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 보는 제주] 부동산

2020년 경자년(庚子年)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해부터는 [숫자로 보는 제주]가 하나의 주제를 깊게 파고드는 방식으로 새로워지는데요. 첫 번째 주제는 대부분의 관심사인 ‘제주 부동산’입니다.

부동산을 사려는 사람, 부동산을 팔려는 사람 모두 제주 부동산 시장이 어떻게 변할지 몰라 관망하면서 제주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고 있습니다. 

각종 숫자를 통해 제주 부동산 시장이 정말 얼어 붙은 것인지 살펴보겠습니다.  

◆ 10%
 
건설업은 제주 지역내총생산(GRDP)의 약 ‘10%’를 차지하는 주요 산업입니다.
 
연도별 제주 부동산업 성장률을 보면 전년대비 ▲2011년 13.4% ▲2012년 12.6% ▲2013년 6.7% ▲2014년 7.9% ▲2015년 15.9% ▲2016년 25.2% ▲2017년 11.9% ▲2018년 –19.2%입니다.
 
2012~2016년까지 제주 부동산은 ‘건물을 짓기 시작하면 바로 팔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뜨거웠습니다. 하지만, 2016년 하반기부터 건설업계에서 곡소리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새로운 사업 수주가 확 줄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최근 5년간 전년대비 제주 개별공시지가 상승률은 ▲2015년 12.48%(전국 2위) ▲2016년 27.77%(1위) ▲2017년 19%(1위) ▲2018년 17.51%(1위) ▲2019년 10.7%(3위)에 달합니다.
 
부동산을 매매해본 사람은 아시겠지만, 개별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실거래 가격이 조율됩니다. 개별공시지가가 매년 10% 이상씩 올랐다면 부동산 실거래 가격도 그 이상 올랐다는 얘기죠.
 
몇년 사이 너무 많이 오른 부동산 가격으로 한숨을 내쉬는 도민들이 늘어났고, 소비자인 도민들의 수요가 줄었습니다. 이는 곧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이어졌습니다.
 
◆ -31.3%
 
작년 1~11월 제주 주택매매 거래량은 총 6990건인데요. 2018년보다 –18.1%, 최근 5년 평균 거래량보다는 무려 ‘–31.3%’ 줄어든 수치입니다.
 
수요가 줄어버리니 2017년부터 제주에 미분양 주택도 급증했습니다.
 
2015년 12월 114호 불과했던 제주지역 미분양 주택은 2017년 12월 1271호로 10배 이상 급증했고, 2018년 12월에는 1295호까지 치달았습니다. 2018년 3월에는 1339호로 제주 역대 최고의 미분양 물량을 기록했습니다.
 
악성으로 분류되는 ‘준공후 미분양’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12월 기준 △2014년 94호 △2015년 20호 △2016년 90호 불과했지만, △2017년 530호로 급증했습니다. 이어 △2018년 750호를 기록했고, 2019년은 11월 기준 811호까지 증가했습니다.
 
최근 제주도 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는 심의를 통해 2020년 제주 표준주택가격 상승률을 –1.6%로 결정했습니다.

세부적으로 제주시는 –1.5%, 서귀포시는 –1.66%인데, 2005년 주택공시가격 도입 후 제주 표준주택가격이 떨어진 것은 15년만에 처음입니다.

최근 4년간 제주시 표준주택가격은 ▲2016년 16.21% ▲2017년 17.86% ▲2018년 12.08% ▲2019년 6.67% 상승했고, 서귀포시는 ▲2016년 16.98% ▲2017년 18.35% ▲2018년 13.28% ▲2019년 6.95%로 꾸준히 올랐습니다. 

개별주택가격 산정의 기초자료가 되는 표준주택가격은 오는 23일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 심의를 거쳐 결정·공시될 예정입니다.

개별주택가격은 상속세와 증여세, 건강보험료 등 각종 분야의 기준 자료로 사용되는데요, 표준주택가격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만큼 제주 부동산 가격도 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 2020년


높은 부동산 가격과 인구순유입이 줄어드는 등 주택을 구매하려는 수요가 줄면서 공급물량이 넘치기 시작했습니다. 공급이 과다한 상태에서 사업 발주가 줄어드는 것은 자유경제 시대에 당연한 이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주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는 등 열풍이 식었다는 분석이 나오는 상황에서 '2020년' 제주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될까요? 
 
최근 한국은행 제주본부는 2020년 제주 경기 전망을 통해 제주 부동산 경기침체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주택가격 하락과 미분양주택 적체 등 부동산 경기 침체로 민간 주택 건설 시장이 크게 위축됐고, 건설허가와 수주 등도 호황기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입니다.
 
이와 관련해 제주 부동산 업계에 종사하는 A씨는 “부동산을 구매하려는 사람들은 가격이 떨어지길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며, 판매하려는 사람들은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고 판단해 관망하는 추세”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다만, 가격이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보고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서둘러 판매하는 도민들도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서도 제주 부동산 시장이 어떻게 변할지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면서 예측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귀띔했습니다.
 
멈추지 않는 폭주기관차처럼 달리던 제주 부동산 시장이 현재로선 주춤거리고 있는 것만은 확실해 보입니다. 잠시 주춤거릴 뿐인지, 그대로 멈춰 설지, 뒤로 후퇴할지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도민 모두가 ‘현명한 소비자’가 되길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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