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비엔날레-탐라순담(耽羅巡談)] (43) 제주에서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 

제주비엔날레 2017 프로그램 중 하나인 ‘탐라순담’은 탐라 천년의 땅인 제주도의 여러 인물들과 함께 토크쇼·집담회·좌담회·잡담회·세미나·콜로키움·거리 발언 등 다종다양으로 제주의 현안과 의제에 대해 이야기(談)를 나누는 자리입니다. 누구나 주인공이자 손님이 될 수 있습니다.
오는 12월 31일까지 약 50회에 걸쳐 ‘제주 하간듸’(많은 곳)서 ‘제주 사름’(사람)이 ‘제주를 곧는’(말하는) 탐라순담이 열립니다. 제주 사회를 이루고 있는 각계각층의 인물들의 여러 담론 속에서 제주의 가치, 제주의 현안을 길어 올리고 사회적 예술로 대안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탐라순담[耽羅巡談] 마흔세 번째 순서는 엄마들의 ‘육아’ 이야기를 다뤘다.

지난 15일 오전 11시 제주 벤처마루 8층 회의실에서 제주에서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모여 ‘엄마로 산다는 것, 제주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을 주제로 마흔세 번째 탐라순담이 진행됐다. 

아이를 가진 순간부터 엄마들은 고민에 빠진다. 전업주부로 가사와 육아에 전념할 것인가? 휴직 기간이 끝나고 나면 다시 직장으로 돌아가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워킹맘이 될 것인가? 어느 쪽을 택하더라도 후회를 말끔히 털어내기는 어렵다. 

사회에서의 이름을 내려놓고 오로지 엄마로 산다는 것은 어떤 삶일까? 아이가 주는 기쁨도 커다랗지만 어떨 때에는 팔다리가 잘려나간 느낌이다. 출산 후 전업주부로 들어서면서 겪게 되는 정체성의 혼란도 감내해야 할 몫이다. 직장을 다니는 엄마의 고충도 결코 가볍지 않다.

아이가 커갈수록 육아에 드는 비용은 만만치 않아진다. 게다가 아이가 하나일 때는 부담이 아니었던 금액이더라도 둘, 셋씩 키우고 나면 별 거 아니던 비용이 모여 큰 부담을 안긴다. 부모의 경제적인 여유가 아이들의 교육에 미치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이 현실. 돈도 돈이지만 정보의 격차도 현실의 무게를 가중시킨다. 사교육 부담을 덜기 위한 프로그램도 결국 경제적인 여유와 정보량에 따라 좌우된다.

tlsd43.jpg

김태연 제주의소리 기자 
: 엄마로 사는데, 사회에서 경력 단절이라고 이름 붙이는 것이 옳은 것인가 생각하고 있다. 전업이든 혹은 일을 하고 있든 엄마로 산다는 것에 대해서 허심탄회 이야기하는 자리 가지고 싶어서 기획하게 되었다. 

안혜숙 (전업주부, 세 자녀 어머니) 
: 학교를 보면 다른 지역은 엄마들의 소리가 크지만 제주에선 을이다. 아이한테 다시 영향이 갈까봐 그런 것도 있고, 어떤 면에서 보면 빈부격차가 아이 교육에도 영향을 많이 미친다. 영어 방과후교실도 사라진다고 한다. 그럼 결국 학원으로 몰리는 건데, 우리 아이는 영어 학원으로 못가는 거다. ‘영어 못해’ 이렇게 된다. 다른 애들은 초등학교 3학년부터 하는데, 학원 보내서 2학년 겨울 방학부터 시작한다. 학원비가 국어보다 비싸다. 18~20만 원 정도이다. 아이가 2명, 3명이라면 엄청나게 열심히 일해서 한 달에 100만원에 벌었다고 해도 다 학원비로 들어가고 만다. 아이가 어릴 때는 모르다가 초등학교 들어가고 나면 현실이다. 학교 갈 때도 아이들에게 “엄마도 뚜벅이야. 두 다리로 다니는 11호 자가용이야. 운동도 하면서 건강도 챙기고 일석이조야. 헬스클럽 가서 돈 내고 운동하는 거 봐라”라고 하면서 강하게 키우는 부분이 있다. 

