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를 품은 '위대한 사진가'의 눈은 언제나 제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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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유일의 샤머니즘 전문작가' 故 김수남 특별전 개막...친필서명 作-사진기 함께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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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남의 '전라도 씻김굿' ⓒ김수남 기념사업회

“삶과 죽음, 고통과 환희, 좌절과 희망, 이런 것들을 가장 극렬하고 감동적으로 보여주는 곳이 굿판일 것이다. 보호받아야 할 대상으로까지 변해버린 나의 신앙체계, 이것(굿)을 찍으며 하나의 증언, 하나의 기록이 될 수 있기를 꿈꾸었다.” (김수남의 1983년 저서 <한국의 굿>에서)

“아시아를 헤매 다니며 느낀 것은 전통문화, 사라져가는 문화가 아니라 살아있는 문화, 현재 문화의 세계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통이라는 단어의 허구성과 더불어 개성적인 문화, 고유한 문화를 생각하게 됐다.” (김수남의 1999년 저서 <살아있는 신화-ASIA>에서)

세상에 머무른 57년 동안, 제주·한국과 아시아 문화를 사진으로 담는데 온 힘을 바친 ‘사진쟁이’가 있었다. 일본, 중국, 미얀마 등 어디를 가도 늘 제주출신임을 자랑스러워하며 제주를 사랑한 고(故) 김수남 작가의 작품이 고향 제주에 왔다.

<김수남 특별전 - 極 끝없는 기억>이 13일 제주도립미술관에서 개막했다. 전시회는 3월27일까지 계속된다. 제주보다는 국내외에서 더 유명한 작가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무속(샤머니즘)에 대해 전문적으로 다룬 사진작가’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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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 행사 중인 인도 라다크 지역을 찾아 주민과 함께 한 김수남 작가(가운데). ⓒ김수남 기념사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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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 케랄라주의 떼이얌 제에서 신이 들린 무당(1991). ⓒ김수남 기념사업회

그는 1949년 제주시 한림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유년시절을 보내고 연세대학교, 동아일보를 거쳐 1985년부터 프리랜서 사진작가로 본격적으로 활동했다.

제주,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 오키나와, 대만, 필리핀, 중국 남부,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 스리랑카, 미얀마, 인도 북부 등 아시아 각국을 누비며 지역에 뿌리내린 고유한 문화를 카메라에 담았다. 이후 원주민 신년축제 촬영차 태국 치앙라이를 찾은 2006년 뇌출혈로 아쉽게 세상을 떠난다. 

그가 아시아 곳곳을 발로 뛰며 모은 사진은 무려 17만장에 달한다. 김수남이 단순한 사진가가 아닌 ‘아시아 문화인류학의 학술자료를 남긴 인물’로 평가받는 이유이기도 한다.

작가의 사진집 디자인을 맡은 바 있는 일본 최고의 디자이너 스기우라 고헤이(杉浦 康平)는 아시아 각지의 민간신앙, 생활문화를 다룬 작가의 사진에 대해 “한국인들에게뿐 아니라 아시아 각지의 사람들에게 깊은 공감과 감명을 불러일으킨다”고 극찬을 보낸 바 있다. 

현재 그의 필름 원본은 국립민속박물관에 보관 중이며, 디지털 전환 작업을 거친 사진 2300여점은 포털사이트 네이버 홈페이지(클릭)에서 무료로 만나볼 수 있다.

이번 도립미술관 전시회가 무엇보다 의미 있는 것은 작가의 친필서명이 남아있는 작품 54점 모두 전시되는 첫 행사이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서명 작품 일부가 서울 등에서 전시된 적은 있지만, 작가의 고향 제주에서 처음으로 모아졌다.

13일 도립미술관에서 열린 개막행사에는 작가의 가족뿐만 아니라 도내외 문화·예술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전시회의 의미를 되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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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남의 '일본 오키나와 해신제' ⓒ김수남 기념사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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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남의 '제주도 동김녕리의 신굿' ⓒ김수남 기념사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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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남의 '제주도 동김녕리의 신굿' ⓒ김수남 기념사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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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남의 '인도, 케랄라, 마을 최고의 수호신 간당가트 바가바디' ⓒ김수남 기념사업회.
부인 이희영 여사, 아들 김상훈 씨를 비롯해, 함께 현장을 누비며 현재는 김수남기념사업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인회 한국굿학회 회장, 작가에게 사진을 배운 백지순 다큐멘터리 사진가, 임돈희 동국대학교 석좌교수, 최상일 MBC 민요전문 PD, 황루시 관동대학교 교수, 문무병 제주전통문화연구소 이사장, 김봉오 제주문화원장, 박경훈 제주민예총 이사장, 김성명 국립제주박물관장, 원희룡 제주도지사 등이 함께했다.

원 지사는 축사에서 “김수남 선생은 제주와 아시아 문화의 뿌리를 사랑하셨고 나아가 혼을 찾으셨던 작가셨다. 앞으로 제주의 빛나는 정신으로 남으실 것”이라며 “많은 도민들이 작품을 관람하며 성공적인 전시회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희영 여사는 인삿말에서 “그 사람은 제주를 무척 사랑한 사람이었다. 제주사투리마저 자랑스러워할 만큼 뼈 속 깊이 제주사람”이었다고 운을 뗐다.

