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섬의 산물] 111.고도물(고두물)

한수풀에서 ‘한’은 제주어로 ‘많다’는 뜻이다. 한수풀은 ‘많은 숲’이란 뜻이겠다.

예전 한림리는 모래황무지로 모살 동네를 중심으로 취락이 형성되고 숨북이로 뒤덮인 곶자왈 지대였다. 숲이 많다고 다림동(多林洞) 혹은 하대림, 알한수풀이라고 불렸다. 대림리에서 한림리까지는 참나무와 느티나무 등이 울창한 넓은 숲을 이뤄 ‘한수풀’ 마을이라 했다.

한림리는 숲만 많은 것이 아니라 물도 많았다. 마을 모래밭 주변에는 샘들이 솟아 사람이 살기 좋은 조건이 되었으며, 굴 형태의 샘인 알정굴, 웃정굴, 생이물, 묵은새미, 할망물, 지루개 등 많은 산물들이 있었는데, 도시개발이란 이름으로 매립되거나 수도보급으로 이용가치가 없어지면서 사라져버렸다. 지금은 주민들의 주식수원이었던 고도물(고두물)만 남아 있다.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고도물.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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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물 용출 지점(원형 철제 뚜껑).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고도물은 한림여중 서쪽 길가에 있는데 물은 남․여용으로 나눠져 있다. 산물 터 일부는 매립되거나 개인소유로 되어 있다. 이 산물은 동명리의 개명물처럼 옹포천에서 형성된 물이 모여져서 내리는 것을 붙잡아 쓰는 산물이다.

예전에 한림 탁주공장에서 이 물을 쓸 만큼 한림리의 최고 식수였다. 그래서 고도물이 있어 취락형성이 빨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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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물(여자용) 입구.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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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지용 내부모습.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고도물이 솟는 지점은 산물터 밖 여탕입구에 우물형태로 원형 철재뚜껑으로 덮여 있다. 산물은 식수통이 있는 여자 전용과 여자들이 물을 내준 조그마한 남자용 목욕 장소로 구분돼 있다.

여탕은 남탕에 비해 서너 배 넓고 용출되는 물도 세차 비가림시설까지 했다. 남탕은 지붕 없이 목욕통 하나만 설치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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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물(남자용) 입구.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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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용 내부 모습.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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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용 목욕통.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이 산물은 해안을 끼고 있는 고도물깍에 있던 산물이다. 해안가 보다 높은 지대에 자리하고 있어서 고도물이라 부르지만 그 이면에는 남자보다 여자의 힘이 센 물로 비유한다. 이곳에서는 함부로 여성을 얕봤다가는 물벼락을 맞는다는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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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물 빨래 광경.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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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수전 고도물 식수통.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왜냐하면 예전부터 남자들의 목욕 장소는 한림여자중학교 앞쪽에 있던 ‘할망물’이었다. 물이 오염되면서 매립되자 여자들이 남자들을 배려하여 한 귀퉁이를 내줬기에, 얹혀사는 남자 입장에서는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어쨌거나 분명한 것은 지금도 여전히 이 산물은 빨래터로 혹은 목욕탕으로 주민들이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다만 물 빠짐이 나빠지면서 물이 정체되고 물 양이 그전만 못한 것이 흠이다.

# 고병련(高柄鍊)

제주시에서 태어나 제주제일고등학교와 건국대학교를 거쳐 영남대학교 대학원 토목공학과에서 수자원환경공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공학부 토목공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제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공동대표, 사단법인 동려 이사장, 제주도교육위원회 위원(부의장)을 역임했다. 현재 사회복지법인 고연(노인요양시설 연화원) 이사장을 맡고있다. 또한 환경부 중앙환경보전위원과 행정자치부 재해분석조사위원, 제주도 도시계획심의, 통합영향평가심의, 교통영향평가심의, 건축심의, 지하수심의 위원으로 활동했다. 지금은 건설기술심의와 사전재해심의 위원이다.

제주 섬의 생명수인 물을 보전하고 지키기 위해 비영리시민단체인 ‘제주생명의물지키기운동본부’ 결성과 함께 상임공동대표를 맡아 제주 용천수 보호를 위한 연구와 조사 뿐만 아니라, 시민 교육을 통해 지킴이 양성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섬의 생명수, 제주산물> 등의 저서와  <해수침입으로 인한 해안지하수의 염분화 특성> 등 100여편의 학술연구물(논문, 학술발표, 보고서)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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