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소리>가 최근 조명한 서귀포시 남원읍 태흥리 환해장성의 실태는 비지정 문화재들이 어떤 처지에 놓였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였다. 제주의 대표 방어유적이면서도 정작 보존·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제주의소리>는 환해장성이 위태로운 처지에 놓이게 된 배경과 앞으로의 해결 방안 등을 두 차례로 나눠 짚어봤다. [편집자 주]

[사각지대 놓인 제주 비지정문화재] (下) 기초조사도 안돼...실태파악 서둘러야

▲ 제주도지정 기념물인 곤을동 환해장성. 제주지역에는 총 10곳의 환해장성이 도 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지정되지 않은 환해장성의 수는 그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제주의소리

제주의 대표적인 방어유적으로 꼽히지만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환해장성. 당국의 종합적인 보호관리 청사진은 물론 기초조사조차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제주도감사위원회는 2015년 9월 공개한 ‘문화재 보수 및 관리실태 특정감사 결과’에서 제주도의 비지정문화재 관리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당시 감사위는 “비지정문화재는 지정문화재와 달리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있어 자연적인 유실과 더불어 계속되는 지역개발의 흐름 속에서 점차 훼손될 수 밖에 없으므로 체계적인 보호 관리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며 ‘비지정문화재 실태 파악과 지정 및 관리기준 마련’을 원희룡 제주도지사에게 요구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대표적인 방어유적 중 하나인 환해장성은 비지정문화재의 경우 지금까지 현황파악 조차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2015년 제주시가 연대, 봉수와 함께 환해장성 정비·활용 계획을 내놓기 위해 실시한 조사가 당국 차원의 유일한 시도였다. 그러나 이 조사에서 나온 환해장성은 ‘이미 알려진 곳을 모아놓은’ 정도이지, 제주 전역에 대한 종합적인 조사는 아니었다. 애초 연구용역비도 2000만원에 불과했다.

이후 서귀포시 지역에서도 당국 차원의 노력은 찾기 힘들었다.

작년 제주도가 단행한 조직개편이 문화재 관리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작년 7월 제주도는 조직개편을 실시하며 양 행정시가 담당하던 문화재 업무 대부분을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로 이관시켰다.

문화재와 향토유산 관리 전반은 제주도 세계유산본부가 담당하게 됐고, 문화재 관련 민원과 경미한 사항에 대한 허가 업무 정도가 행정시에 남게 됐다. 이렇게 되니 가까이서 현장을 지켜보고 지역주민들과 소통하는 창구는 양 행정시에 남았지만, 종합 보존 계획이나 관리 활용 방안은 제주도가 다루는 상황이 됐다.

문화재 업무 이원화가 오히려 문화재 보존에 대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접근을 막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한 행정시 공무원은 “비지정 문화재의 보존에 대한 지적이 나온 후에도 후속절차가 제대로 안되고 있는 게 맞다”며 “이원화 되면서 정리가 잘 안된 부분이 있다. 결국 관리에 키를 쥐고 있는 건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라고 말했다.

업무 이원화 때문에 웃지 못할 일도 발생하고 있다.

기자가 2015년 제주시가 실시한 ‘연대·봉수·환해장성 정비 활용 계획’ 연구보고서를 제공받을 수 있는 지 제주시 담당부서에 문의했더니 “작년 업무이관 과정에서 1부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유산본부가 가져갔다”는 답변이 돌아왔으나, 정작 세계유산본부는 “단 1부만 갖고 있어서 제공은 어렵다”고 했다. 디지털화된 자료도 없다고 했다.

결국 환해장성을 포함해 비지정 문화재 관리보전을 위해서는 제주특별자치도 차원의 의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재원 제주문화유산연구원장은 “당장 비지정문화재가 문화재로 지정이 안되더라도 관련 조례 등으로 일단 보호장치를 해놓아야 한다”며 “그런 다음 제주도 차원에서 비지정 문화재 관리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사라져가고 있는 유산들에 대한 목록화 작업이 중요하다”며 “1차적으로 전수조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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