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생활과 불평등, 브렉시트
전원생활과 불평등, 브렉시트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권영후 칼럼] 도시와 농촌이 다르게 바라보는 전원생활...브렉시트 결과 해석은?


베토벤의 교향곡 6번 ‘전원’은 시골에서 도착해 느낀 감정, 시골사람들의 모습, 목자들의 노래, 시냇가의 풍광이나 새소리, 천둥과 폭풍우 등 전원의 모습이 생생하게 묘사돼 있다. 귓병의 고통을 극복하고 자연에 대한 사랑이 담겨있는 이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당장이라도 도시를 떠나고픈 생각이 든다. 

전원으로 공간 이동을 꿈꾸고, 문학적 전통이 시작된 것은 도시가 형성되고 정치 경제 권력이 도시로 집중되기 시작한 기원전부터 시작됐다. 베르길리우스의 <목가>, 도연명의 <귀거래사>가 대표적인 전원문학 작품이다. 옛 사람들의 전원에 대한 동경은 자연과의 진정한 결합이나 전원에서 생존하는 대중의 생활과 직접 연계된 것은 아니다. 도시인들의 낯설고 이상적인 장소에 대한 상상과 일상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취향에서 비롯됐다. 도시에서 출세한 사람들 중에 귀향하거나 전쟁과 폭압정치 때문에 농촌으로 이주한 경우는 많았지만 목가적인 욕구보다는 도피성이 강했다. 농촌에서 농사를 짓는 농부나 가축을 기르는 목자들에게 전원은 낭만적이고 않았고 가난과 질병이 만연한 고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도시인만이 자연으로 둘러싸인 농촌을 전원으로 미화했다. ‘전원에서 살자’라는 구호는 도시의 번화한 생활과 과도한 소비문화를 누리면서 권태감에 빠진 사람들의 전유물이었던 셈이다. 전원생활이라는 이면에는 도시와 농촌, 문명화된 삶을 영위하는 도시인과 생존을 위한 삶의 터전인 것으로 여기는 농민과의 계층적 격차와 차별 갈등이 숨어있다. 도시에서도 ‘저녁이 있는 삶’을 소망하는 노동자와 중산층 이상 여유계층 간의 격차는 상존한다. 전원생활이라는 관점에서 도시의 부유층은 상상을 구현할 수 있지만 서민층의 생각은 비현실적일 수밖에 없다. 전원생활의 이면에는 인간의 영원한 숙제인 불평등이 자리 잡고 있다. 

인간의 삶에 있어 공간은 중립적으로 작용하지 않으며 계층에 따라 구분된다. 자본주의는 공간을 획일화시키려고 시도하지만 어느 공간이든지 차이와 차별은 항상 존재한다. 공간이 누구의 공간이냐에 따라 권력의 크기와 범위, 책임이 다르다. 공간은 소유하고픈 욕망, 소원이기 때문에 전원은 인간의 사고양식이 됐다. 도시와 전원으로 상징되는 농촌 사이의 양극화 현상은 심화되고 있다. 도시와 농촌 사이의 전원생활에 관한 입장 차이에서 드러난 불평등 구조는 바로 현재를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불평등 문제는 우리 사회가 당면한 최대 현안이다. 평등문제는 1789년 프랑스혁명을 계기로 서구 민주주의의 핵심 개념으로 등장, 수많은 논쟁과 갈등과정을 거쳤지만 여전히 미궁을 헤매고 있다.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준거틀이 될 수 있는 대표적인 이론은 존 롤스가 공리주의를 비판하고 제시한 <정의론>이다. 자유주의적 관점에서 자유와 평등, 효율과 형평 간의 균형에 대한 해법을 모색했다. 인간의 양도할 수 없는 기본적 자유에 대해 동등한 권리를 가져야 한다는 ‘자유의 원칙’, 사회적·경제적 불평등은 모든 사람에게 이익이 되리라는 것이 합당하게 기대되고, 모든 사람에게 개방된 직위와 직책에 결부돼야 한다는 ‘평등의 원칙’, 최소 수혜자에게 최대 이득이 돌아갈 수 있도록 분배하는 ‘차등의 원칙’이다. 

최근 브렉시트에 관한 영국 국민의 투표결과를 두고 다양한 분석과 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세계화, 이민자유화에 따른 민족주의와 지역 고립주의, 대영제국의 잃어버린 자부심, EU에 대한 분노, 엘리트층의 신뢰 추락과 포퓰리즘을 주요 원인으로 들지만 핵심은 신자유주의 세계화다. 신자유주의 시대의 불평등 현상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세계화만이 개방을 기조로 성장과 일자리를 보장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경쟁을 격화시켜 양극화를 낳는다. 세계화시대에 불평등은 갈수록 악화되는 경로를 밟을 수밖에 없는 숙명을 안고 있는 것이다. 노
178634_203987_0636.jpg
▲ 권영후 소통기획자.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동자, 농민 등 저소득 저교육에 고통 받는 사람들이 브렉시트에 찬성한 이유다. 

세계화를 주창하고 혜택을 받은 도시 엘리트 집단은 잔류를 희망했지만 소셜미디어의 장벽을 넘지 못했다. 전원생활을 꿈꾸고 현장과 유리된 자는 반대하고, 시골에 생존을 거는 자는 찬성한 것이 현실이다. 누가 현명한 판단을 한 것인지 일방적으로 결론을 내릴 일은 아니다. 전원생활의 꿈과 브렉시트는 불평등이 우리 공동체의 중차대한 과제임을 다시금 상기시켜 준다. 세계화와 불평등 문제를 조화롭게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가능한 일인가. / 권영후 소통기획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0 / 400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순 추천순 이 기사에 달린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