피아노 학원과 방과 후 교실을 보자. 학교 가서 피아노 교실 다닌 친구랑 학원에서 배운 친구가 점수가 차이 나게 된다. ‘개천에서 용 났다’는 말은 옛 말이다. 학원 하나씩 줄이는 고민을 하게 된다. 학원비가 50만원 나가는데 이 부분은 내가 가르치고, 수학은 내가수포자여서 안되고, 얘가 낫게 살려면 해줘야 되는데 이런저런 부분에서 생각 든다. 

학교의 전반적인 것도 가진 자와 못가진 자의 격차가 난다. 애가 셋이다. 
학교 들어가면서 경비 발생한다. 어린이집 다니고 7살까지는 기타 경비 나가다가 나중엔 태권도도 다녀야 하고 이렇다. 아들은 더 든다. 필수적으로 운동 다니고, 영어나 수학은 기본적으로 해야 학교에서 살아남는다고 생각한다. 어떤 애들은 바이올린도 한번 만져보기라도 하라고 방과 후 교실에 넣는다. 어떤 친구들은 실제로 사고, 정석으로 배우기도 한다. 어떨 사소한 것도 이거 사고, 저거 사고 이러면 한 명이 쓸 때는 와 닿지 않던 것도 두 명이 쓰면 학원경비 빠진 것을 보면 놀라게 된다. 엄마들이 “나는 정말 일하고 싶어. 나를 찾아야지” 이게 아니라 아이 학원비 벌어야하는 쪽이 된다.

이수정(전업주부, 두 자녀 어머니)
: 어릴 때는 기저귀값 벌러 간다. 

안혜숙 
: 열심히 벌어도 학원비로 빠진다. 제주도교육청에서 ‘들엄시민’이라는 프로그램을 하면 영어 학원 안보내도 된다고 한다. 그 돈 모아서 여행간 데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것도 돈이 든다. DVD 기계 등 사소한 것들 만나고 공유하고 한 달에 뭐 두 번은 가야되고 정말 힘든 사람은 먹고살기 힘들어서 모임도 못가고 노출되지 않는다. 돈을 잘 벌어서 원어민 교사를 붙여주는 것보다 못하더라도 어느 정도 체험하고 가서 공유하고 이게 또 따라줘야 한다. 대부분은 DVD를 산다. 월랑초에서는 들엄시민 안 해도 접근할 수 있게끔 DVD를 빌려준다. 옛날 컴퓨터도 된다고 하지만 현실은 그것도 없는 집도 있다. 취약한 가정의 아이들은 겨울에도 맨발로 학교에 온다. 집집마다 다 다르니깐 격차가 벌어진다. 아이에게 더 해주고 싶은데, 버스 노선이나 택시비가 없는 것도 있다. 엄마들 사이에서도 격차가 느껴진다. 교육청에서 하고 있는 ‘들엄시민’조차도 있는 어머니, 없는 어머니로 나뉜다. 선생님이 “앱에 영어 깔아도 되거든요” 설명해줘도 못 따라가는 엄마도 있다. 지역아동센터도 이용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정보싸움이 벌어진다. 살기 바빠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어머니들은 그런 정보들이 약하다.

김태연 
: 단순히 비용도 비용이지만 정보 격차가 그런 것들을 더 크게 만든다.

오연주(워킹맘, 한 자녀 어머니) 
: 아이 교육에 있어서 학교가 거점이 되는데 학교 홈페이지에 모든 정보를 모아놓으면 좋을 것 같다.

안혜숙 
: 학교에선 각 가정으로 공문을 보내준다. 그런데 바쁘면 공문도 못 보게 된다. 

오연주 
: 일대일로 밀착하지는 못해도 학교가 간단하게 접근할 수 있는 정보 창구가 된다면 좋겠다. 

안혜숙 
: 요즘에는 시험 점수 없이 상/중/하 점수로만 나온다. 바르고 고운 언어로 이야기 하면 ‘상’ 이런 식이다. 한번은 엄마들이 학교에 찾아왔다. 1학년인데 서술형 시험에 이런게 나왔다. ‘정글짐에서 친구 손을 밟았다. 뭐라고 말해야 할까?’ 사과를 하는 것을 서술형으로 쓰라고 한다. ‘미안해’라고 쓴 것은 정답이 아니다. 기분 상하지 않게 말해야 한다. 아무리 야무진 아이도 그 나이엔 맞춤법 틀릴 수도 있다. 

