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사람 레코드> (92) Music / John Mi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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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bel - John Miles (1976).
Arco의 음악이 좋아서 그들에 대해서 찾아보니 이미 해체한 밴드다. 런던 출신의 3인조 밴드 Arco는 뜻이 활이다. 이 활은 무기가 되기도 하고 악기가 될 수도 있다. Arco는 활처럼 유연하게 휘어지면서 멜로디를 만드는 것 같다. 저공비행하는 경비행기 같다. 한동안 음악을 듣는 것조차 죄스러운 시간이 흘렀다. 9와 숫자들의 노래 ‘유예’나 들으며 짜부되어 있고 싶은데 세상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Arco의 ‘Happy new year'를 아무 생각 없이 듣다 센티멘털해져 옛날 영화나 찾아 보면 딱 좋은 토요일인데 광장으로 가야 한다. 지난 토요일에는 시위가 끝나고 타다 남은 촛불을 호주머니 속에 구겨넣고 제주소년블루스에 갔다. 그래도 우리가 토요일마다 만날 수 있게 됐다며 서로 웃었다. 신청곡 메모지에 노래 제목을 적고 음악이 흘러나오는 동안 정치 얘기를 하지 않아서 좋았다. 며칠 전에는 9와 숫자들이 새 노래 ‘싱가포르’를 냈다고 너무 좋다고 말하고 싶지만 참았다. 레너드 코헨이 숨을 거두었는데 며칠이 지나서야 그의 부고를 들었다. 슬퍼할 겨를도 없이. Arco의 노래 ‘Perfect world’에서 말하는 세상은 완벽한 세상이 아니라 완전한 세상이다. 노랫말 중에 ‘I just want a perfect world'라는 노랫말에서 알 수 있듯 ’난 그저 완전한 세상을 바랄 뿐이야’라고 노래한다. 세상은 완벽하게 흘러가지 않는다. 그래도 완전한 세상은 가능하다. 이 완전에 균열이 갈 때 우리는 음악으로도 성이 차지 않는다. 북극성이 별의 숙주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북극성이 사라지면 모든 별들이 사라지는 상상을 했다. 이 악몽의 숙주는 무엇일까. 배후를 걷어내지 않으면 끔찍한 장면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런 와중에도 음악을 듣고, 부부싸움을 하고, 시를 쓴다. 숨 좀 돌리고 음악을 튼다. 그래도 음악은 계속 흐른다. ‘그래도 삶은 계속 된다.’ 라는 말을 싫어했다. 상처가 치유되지 못한 채, 징벌이 이루어지 않은 채 살아가라는 강요로 들렸다. 그렇게 살아오니 이 모양 이 꼴이냐고 멱살을 잡아야 할 판이다. 그러므로 지금 내가 그래도 음악은 계속 흐른다, 라고 말하는 것은 비겁한 말인 것 같아 면이 서지 않는다. 그냥 청맹과니처럼 음악 얘기만 하려고 했는데 틀렸다. /현택훈(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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