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後>는 <소리多>와 함께 기해년 새해 선보이는 기획 뉴스입니다. 일회성 기사에 그치지 않고 뉴스 그 이후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공간입니다. 대상은 제한이 없습니다. 지역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이 될 수 있고 우리 생활에 밀접한 정책현안 일수도 있습니다. 인물에 대한 이야기도 빠질 수 없겠죠. 반짝 기사에 그치지 않고 감시하고 살피며 기억하는 작업이 될 것 같습니다. 제보의 문도 활짝 열려있습니다. <편집자 주>

[소리後] (1) 道, 5억 투자 올인(주) 출자·출연기관 해제...건물은 민간인 소유 활용 ‘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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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1월부터 3월까지 방송된 SBS TV드라마 <올인>을 기억하시나요.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두 남자가 삶의 전부를 걸고 최후의 승부를 벌이는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였죠.

당대 최고 스타인 이병현과 송혜교, 지성이 출연해 47.74%의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습니다. 올인 본방 사수를 위해 국민의 절반이 TV 앞에 모여 앉을 정도였습니다.

이 드라마 속 주요 촬영지가 바로 제주입니다. 그 중에서도 서귀포시 성산읍 섭지코지에 위치한 올인하우스는 뛰어난 풍광을 자랑하며 단숨에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죠.   

드라마가 끝난 후 남제주군(현 서귀포시)은 관광객 유치의 일환으로 2005년 6월 나무로 된 기존 촬영용 세트장을 철거하고 콘크리트 구조물의 영구 시설로 복원했습니다.

신축 건물은 성산읍 고성리 57번지에 연면적 956.69㎡, 지상1층, 지하2층 규모로 만들어 졌습니다. 남제주군은 시설 운영을 위해 민간기업과 손잡고 민간 법인에 투자까지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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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인> 드라마 제작사인 초록뱀씨앤디(지분 64%)가 올인 주식회사를 설립하고 건물 소유권을 얻도록 했습니다. 남제주군은 5억원을 출자해 올인(주)의 지분 25%를 확보했습니다.

한류 열풍을 타고 일본은 물론 중국과 대만 등지에서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한때 이 곳을 찾는 관광객만 연간 200만명을 넘어섰습니다. 섭지코지를 알리는데도 큰 역할을 했죠.

2015년부터 경영진 신변에 이상이 생기면서 경영은 급격히 악화 됐습니다. 급기야 2015년 12월 법원이 올인(주)에 대해 해산된 것으로 간주하면서 비상이 걸렸습니다.

법원의 판단에 따라 올인(주)의 이사진 6명이 모두 말소되면서 이사회는 사실상 공중분해 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채권자가 법원에 올인하우스 건물에 대한 경매를 신청했습니다. 

부지를 소유하고 있던 제주도는 2016년 7월28일 토지 소유권을 서귀포시 성산읍 신양리와 고성리 마을회에 넘기고 8월3일 등기이전절차도 마무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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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토지는 애초 마을 공동소유였지만 1970년대 특별조치법으로 공유지로 등기되면서 소유권 논란이 일었던 곳입니다. 결국 신양리와 고성리가 승소하며 땅을 되찾아 갔습니다.

토지와 달리 건물은 그대로 경매에 넘겨졌습니다. 2016년 10월10일 첫 경매가 열렸지만 응찰자는 없었습니다. 토지소유권과 지상권 주체가 달라 선뜻 매입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죠.

토지주인 신양리와 고성리가 매입을 추진했지만 2017년 4월 열린 경매에서 느닷없이 제3자가 등장했습니다. 마을총회를 거쳐 응찰 가격까지 정했지만 허를 찔린 꼴이 됐죠.

지역 여성경제인으로 알려진 낙찰자는 감정가의 98.4%인 13억1990만원을 써내며 건물 소유권을 가져갔습니다. 당시 감정평가액은 13억7238만원이었습니다.

낙찰자는 이 곳에 커피숍 운영을 추진했지만 토지주인 마을회의 동의를 얻지 못했습니다. 결국 새 주인 등장 후에도 2년 가까이 올인하우스는 사실상 폐허로 방치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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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에 이어 건물 까지 잃은 제주도는 2018년 12월11일 행정안전부에 올인(주)에 대한 출자·출연기관 지정 해제를 신청했습니다.

제주특별자치도 올인주식회사 설립 및 운영 조례 제12조(이익금의 처리)에는 회사의 이익금 중 제주도 출자분에 대한 배당금을 도민복리 증진 등에 투자한다고 규정돼 있습니다.

최근 행안부가 제주도의 출자·출연기관 지정 해제를 받아들이면서 15년 전 도민들의 세금으로 쏟아 부은 5억원을 중 단 한 푼도 회수하지 못 한 채 사업을 마무리하게 됐습니다.

신양리와 고성리는 건물주의 동의가 있다면 지금이라도 건물을 사들여 마을을 위해 활용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양측의 의견이 좁혀지지 않아 해법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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