김태연 : 그것조차도 답이 정해져 있는 것 같다. 맥락은 아무것도 없고 그 답만 말하며 정답처럼 하는 것 같다. 

이수정
: 다른 지역과 비교해 제주는 아이 키우기 좋다. 접근성이 좋다. 놀이터, 도서관 접근성은 좋다. 서울은 정말 혁신학교나 자사고, 사립초 이렇게 눈에 보이는 편차가 심하다. 제주는 그나마 그 정도는 아니다. 눈에 보이는 실질적인 차별은 없다. 오대 광역시를 빼고 도청이 없는 일반 시 보다는 살기 편하다. 그렇지만 격차는 있다. 차가 없으면 살기 힘들다. 웬만하면 다 차타고 다닌다. 초등학교 앞에 걸린 현수막에 ‘우리는 걸어다닙니다’라고 할 정도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차타고 다니는데 익숙해져있다. 서울은 교통 접근성이 좋다. 차가 없어도 지장이 없다. 제주도는 거리는 가까이 있지만 차가 없이는 움직이기 힘들다. 

안혜숙 
: 교통이 너무 안 좋다. 옛날에 구 제주에서 신제주까지는 1시간 걸려본 적이 없다. 너무 변했다. 

이수정 
: 맞벌이하는데 차 없이는 동선이 안 나온다. 끝나고 아이 데리고 학원 픽업때문이라도 차를 안살 수 없다. 접근성이 안 좋다. 

오연주 
: 제주도가 다른 지역에 비해서 전업인 엄마들이 많다. 그 대신에 차도 많다. 

김태연 
: 동선뿐만 아니라 안전상의 이유로도 필요하다. 

이수정 
: 이사를 고려 중인데 유치원 차가 다니는 동네로 가고 싶다. 내가 아이를 픽업하면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 왔다갔다하는 시간을 차라리 나에게 투자하고 싶다. 대부분 여성들이 공부만 하다가 직업을 가졌고 결혼했다. 출산과 육아로 일을 안 하게 되는 게 국가적인 낭비라고 생각한다. 배운 것들, 재능들이 아이 픽업에 사용되는 점이 안타깝다. 그러나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초등학교가 빨리 끝난다고 학원만 돌릴 수는 없다.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것도 엄마의 마음이다.

안혜숙 
: 그 부분을 남편들은 엄마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을 같이 해도 엄마가 해야 된다는 부분이 크다. 육아 문제만큼은 엄마 몫이라고 한다.

오연주 
: 어린 아기가 ‘엄마’를 찾는 건 엄마밖에 못해서 엄마라고 하는 거다. 울 때도 자연스럽게 엄마를 찾는데, 이외에 엄마의 입장에서는 너무 어깨가 무겁다. 엄마에게 주어진 역할이 많다. 

안혜숙 
: 출산하며 하던 학원을 접었다. 아이를 생각하면 접는 것이 맞는데, 합리적으로는 그렇지만 놓여 지지 않는다. 첫 애가 엄청나게 소심하다. 당시 내 상황이 반영돼서 그런 거 같다. 아기는 태교할 때 그대로 간다. 그 때의 나의 컨디션, 마음이 똑같이 찍혀서 나온다고 보면 된다. 첫째에게 미안하면서도 잡게 된다. 둘째 아이는 대책 없이 용감하다. 어떤 상황에서도 당당하다. 첫째는 한스럽고 둘째는 용기 그 자체 덩어리이다. 

오연주 
: 아이의 어떤 면이 ‘내가 태교를 못해서 그래’ 엄마 탓을 할 때가 있다. 

안혜숙 
: ‘이게 태교다’ 하는 태교가 있고, 삶 자체가 태교 인 것도 있다. 내가 생활하는 그 자체다. 음식은 이것 먹고, 실뜨기 해야지 그렇게 마음먹고 정한 것만 태교라고 생각한다. 정말 훌륭하게 태교를 했다는 엄마가 있는데, 아이 성격이 너무 깐깐하다. 살기 바빠서 태교를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낳은 아이가 성격이 더 좋다. 부모가 스승이다. 부모가 뭘 가르쳐줘서 그런 것이 아니라 부모가 하는 행동 그 자체를 보고 배운다. 

