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섬의 산물] 122. 고산리 검은모래 산물

1만 8000년 전 제주 서쪽 고산리 앞바다 땅속에서 올라온 마그마는 바닷물과 만나면서 격렬하게 폭발했다. 그때 솟구친 화산재들은 화산가스, 수증기와 뒤엉켜 쌓이고 쌓여 ‘화산학 교과서’라 불리는 지질 명소 ‘수월봉’을 탄생시켰다. 고산리 해안가는 화산섬의 생성과 지하수의 부존 및 함양의 모든 것을 보여 준다.

산물과 관련하여 한장동 마을 어귀와 엉알길(벼랑아래 있는 길) 검은모래 해변에도 마을을 지켰던 산물이 있다. 한장동은 수월봉 남쪽에 ‘넙은드르’(넓은 들의 제주어)에 형성된 동네다. 한자 차용 표기로 광전동(廣田洞)이라고도 하는데, 이 동네에 식수인 산물이 두 군데 남아있다. 이 산물은 한장동 마을회관과 근접한 거리인 고산서3길 밭모퉁이와 노을해안로 길가 두 군데에 있다. 모두 한장물통이라 부른다.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한장물통 1(고산서3길).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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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장물통 2(노을해안로).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고산서3길 밭모퉁이에 있는 산물(한장물통 1)은 이물질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우물에 그물망을 치고 돌담으로 보호한다. 지금은 농업용수로 사용 중이다. 노을해안로에 있는 산물(한장물통 2)은 보호시설만 남아 있고 잡초만 무성하게 자란다. 주민들에 따르면 사용하지 않으면서 관리가 안 되어 방치하면서 물도 나오지 않는다는데, 그래도 물통을 없애지 않은 것은 마을의 역사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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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물망을 친 한 장물통(고산서3길).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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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된 한 장물통(노을해안로).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의 트레일코스인 엉알해변 검은모래 사빈 주변에도 여기저기서 산물이 용출한다. 이 중에 대표적인 산물은 앞먹돌 산물과 뒷섬물, 대물 등이다. 앞먹돌산물과 뒷섬물은 엉알길트레일로 개발된 수월봉 남서쪽 바닷가 검은모래 해변에 있다.

해녀탈의장이 있는 검은모래 해변 입구을 보면 소 같이 생겼다는 ‘쉐여’에 앞먹돌산물이 있다. 이 산물은 빌레 위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바위웅덩에서 솟아나는 물로 신비경을 연출한다. ‘쉐’는 ‘소’의 제주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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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먹돌산물.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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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먹돌산물 물통.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뒷섬물은 해녀탈의장 일대 검은모래 해변의 엉알에 형성된 응회환 화산재층에서 흘러내리는 산물이다. 한 곳이 아닌 곳곳에서 흘러내린다.

뒷섬물.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뒷섬물.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이 해변에 형성된 검은모래는 화산재에 포함되어 있던 검은색 현무암 알갱이들이 파도에 깎이고 부셔져 쌓인 것이다. 이 검은모래와 엉알에서 내리는 산물들이 한데 어우러져 아주 톡특한 해안경관을 연출한다.

지하수 형성1(응회환 화산재층).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지하수 형성(응회환 화산재층).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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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수 형성(응회환 화산재층).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한장동 엉알길에서 300m 떨어진 서쪽 바닷가인 대물원에도 대물이 용출한다. 대물은 노을해안로의 정자가 있는 언덕 밑 세 군데의 궤(동굴의 제주어)에서 솟아난다. 물은 아래쪽 해안조간대에 모여드는데, 이곳에 빨래터를 만들어 목욕하거나 빨래를 할 수 있도록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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궤에서 솟는 대물.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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궤에서 솟는 대물.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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궤에서 솟는 대물.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이 산물은 인근 신도리 주민들도 이용했던 귀한 식수였으나, 지금 이 가운데 한 곳의 궤(대물3)는 해안도로 개설로 무너져 버렸다. 그러나 도로 밑에서는 여전히 많은 양의 산물이 솟아 빨래터로 흘러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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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 빨래터.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화산학의 교과서'라고 불릴 만큼 중요한 지질 자료로 인정받는 수월봉 세계지질공원. 섬의 지하수인 산물을 직접 눈으로 보고 만지면서 학습하고 체험할 수 있는 좋은 장소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곳 한장동 엉알길에 있는 산물들은 안내판 하나 없이 대부분 방치되어 있다. 해양쓰레기 등으로 아름답고 훌륭한 세계적 지질자원 마저 퇴색시키는 형국이다. 수월봉만 관리하지 말고 이곳까지 확대하여 지속적으로 관리한다면 무한한 관광자원으로 지역 소득창출에 기여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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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월봉 엉앙길 단애.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고병련

제주시에서 태어나 제주제일고등학교와 건국대학교를 거쳐 영남대학교 대학원 토목공학과에서 수자원환경공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공학부 토목공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제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공동대표, 사단법인 동려 이사장, 제주도교육위원회 위원(부의장)을 역임했다. 현재 사회복지법인 고연(노인요양시설 연화원) 이사장을 맡고있다. 또한 환경부 중앙환경보전위원과 행정자치부 재해분석조사위원, 제주도 도시계획심의, 통합영향평가심의, 교통영향평가심의, 건축심의, 지하수심의 위원으로 활동했다. 지금은 건설기술심의와 사전재해심의 위원이다.

제주 섬의 생명수인 물을 보전하고 지키기 위해 비영리시민단체인 ‘제주생명의물지키기운동본부’ 결성과 함께 상임공동대표를 맡아 제주 용천수 보호를 위한 연구와 조사 뿐만 아니라, 시민 교육을 통해 지킴이 양성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섬의 생명수, 제주산물> 등의 저서와  <해수침입으로 인한 해안지하수의 염분화 특성> 등 100여편의 학술연구물(논문, 학술발표, 보고서)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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