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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 칼럼] 제3차 방제에 즈음하여...'고군분투' 알지만 묻고 또 묻기를!

정성은 그대로이나 솔 향이 빠졌으니 맛에 취하고 향에 취한다는 추석의 대표적 계절음식 송편도 이제 제대로 음미하기는 당분간 틀려버렸다. 누가 감히 재선충병으로 벌겋게 변해버린 것도 모자라 살충제에 뒤범벅이 되어버린 솔잎을 따다가 송편을 쪄내겠는가?

제주도 소나무림이 재선충병으로 신음한지 벌써 삼년이다. 방제를 책임지고 있는 제주도정은 아직 방제의 세부계획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는 모양새인데 이제 고사목을 제거하는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재선충 방제를 시작해야 할 때가 왔으니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필자는 지난 1년간의 제주도 재선충 방제의 문제점을 돌아보고 보도자료를 통해 이미 제시된 제주도 재선충 방제본부의 방제 기본방향에 관해 몇가지 제언을 함으로써 미력이나마 금년도 재선충 방제 계획수립에 조력하고자 한다.

50만그루 제거하고도 마지막 3만그루 제거못해 실패...반면교사 삼아야

올해 재선충 방제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고사목 전량제거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남아있는 고사목은 재선충 및 매개충의 숙주목으로 작용하여 재선충병 전파에 결정적으로 기여하기 때문에 매개충이 우화를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전량제거 되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50여만그루를 제거하고도 마지막 3만 그루를 제거하지 못해 실패로 기록될 수 밖에 없는 제2차 재선충병 방제사업은 제주도 재선충 방제본부의 전략적 오류를 단적으로 웅변하는 것이다.

재선충 방제본부는 연구용역을 통해 정확한 고사목 예측에 공을 들이고 있는 모양이나 기후조건 등 환경적 요인에 민감한 재선충병의 특성을 고려할 때 한두해에 정확한 모델링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그간방제본부는 3차 방제기간 중 예상 고사목 수를 15만에서 20만으로 늘려잡더니 급기야 이번 주에는 29만그루로 조정 발표했으나 40만 그루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하는 필자의 생각에는 아직 턱없이 낮은 수치니 고사목 수가 얼마나 더 늘어날지 두고 볼 노릇이다.

방제본부도 근거를 가지고 예상치를 산정했겠으나 예상 고사목 수에 의존해 방제비와 인력을 배정하는 현 방제 프로토콜에 비추어 예상 고사목 산정에도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3만그루를 제거하지 못해 실패로 귀결된 올해 방제사업을 반면교사로 삼아 예상 최대치를 발표하고 그에 맞추어 방제전략을 짜라는 말이다.

붉게 물든 고내봉을 보라! 매개충 트랩도 섭식기엔 무용지물

올해 항공방제 불가지역이라는 명목하에 1천 ha에 이르는 광범위한 지역에 설치된 매개충 트랩도 2차 방제의 실패에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본다. 필자는 현재 사용 중인 트랩의 디자인이나 사용 페로몬제에도 의문이 많으나 그것을 차치하고서도 재선충병의 확산에 기여하는 섭식 기의 매개충에는 전혀 작용을 못할 뿐만 아니라 트랩 당 몇 마리 잡히지도 않는 낮은 효율로 매개충 밀도 감소에도 기여하지 못하는 매개충 트랩은 방제법으로는 무의미한 것이 아닌가?

더 큰 문제는 매개충 트랩을 설치한 지역은 트랩을 설치하였다고하여 살충제 살포 등 다른 방제방법은 아예 시행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이니 아닌게 아니라 매개충 트랩을 설치한 고내봉은 온 산이 붉게 물들어 이제 소나무 씨가 마르게 생겼다. 올해는 산림청 시범사업으로 지정되어 어쩔 수 없었다고 치더라도 3차 방제사업에도 이미 매개충 트랩 설치에 수억원의 예산이 책정되었다고 하니 제주 소나무 지킴이를 자처하는 제주도 재선충 방제본부의 방제 의지를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자원화를 목적으로 행해지는 고사목 파쇄도 검토가 필요하다. 현재 도 방제본부는 고사목 전량 파쇄를 목표로 일단 제거된 고사목을 파쇄업체에 무상공급하여 전량 파쇄하고 있다. 파쇄비라도 아끼자는 방재본부와 고사목의 자원화로 금전적 이익을 얻고자 하는 업체 간의 이해가 맞아 떨어진 결과다. 좋은 전략처럼 보이나 여기서의 문제는 소나무 재선충병 방제의 주요한 과정 중 하나인 파쇄과정과 파쇄목의 관리가 전혀 되고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현 시점까지 처리하지 못하고 여기저기 산더미처럼 쌓아놓은 파쇄목 더미를 보면 대체 방제본부는 무슨 생각을 하고있는지 도통 모르겠다.