들엄시민하면서도 느낀다. 어떤 어머니는 ‘영상에 자막 없애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 룰은 없다. 어떤 어머니는 본인이 다 아는 것처럼 레벨이 다르다고 스스로 말하기도 한다. 그룹이 나눠진다. 끼리끼리 ‘브런치 먹으러 가야지’ 하는 그룹이 있다. 경제적으로는 부족하지만 최대한 노력하는 그룹들도 있다. 

이수정 : 내가 어릴 적엔 치마바람이라는 게 유난이었는데 요즘엔 보편화되어서 오히려 그런 부분에 신경을 안 쓰는 엄마가 눈에 띈다. 

안헤숙 
: 요즘 제일 반가운 소식은 고교 무상화이다. 가장 필요하고 반갑다. 아는 친구가 결혼 늦게 해서데 아들이 이제 고등학생이다. 통장에서 돈 빠지는 게 중학교와는 달라졌다고 한다. 해본 적도 없는데 귤 따러 다니고 그런다. 아무것도 아닌 금액같지만 서민들에게는 그렇지 않다. 
그런데 대학을 육지로 갈 경우 장단점이 있다. 

김태연 
: 육지 사람들은 교육 때문에 제주 온다고 한다. 제주도 사람들은 육지로 대학을 보낸다.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 

안혜숙 
: 중국인들 때문에 신제주가 난리 났다. 공중도덕이라는 것이 없다. 오죽하면 어느 사우나는 중국인 출입을 금지한다. 박물관에 가면 전시품들을 다 뜯는다. 펜션 벽에 있는 드라이기 선 까지 가져간다. 이런 분위기에 아이들을 내보내면 큰일 나겠다는 생각이 든다. 
중국은 출생신고도 안한다, 어떻게 사라져도 모른다고 한다. 여기서 살다가 문제가 생겨도 이상이 없다. 신광초 부근에서는 부모들이 중국인들 때문에 공포감에 시달렸다. 

김태연 
: 이런 상황들이 교육 환경에도 영향을 미치는 줄 몰랐다.

이수정 
: 바오젠 거리에서 가게를 하거나 일을 하는 중국인들의 자녀가 신광초등학교나 신제주초등학교로 간다고 들었다. 조금 커서 오는 아이들은 한국말이 서툴다. 이런 부분에서 아이들 사이에서도 벽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반대로 바오젠 거리에 가면 우리가 관광객이다. 중국어 써야 한다. 한국인들에겐 안 팔아준다. 

안혜숙 
: 일상에서 겪어보니 보통이 아니다. 공중도덕 개념 자체가 없다. 커다란 유모차를 버스 막 쑤셔넣으려고 하니 정차된 차량이 계속 지체되고 주변 도로가 마비가 된다. 대중교통도 전용버스처럼 쓴다. 제주도 사는 사람들이 너무 불편해 졌다. 원주민은 살기가 불편해졌다. 어딜 가나 중국인이 있다.

김태연 
: 제주가 관광지화 되다 보니 도민들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런데 개인에게 책임을 미룬다. 성당 살인 사건도 그렇고, 개인이 조심해야 할 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안혜숙 
: 안된다고 하니깐 복비 주면서 다른 사람 명의로 대리 구매하는 등 요번에 실화인데 모텔을 중국인이 샀다. 숙박하러 가니깐 15만원에서 30만원 달라고 한다. 살 때는 중국인 20억 짜리 건물을 40억에 준다. 제주도 사람은 너무 많이 주니깐. 중국화 되면 우리 것은 살 수가 없게 된다. 많은 돈 줘도 사지 못하게 된다. 

이수정 
: 일본인이 하와이에 살면서 건물 임대료를 비싸게 책정해 준다. 건물주 입장에서는 횡재하는 거다. 그러다가 나가버린다고 통보를 한다. 세입자가 빠져나가면 건물주는 손해를 보게 된다고 생각한다. 그럼 이 일본인들은 건물을 헐값에 팔라고 거래를 한다.

