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곶자왈의 눈물]②곶자왈 지반정리 후 쪼개기 성행...단속 한계 “사후처리도 못할 지경”

2000년 이후 제주에서 대규모 개발사업이 활발해지며 제주의 허파로 불리는 곶자왈 파괴가 가속화 되고 있다. 최근에는 땅값 상승을 노린 부동산 업자들의 불법행위로 곶자왈이 또 다시 위협받고 있다. 제주도는 곶자왈 보전을 위해 사유지를 매입하는 공유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곶자왈을 각종 개발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법제도적 장치는 미흡한 실정이다. <제주의소리>가 곶자왈 훼손 실태와 보존을 위한 방안을 세차례에 걸쳐 짚어 본다.<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난개발에 사라지는 제주의 허파 ‘곶자왈의 눈물’
②부동산 광풍에 무너지는 경계선 ‘신음하는 곶자왈’
③곶자왈 보전관리 한계... ‘법적 보호 지위’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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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 번영로 인근 조천곶자왈에 최근 도로가 조성됐다. 국유지인 폐도로에 도로가 개설되면서 곶자왈 훼손 논란이 일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제주시 조천읍 새미오름을 지나 표선방면으로 향하다보면 번영로 우측에 지도에는 없는 도로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발길은 안으로 옮기면 길다란 돌담길과 철조망이 보인다. 담 너머에는 잘려나간 나무들이 수북이 쌓였다. 땅을 1m 높이로 파헤쳐졌고 경계지에는 나무뿌리가 삐쳐 나왔다.

경계선 안에 살아남은 일부 나무들은 중장비에 긁힌 흔적이 역력했다. 그 주변으로 측량시 사용한 붉은색 말뚝도 보였다. 도로 군데군데 서 있는 소나무와 팽나무가 도드라져 보였다.

좀 더 안으로 들어가자 끝을 알 수 없는 비포장 도로가 펼쳐졌다. 조천 곶자왈을 관통해 다시 번영로로 이어지는 800m 길이의 돌길이다.

이곳은 지목상 도로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상 보전관리지역과 생산관리지역에 걸쳐 있다. 제주특별법상 경관보전지구 3등급, 생태계보전지구 3등급에도 포함돼 있다.

눈에 띄는 부분은 이 도로와 번영로 사이 땅이 최근 여러 필지로 쪼개졌다는 점이다. 자치경찰단은 현장 조사과정에서 이 도로가 주변 임야를 일부 침범한 것으로 판단했다.

도로 개설과정에서 임야가 훼손될 경우 산지관리법에 따라 처벌이 뒤따를 수 있다. 이 도로는 비법정도로에 해당돼 별도의 도로점용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다.

다만 국유지를 도로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국유재산사용수익허가를 받아야 한다. 자치경찰단은 사업자가 도로를 정비하는 과정에서 관련 절차를 이행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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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로를 만들기 위해 곶자왈 땅을 파내고 돌담을 쌓았다. 절단된 토지 사이로 곶자왈 자생 나무의 뿌리가 보인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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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 번영로 인근 조천곶자왈에 최근 도로가 조성됐다. 이도로는 약 800m 길이로 번영로와 다시 연결된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부동산 광풍이 이어지면서 제주의 허파인 곶자왈도 곳곳이 훼손되고 있다. 과거 대규모 개발에 따른 곶자왈 훼손이 많았다면 현재는 소규모 개발에 따른 훼손이 급증하고 있다.

김정순 곶자왈사람들 사무처장은 “개인 사업자들이 부동산 광풍속에 곶자왈을 야금야금 파헤치고 있다”며 “이미 영어교육도시 면적 이상의 곶자왈이 훼손됐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제주의소리>가 지난 2월18일 보도한 <부동산 호황에 피멍드는 '제주 허파'...곶자왈 파괴 ‘속수무책’> 기사와 관련해서도 자치경찰단의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

제주시 구좌읍 다랑쉬오름 인근에 위치한 이곳은 건축허가를 위한 도로정비 사업이 이뤄진 곳이다. 사업자는 지난 1월 제주시에 도로정비허가를 받고 20m의 도로를 뚫었다.

이곳은 제주특별법상 경관보전지구 3등급에 해당하는 세화곶자왈 지대에 자리잡고 있다. 도내 10개 곶자왈용암류 중 다랑쉬오름에서 분출한 용암이 흘러들어 형성된 곳이다.

진입도로를 내기 위해 건축주는 중장비를 동원해 곶자왈 주변 나무를 벌채하고 땅을 파헤치는 평탄화 작업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곶자왈 수종과 잡목 등이 잘려 나갔다.

자치경찰은 도로 안쪽 평탄화 작업이 이뤄진 임야 약 1만㎡가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작업이 이뤄졌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이 곳 역시 드넓은 임야가 최근 약 1000㎡씩 10여개 필지로 쪼개진 것이 특징이다. 자치경찰도 부동산 투자를 목적으로 곶자왈 지대를 임의로 훼손됐는지 여부를 확인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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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곶자왈에 도로가 생기면서 갖가지 나무들이 잘려 나갔다. 경계지에는 철조망도 설치돼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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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자치경찰단은 도로 개설 과정에서 주변 임야를 침범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지난 3월에는 제주시 조천읍 곶자왈지대인 동백동산에서 벌채허가 없이 임야 1590㎡의 나무를 무단으로 벌채한 60대 남성이 자치경찰에 입건되기도 했다.

이 남성은 수령 25년생 종가시나무와 상수리 나무, 때죽나무 등 나무 28그루를 기계톱으로 잘라 현장에 방치했다. 벌책 목적은 주택을 짓기 위해서였다.

이처럼 제주 곳곳에서 곶자왈이 훼손되고 있지만 제주도는 정확한 훼손 규모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곶자왈의 정확한 규모를 확인하기 위해 제주도는 국토연구원에 의뢰해 오는 2017년 2월까지 ‘곶자왈지대 실태조사 및 보전관리 방안 수립’ 용역을 진행중이다.

제주도는 제주특별법상 곶자왈 보전의무에 따라 용역을 진행하고 관련 자료는 최근 급증하는 곶자왈 개발행위를 제한하는 기초자료로 활용하기로 했다.

곶자왈 연구 용역에 참여한 정상배 박사는 “투기꾼들이 대놓고 불법을 저질러도 확인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불법 의심사례가 워낙 많아 사후처리도 불가능한 지경”이라고 말했다.

정 박사는 “현장을 직접 보지 않고서는 불법 여부에 대한 확인자체가 어렵다. 이마저 전문성이 뒷받침 돼야 가능하다”며 “곶자왈 보전을 위한 행정의 의지와 더불어 전문성 교육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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