그녀는 “그의 모든 작품 활동의 시작은 제주였다. 굿 사진을 찍어도 제주도 굿과 무엇이 다르고 비슷하다, 멋진 경치를 봐도 제주와 비교했다. 모든 기준을 제주에 삼았다”고 회고했다.

또 “말 한마디 마다 제주 사랑이 담겨있었고, 고향 제주와 관련된 일을 할 때 가장 신나했다. 만약 살아있었다면 오늘 무척이나 신났을 것”이라며 입술을 깨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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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김수남 작가의 작품을 둘러보는 가족들과 원희룡 지사. 왼쪽부터 김상훈(김수남 아들), 김수운(손자), 이희영(부인), 김영남(형), 원희룡 지사, 박경훈 제주민예총 이사장.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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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남 작가가 살아있을 당시 사용했던 수첩. 그림까지 더해 해외 무속현장을 꼼꼼하게 적어놓은 모습이 인상적이다. ⓒ제주의소리

끝으로 이 여사는 “남편과는 생전에 ‘제주에 내려와 작은 갤러리를 열어 함께 여생을 보내자’고 계획을 세운 적이 있다. 지금은 이룰 수 없는 꿈이 됐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도립미술관에서 전시회를 열게 돼 꿈을 조금이나마 이룬 것 같다”며 전시회를 위해 도와준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전시회는 3월27일까지 계속된다. 전시기간 작품해설은 매일 오전 11시, 오후 3시에 진행된다.

문의: 제주도립미술관(064-710-4300)
김수남 작가 홈페이지: http://www.kimsoonam.com

“제주사람 김수남, 고향에 흔적 남겨졌으면”

[인터뷰] 제주 찾은 고 김수남 작가 부인 이희영 여사, 아들 김상훈씨
▲ 고 김수남 작가의 가족들은 남아있는 작품과 기록들이 작가의 고향 제주에 남아있길 희망했다. 오른쪽부터 김상훈(김수남 아들), 이희영(부인), 김인희 김수남기념사업회장, 백지순 사진작가(제자). ⓒ제주의소리
고 김수남 작가의 고향 제주를 찾은 부인 이희영(62), 아들 김상훈(37) 씨는 제주에서의 전시회를 손꼽아 기다렸다고 입을 모았다.

제주도립미술관은 2월 13일부터 3월 27일까지 <김수남 특별전 - 極 끝없는 기억> 전을 개최한다. 

제주 한림 출신의 작가는 많은 아시아 국가를 돌며 토속신앙, 고유문화를 찍은 사진 17만점을 남겨 ‘아시아의 참 모습을 담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3일 개막행사에 참여한 이희영 여사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남편은 제주를 참 사랑했다. 이렇게 멋진 전시회를 열게 돼서 고향이 우리 남편을 인정해줬다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좋다. 사실 ‘(제주에서 전시회를) 진작 열어야 되는데...’라는 생각으로 이 자리를 많이 기다렸다”고 소회를 밝혔다.

아들 김상훈 씨도 “아무리 작품이 많아도 유족들 손에만 남아있어 아무도 알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이런 전시를 통해 세상에 아버지의 작품이 알려지고 관심을 받으면 작품이 계속 생명력을 얻어가게 될 것”이라며 이번 특별전에 대한 애착을 숨기지 않았다.

도립미술관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회가 지금까지 국내외에서 열린 수많은 김수남 작가 전시회보다 의미가 있다고 평가받는 이유는, 유일하게 남아있는 친필서명 작품 54점과 생전 작가가 사용한 사진기 및 기록도 함께 전시되기 때문이다.

생전 작가가 찍은 17만점의 작품은 현재 국립민속박물관에 기증됐고, 서명 작품 및 수첩·원고 등은 유족들이 보관하고 있다.

유족들은 고향 제주를 너무나 사랑했던 고인의 뜻을 잘 알고 있기에, 이번 기회에 많은 도민들이 전시회를 찾아주길 바란다는 마음과 함께 김 작가의 흔적이 제주에 계속 남게 되길 진심으로 희망했다.

김상훈 씨는 “남아있는 아버지의 유품은 필요로 하는 곳에서 잘 활용될 수 있도록 사용할 생각이다. 그곳이 제주도라면 기꺼이 기탁할 마음이 있다”고 밝혔다.

이희영 여사도 “고향 분들이 ‘김수남이란 사람이 제주를 참 사랑했고, 세상에 의미 있는 일을 했구나'라고 기억해주길 바란다. 개인적으로 친필 사인 작품을 어느 곳에서 구입해 그 기금으로 남편처럼 고생했던 다큐멘터리 작가를 지원하는 계획을 생각한 적이 있는데, 그것이 제주도에 이뤄진다면 더 없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며 남편의 작품이 고향 제주에 남겨지길 바란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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