안혜숙 
: 서귀포 휴애리에 타운하우스가 들어섰는데 길을 이용하지 못하게 한다. 사유지라서 그렇다. 너무 황당했다.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데. 외지인들이 들어오면서 더 빈부격차를 조장하고 있다.

전업주부가 되면서 자존감이 많이 떨어졌다. 일을 하고 싶은데 뜻대로 되지 않는다. 실제로 시장이 좁다. 그 때는 일도 하고 싶고, 애도 키우고 싶은데 육아와 병행할 수 있는 곳은 없다. 경력 단절 여성들을 위한 교육도 있지만 크게 효과는 없다. 내가 아이 키우면서 하는 일할 곳이 없다. 주변에선 아이 클 때 까지는 참으라고 한다. 1명은 참아도, 2,3명은 힘들다. 기간이 너무 길어진다. 결국엔 엄마만 스트레스 받게 된다. 나도 막내만 어린이집 가면 탈출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임산부 교실이나 엄마 교실 이런 저런 행사는 많다. 그러나 엄마들이 일을 할 수 있는 곳은 얼마 없다. 

김태연 
: 최근에 결혼하면서 선배 유부녀들에게 여러 조언을 듣는다.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일하는 엄마는 내가 그 때 일을 그만두고 아이를 키우는데 전념할 걸 그랬다고 후회를 한다. 그런데 전업주부는 일 그만 두지 않았다면 내 이름을 잃어버리지 않고 살았을 텐데 후회를 한다. 결국 어느 쪽이든 후회를 한다. 앞으로 어쩌면 좋을지 고민이다.

이수정 
: 전업주부가 되면서 생각했다. 전업주부가 되기로 한 것은 내가 스스로 결정을 한 것이다. 아이를 낳고도 일을 구할 수도 있었고, 다른 직업을 준비할 수도 있지만 그걸 하지 않고 전업주부의 길을 택한 것이다. 그럼 내가 할 일은 우리 아이들의 밥을 챙기는 것, 신랑 챙겨주는 것, 집을 청소하는 것이 주된 일이다, 밥을 하는 것이 전업주부의 가장 큰 일이다. 엄마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밥이다. 나는 그게 정말 힘들다. 내가 택했지만, 너무 힘들다. 잘하지도 못해서 힘들다. 전업주부가 되고 나서 신랑이 바라는 것은 점점 커진다. 

김태연 
: 회사는 퇴근을 하지만 집안일은 퇴근이 없다. 오죽하면 요즘 회사에 출근하는 부모들이 ‘육아퇴근’이라고 하겠나.

오연주 
: 나는 워킹맘이다. 복직하고 좋은 게 마음대로 화장실 가는 것과 편의점 가고 싶을 때 가는 게 행복하다. 집에 가서 본인의 집에 내 시간과 에너지 한정적인데 하려고 하니깐 버거웠다. 돈을 벌러 가는 대신에 같이 있어주지 못한 것을 물질적인 것으로 보상하려고 하는 면모도 있다. 어린이집 정규 시간이 끝나 통합보육을 할 시간에 데리러 가는데 엄마가 늦게 오면 아이가 동동 기다리고 있다. 누가 오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몇 번을 고개를 돌렸을 생각을 하니 안타깝다. 어린이집 선생님이 아이 얼굴을 긁혔다고 전화 왔다. 나는 내가 우리 애한테 사랑을 못줘서 돌발 행동을 한 게 아닌가 생각했다. 죄책감이 든다. 

일을 하면서 농담처럼 ‘나 아줌마야’ 하다가 정말로 아줌마가 되었다. 출산하고 나니 기억력이 없어지고, 사회에서는 왜 이렇게 몰라도 아는 척을 하게 되는지. (웃음) 워킹맘은 어중간하다. 뭘 못해도 아줌마의 넉살로 묻어가려고 한다. 

김태연 
: 전업주부 나름의 고충이 있고, 워킹맘도 나름의 고충이 있다. 이건 개인의 문제도 아니고 회사의 문제도 아니다. 사회 전반적으로 달라져야 한다고 많은 사람들이 인지하고 있는데 그게 왜 안 될까?

안혜숙 
: 요즘엔 공동육아가 물위로 떠오르고 있다.

