서 사내유보금이 남아돌고 있음에도 굳이 중국관광객 특수를 고려하여 제주에 대한 새로운 투자를 서둘지 않고 있는 점에서도 그런 감을 갖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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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승주 소장.
지금까지 드러난 허물들을 추스르는데 최선을 다하여야 함은 물론이고 도민들을 위한 새로운 대안을 마련해 나갈 필요가 있다. 새로운 진로를 탐색하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 백승주(행정·지방자치·지역개발·환경·협동조합이론 전문가) C&C국토개발행정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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