산림청기준 초과 파쇄물은 거대한 재선충더미...소나무 공급 업체 엄선해야

산림청 권고 기준을 초과하여 생산된 파쇄산물에서는 매개충이 우화되어 나올 가능성이 있고 거대한 파쇄목 더미는 사실 거대한 재선충 더미가 될 수 있음을 필자도 경고한 바가 있다. 예컨데파쇄목 관리가 느슨한 울산의 경우 파쇄업체 위치에서 반경 3km 이내의 산림에 재선충 피해가 집중되고 있음이 지면을 통해 보도된 바도 있고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고 알려진 포항의 경우 파쇄장 내에 파쇄목을 보관하는 창고를 마련했을 뿐만 아니라 파쇄가 늦어지거나 매개충의 우화시기가 앞당겨지는 것을 고려해 고사목을 훈증 처리하고 파쇄하는 철저한 관리체계를 수립해 재선충병 완전방제에 다가가고 있다고 한다.

필자는 파쇄목 관리와 재선충병 확산에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음에 주목하고 있다. 제주도 재선충 방제본부도 파쇄목 관리의 세부기준을 마련하고 그 기준에 부합하는 업체에만 벌채된 소나무를 공급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제주도 방제본부는 3차 방제기간 동안 이른바 “모두베기”라는 전대미문의 방제법을 시행한다고 한다. 본래 모두베기라 함은 재선충병 감염 초기 산림에서 감염목 주위 일정 반경 이내의 소나무는 모두 제거하는 방법을 말하는데 재선충병을 조기에 차단시킬 수 있는 우수한 방제법이다. 그러나 제주도 방제본부의 설명에 따르면 제주에서 시행하고자 하는 모두베기는 재선충병 감염으로 50% 이상이 피해를 본 소나무림을 목재생산업체에 위탁하여 모든 소나무를 베어내고 여기에 다른 수종의 나무로 대체조림을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우선 시범사업으로 추진한다고 발표했으나 800 ha가 넘는 지역을 대상으로 사업비도 70억 넘게 배정하였으니 시범사업으로 보기에는 사업규모도 너무 크다.

감염목도 다 처리못하면서 멀쩡한 나무까지 모두베기? 신중에 신중 기하길...

목재생산업체야 소나무림 가장자리부터 차례로 소나무를 베어내면 되니 벌채한 소나무 하나를 위해 만들어야했던 임로개설비용 등 부대비용을 절약할 수 있고 작업의 효율성도 제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대량의 건강한 소나무를 확보할 수 있으니 주저없이 참여할 것이고, 여기에 대체조림을 하겠다니 식재될 나무를 공급할 업체도 좋아할 것 같기는 하나 필자는 재선충병이 이미 제주도 전역에 퍼져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방제법이 재선충 방제와 무슨 상관이 있는지 모르겠다. 또한 재선충병 방제라는 미명하에 감염목도 다 처리하지 못하면서 멀쩡한 소나무까지 모두 베어내겠다는 어불성설에 동의하기가 힘들다. 부디 신중히 결정하기를 바란다.

마치며…
필자는 제주도 재선충 방제본부가 재선충병으로부터 소나무림을 지켜내고자 고분분투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또한 과년도의 경험으로 부터 재선충병에 무지한 정책결정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에 대해서도 충분히 경험했으리라 본다. 재선충병은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임을 인식하고 새로운 정책결정을 위해서는 전문가를 찾아가 묻고 또 묻는 지혜가 필요하다. 대대로 천혜의 자연환경을 지켜온 선조를 욕보이는 결과를 낳아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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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 박사는 제주 토박이다. 제주사대부고를 졸업(5회)하고 서강대에서 생명과학을 전공했다. 미국 노틀데임대학교(University of Notre Dame)에서 신경생물학(Neuroscience)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세인트루이스 소재 워싱턴대학교(Washington University in ST. Louis) 의과대학에서 연구원으로도 활동했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서강대에서 연구교수를 지내고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제주대에서 연구교수로 지냈다. 2013년에는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일반연구자지원사업 수행으로 망막색소변성증 등 퇴행성 시신경 질환 발병에 관여하는 단백질의 역할을 밝혀내 전국적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이 논문은 유전학 분야의 국제학술지 플로스 제네틱스(PLoS Genetics) 2013년 6월6일자 온라인 판에 게재되기도 했다. 최근 2년간 세계재선충학회 등을 찾아다니면서 관련 논문과 특허 개발에 열중하고 이다. 2013년 8월에는 재선충 연구에 전념하기 위해 (주)유소를 설립해 운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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