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누구나 힘든 시기, 조금 더 상대방의 입장에서 / 홍경희
한 번도 겪어보지 않았고 누구도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날들이 지나가고 있다. 설 무렵 저 멀리서 바이러스 얘기가 들려올 때만 해도 나랑 상관없이 지나가는 남의 일이거니 했다. 그 후로 한 달 보름여가 지났다. 새 봄이 온 길가에 형형색색 예쁜 봄꽃들이 피어났지만 모두가 낯설다. 남의 일인 줄 알았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나의 일, 우리 일이 되면서 익숙한 일상의 모습이 사라지고, 우려 걱정 불안 등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
코로나19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날마다 쏟아지는 소식들이 전하고 있다. 뉴스에서나 볼 줄 알았던 그 소식들이 우리의 일상으로 들어와 강하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마스크를 사기위해 길게 줄을 선 모습, 기관에 들어갈 때 마다 발열체크를 하는 것 등도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 이 모든 변화가 불과 두 달여 사이에 한꺼번에 다 일어났다.
변화하는 일상의 모습에 서서히 몸 담그는 연습을 하던 어느 날, 동시 쓰는 친구 김희정이 동시 한 편을 보내왔다.
바이러스, 너도 꽃
내 휴대폰에
바이러스라고 입력했더니
쬐끄만 연두색 꽃이 피네
무서운 괴물인줄 알았는데
바이러스, 너도 꽃이었구나 !예쁜 마음 모아모아
착한 마음 모아모아
주문을 외워줄게수리수리 마하수리
예쁜 꽃이 되어라!
수리수리 마하수리
착한 꽃이 되어라!
세상에 최고로 미운 코로나19를 예쁜 꽃으로 만드는 주문을 외우겠다니, 이 무슨 말도 되지 않는 소리인가? 하지만 20년 넘게 시인의 시를 보아온 나는 단박에 시인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시인은 지금 우리의 마음을 다독이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 19를 괴물로 보면 괴물이 되지만 꽃으로 보면 꽃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니 지금 상황이 좋지 않다고 날마다 얼굴 찡그릴게 아니라 담대하게 받아들이며 예쁘고 착한 마음 에너지를 모으자는 것이다. 예쁘고 착한 마음 에너지가 모여 새싹이 돋고 꽃이 필 때 코로나19 바이러스도 진짜 꽃이 되어 독하고 나쁜 마음을 거둘 것이라는 생각을 한 것이다.
나도 동의한다. 지금은 누구나 힘들고 괴롭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우리의 일상을 휴지처럼 구기며 살 수 없지 않은가. 모두가 함께 겪고 있는 상황이니 서로 위로하고 서로 토닥이며 살자는 것이다. 평소보다 조금 더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화도 덜 내고 애써 웃을 일을 찾아보면서. 그렇게 담담하게 하루하루 살아갈 때 괴물이 진짜 꽃이 되는, 말도 안 되는 일이 진짜 일어날 수도 있지 않을까. / 홍경희 제주교재사 대표 ( http://jejubook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