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밥상 이야기> (42) 게웃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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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웃젓. ⓒ 김정숙

얼마나 맛이 있길래 ‘게웃젓은 애첩에게도 안 준다’는 말이 있을 정도란다. 게웃은 전복내장을 말한다. 전복내장으로만 담근 것이 아니라 전복 살도 같이 섞어 담근다. 내장으로만 담그거나 내장이 더 많이 들어가는 경우도 있어서 전복젓이라 하지 않고 게웃젓이라 했는지도 모르겠다.

맛도 맛이지만 얼마나 귀한 물건인가. 목숨을 걸고 비창을 들고, 열 길 물속을 들락거리며 잡아 올린 진상품이었다. 잡은 사람들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었던 괘씸하고 슬픈 존재가 전복이었다. 전복을 찌고 말려 숙복이라는 걸 만들다 보면 떼어낸 게웃이 남지 않았나싶다. 조개류가 다 그렇지만 전복도 껍데기와 이빨정도만 빼고 통째로 먹는다. 이빨도 그냥 먹었었지만 요즘사람들이 세심한 솜씨를 발휘하다보니 빼고 먹게 되는 거 같다.

젓갈은 바다 것들의 향연이다. 뭍에서 다시 만난 소금과 바다가 키워낸 육질이 서로 녹아들면서 맛과 향이 깊어진다. 시간의 배려 앞에서 거듭 태어나는 것이다. 그래서 젓갈은 적은 양으로도 음식의 맛을 더하고 입맛을 돋우는, 집안에 들여놓은 어머니의 바다가 된다.

전복은 양식기술의 발달로 요즘은 많이 접할 수 있다.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구이며 밥이며 된장찌개에 이르기까지 대중화 되고 있다. 고품격 단백질에다가 담백하고 깊은 맛, 적당히 꼬들꼬들한 듯 부드러운 육질을 가졌다.

전복을 손질하여 내장채로 얇게 저며 썰고 소금을 버무려 둔다. 그늘에서 서너 달 발효를 시키는데 소금의 양과 온도가 젓갈을 익히는 시간에 관여한다. 상온에 오래 보관하려면 짜야하는 것이고 속성으로 하려면 소금을 적게 하고 빨리 익혀 냉장보관 하면서 먹는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에는 당연히 저장성을 가져야 했으니 짜야만 했다.

짭쪼롬하게 담가놓고 양념으로만 써도 우월한 게웃젓의 명성은 알아줘야 한다. 속성으로 담글 때는 잘 발효된 게웃젓을 섞어 담그면 짠 맛도 줄이면서 맛도 보탤 수 있다. 여기에 성게를 조금 섞고 풋고추, 다진 마늘, 고춧가루 등으로 양념해서 숙성하면 밥 비비기 좋다. 입맛 떨어지고 바쁜 사람들을 위해 한 번 먹을 양만큼씩 소포장하여 냉동저장하면 편하다.

성게나 전복이나 비싼 것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하나씩 소포장해 놓고 계산해보면 그리 비싸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매끼 먹는 거 아니고 다양하게 먹는 걸 택하는 거니까.

날 잡아 하는 재미도 기다리며 기대하는 재미도 만드는 거다. 살다보면 뭘 사는 재미도 좋지만 만드는 재미는 더 좋다. 제가 만들 걸 누리는 재미는 더 더욱 좋다. 돈으로 사는 데 익숙해진 우리는 이제 느리게 사는 즐거움조차도 돈으로 살 수 없을까 궁리한다. 하지만 돈으로 산 즐거움은 짧고, 그 끝은 목마른 편이다. / 김정숙(시인)

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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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 시인은 제주시 애월읍 납읍리 출신이다. 2009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조부문에서 당선됐다. 시집으로 <나도바람꽃>을 펴냈다. 젊은시조문학회, 한국작가회의, 한국시조시인협회, 제주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30여년 동안 제주도농업기술원에서 일하다 2016년 2월 명퇴를 하고 서귀포시 남원읍 수망리에서 귤 농사를 짓고 있다. <제주의소리>에 ‘제주 밥상 이야기’를 통해 제주의 식문화를 감칠맛 나게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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