오연주 
: 그것도 결국 전업주부가 껴 있어야 한다. 

안혜숙 
: 결혼해서 처음 애를 낳았는데, 일을 못하니 막막했다. 일해서 수입이 있었다면, 그건 그거대로 보람이 있지만 그런 보람조차 사라졌다. 처음엔 팔다리가 잘린 느낌이었다. 예전엔 나를 위해서 돈을 쓰던 부자였는데, 결혼하고 나니 가난뱅이가 된 느낌이다. 

이수정 
: 처음에 돈 관리 하다가 이제는 신랑이 관리한다. 생활비 받는 건 똑같지만, 여유가 없어진다. 나는 돈 모아서 놀러가는 걸 좋아한다. 빚을 지면 삶의 질이 떨어질 것 같은 게 싫다. 일을 안 하니깐 뭘 더 사야할지 말하기가 쉽지가 않다. 생활비 범위 넘어서는 하지를 못한다. 따로 저금 하지 않는 이상, 일을 했더라면 ‘어딜 보낼게’ 했을 텐데 괜한 눈치가 보인다. 

안혜숙 
: 작아지는 느낌이 싫다. 기분이 안 좋다. 안 좋은 영향을 끼친다. 

오연주 
: 육아 휴직 때 나는 퍼진 옷만 입고 기저귀 갈고 무기력하게 있었다.  나도 나가도 잘 할 수 있는데 그런 게 있다. 

이수정 
: 엄마가 우울해져서 그렇다. 

안혜숙 
: 그런데 그게 아이한테도 영향이 간다. 전업주부고 돈 안 벌고 쪼들리다 보면 부부도 보이지 않는 갑-을이 되어 있다. 본인은 갑질 안한다고 하지만 을은 확실하게 느낀다. 나도 나가면 돈 잘 벌 수 있는데.

이수정 
: 일을 그만두면서 도대체 나는 누굴까 나는 물어보게 됐다. 전업주부로 들어서기 전까지 계속 그런 질문을 계속 했다. 다시 일하면 무슨 일을 해야 되나 그런 고민들을 많이 했다. 

안혜숙 

전업주부가 아이 키우는 게 돈 버는 것과 같다고 생각해야 하는데 눈으로 보이지 않으니. 집에서 스스로 기가 죽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전업주부로 있는 동안 너무 답답했다. 나도 일을 다니면 집안 행사 때도 ‘일한다’고 얘기 할 텐데 전업주부라 잘해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셋째 어린이집 보내고 빠삐용이 탈출하듯이 집에서 나와 보니 그 사이에 진취적인 사고도 죽고, 일하는 시스템이 바뀌니깐 따라가지도 못한다. 
아이가 어렸을 때는 모르지만 크고 나서는 ‘우리엄마는 이렇게 일해’ 이런 이야기를 한다. 듣는 엄마는 아무렇지 않은 척 해도 슬퍼진다. 집에 있더라도 배우고 새로운 걸 알려고 해도 정보력 싸움이고 결국엔 잘 모르게 된다. 아는 사람은 알아서 무료 교육도 많이 다닌다. 자격증도 따고, 점점 나아지는데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은 그마저도 안 된다. 
전업주무든 워킹맘이든 다 장단점이 있지만, 그래도 자기 찾으면서 힘든 게 더 낫지 않을까? 저는 10년 전업 주부이다. 그 때의 전업주부는 죄인 아닌 죄인이다. 우리 시어머니 자주 하는 말이 “너 하는 게 뭐니” 이렇게 말한다. 집에서 논다고 생각한다. 

이수정 
: 그 관점이 나쁘다. ‘키워봐서 아는데’ 어른들이 그렇게 말을 한다. 존중을 안 해준다.

안혜숙 
: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 워킹맘과 전업주부끼리도 서로 부러워한다. 예를 들어서 아주 넉넉한 전업맘과 버는 걸 다 써야하는 워킹맘은 또 다르다. 한번은 교사로 오래 일한 친구가 일을 그만두고 싶다고 하기에 나는 네가 부러우니 그냥 참고 다니라고 했다. 몇 년 뒤에 나보고 고맙다고 했다. 내가 부럽다고 한 말이 자극이 되었다고 한다. 속내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