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섬 숨, 쉼] 몸과 마음의 균형이 출발점

치과에 갔다. 한 달 사이에 입안이 엉망이라며 과로했냐고 묻는다. 이런 질문을 기다렸던 사람처럼 바로 나는 대답했다. 스트레스!!!

올 겨울 유난히 일이 많았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다. 여러 가지 이유 혹은 핑계로 늘 하던 운동도 두어 달 쉬었다. 이때부터 몸과 마음이 각자 자기 길을 가기 시작했다. 몸은 휴식과 적절한 움직임을 주장했다. 마음은 너무 그러고 싶지만 일단 눈앞의 일은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이좋던 오누이가 크게 다툰 것처럼 몸과 마음은 뒤돌아보지 않고 자기 길만 갔다. 서로 반대 방향으로.

고집스럽게 자기 길을 가던 둘은 얼마 안가 다시 만날 수밖에 없었다. 몸과 마음이 같이 무거워지면서 건강의 빨간 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그러자 이번에는 팔랑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짧은 시간 안에 편하게 문제 해결을 해준다는 기적의 치유법 정보를 끊임없이 전달해준다. 뭐 애쓰지 않아도 주변에 건강 정보는 넘치고 넘쳤다. 

이것만 먹으면 모든 게 해결 돼. 비싸다고? 지금 돈을 써, 이게 훗날 병원비보다 훨씬 싸. 당장 이 기구를 사. 한 달 만에 효과가 나타날 거야. 이 운동을 해, 다른 운동은 부작용이 많아.

내 손안의 컴퓨터 스마트폰은 엄청난 양의 건강정보를 미친 듯이 쏟아내기 시작했다. 걸러지지 않은 정보들은 가끔 정 반대되는 조언을 해주었고, 도대체 어떤 정보가 맞는 것인가를 가려내는 일은 내 몫이었다. 하루는 이것에 혹하고 또 하루는 저것에 혹해 왔다 갔다 하다가 문득 정신을 차려 돌아보니 건강을 찾기 위한 일 자체가 또 다른 근심걱정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지난 두어 달 간 건강으로 가는 지름길을 찾겠다고 이것저것 쫓아다니다보니 오히려 더 고단해졌다. 

그래서 다시 제 자리로 돌아오기로 했다. 모든 것을 한 순간에 해결해주는 명약, 기적의 치유법은 없다. 몸과 마음을 함께 다독이며 무리하지 않고 한 발 한 발 걸어 나가야 한다. 건강을 지키기 위한 수칙으로 누구나 알고 있는 것들을 잘 실천만 하면 된다. 몸이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적절하게 몸을 가볍게 하는 운동을 하고 마음도 편안하게 하면서 잘 쉬고 잘 자는 것. 어렵지는 않지만 결코 만만하지도 않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가야할 길인데.

구좌읍 평대리에 있는 한 식당에서는 매일 시 한편이 적힌 메모지를 식당 가운데 탁자위에 놓아두고 있었다. 한 끼 밥 먹으러 갔다가 마음까지 넉넉해지니 횡재한 기분이었다. 제공=홍경희. ⓒ제주의소리
구좌읍 평대리에 있는 한 식당에서는 매일 시 한편이 적힌 메모지를 식당 가운데 탁자위에 놓아두고 있었다. 한 끼 밥 먹으러 갔다가 마음까지 넉넉해지니 횡재한 기분이었다. 제공=홍경희. ⓒ제주의소리

흔히 돈을 쫒아가지 말고 따라오게 하라는 말을 한다. 건강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오로지 건강 만을 목표로 일상의 모든 삶을 다 채워나갈 수는 없다. 오히려 몸과 마음이 한 길을 갈 수 있도록 조절을 잘하고 느긋한 마음으로 여유를 갖는다면 건강이 따라오지 않을까.

이렇게 제자리에 와서 지나온 길을 돌아보니 우습기도 하고 후회도 되지만 그래도 이렇게 잘 돌아와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때맞춰 며칠 전 밥집에서 우연히 만난 명나라 문인 진계유의 ‘연후지(然後知)’라는 시가 내 논에 물대기 식의 억지 끌어당김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따뜻한 위로가 되어준다. / 홍경희 제주교재사 대표(http://jejubook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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