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시선] 문제 있어도 환수 불가…조례 개정도 사후약방문

2015년 2월25일 오후 제주도청 대강당. 제주투자진흥지구 지정 혹은 해제 여부를 다루는 제주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심의회가 열렸다. 투자진흥지구는 제주특별법에 정해진 투자 유치 인센티브 제도다. 

안건은 8건이었으나 위원들의 시선은 한 군데로 쏠렸다. 성산포해양관광단지였다. 천혜의 해안 절경을 자랑하는 섭지코지가 있는 곳이다. 앞서 사업시행자인 ㈜보광제주는 투자진흥지구 지정 변경 계획안을 제주도에 제출했다. 계획안에는 사업기간 3년 연장과 지구 면적 조정안이 담겼다. 

성산포단지 심의 차례가 되자 조용하던 회의장이 갑자기 술렁였다. 위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계획안에 국공유지 3만7850㎡를 추가한 게 화근이었다. 한 위원은 이를, 요즘 유행하는 말로 도발로까지 받아들이는 듯 했다. 제주도에 대한 도발. 

“사업지구 일부를 평균 매입가의 3배 이상 받고 중국자본에 팔아넘겨 놓고는 다시 국공유지를 투자진흥지구에 포함시켜 달라고요?” 다른 위원들도 같은 목소리를 냈다. 결국 계획안은 심의가 보류됐다.

위원들의 다소 격한 반응은 아픈 기억 때문이었다. 불과 3년 전이었다. 싼값에 국공유지를 사들이고, 투자진흥지구 지정으로 막대한 세제혜택까지 받은 보광은 2012년 3월, 지구 내 미개발토지 3만7829㎡를 중국자본에 되팔았다. 46억여원의 시세차익을 남겼다. 

2008년 4월 투자진흥지구 지정과 함께 보광이 감면받은 지방세는 74억원이었으나 추징당한 세금은 취득세 1억2000여만원 뿐이었다. 

이 일로 보광은 ‘땅장사’ 논란에 휩싸였고, 중국자본을 매개로 한 ‘먹튀’ 논란에도 불을 지폈다. 이후 보광 측은 국공유지 추가 편입은 매입 목적이 아니라 활용 목적이었다며 해명에 나섰으나, 버스는 떠난 뒤였다. 도민 정서는 아랑곳하지 않고 업체 요청대로 계획안을 심의에 부친 당시 제주도의 줏대없는 행보도 도마에 올랐다. 

보광의 사업부지 되팔기는 “제주도의 공유지 관리, 이대로 좋은가” 하는 자성의 계기로도 작용했다. 

그로부터 6년 후인 2021년 3월3일. 이날 오후 제주도청에선 개발사업심의위원회가 열렸다. 심의 안건은 제주동물테마파크 조성사업. 제주에 왜 사파리공원이 필요한지 등을 놓고 지역사회에서 한바탕 홍역을 치른 사안이었다. 결론은 부결. 예상대로였다. 원희룡 지사는 지난해 11월15일 이른바 ‘송악선언 실천조치 2호’를 통해 불허를 시사한 바 있다.  

동물테마파크는 2005년 7월13일 제주투자진흥지구 1호로 지정·고시됐다. 애초 토종기업이 사업자의 일원으로 참여하면서 큰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자금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2011년 1월 공사는 중단됐다. 2015년 3월2일에는 투자진흥지구 해제가 고시됐다. 

성산포해양관광단지와 동물테마파크. 두 사업의 운명이 극명하게 갈릴 처지에 놓였다. 전자는 한때 기업 이미지를 구기긴 했어도 아직 건재한 반면 후자는 앞날이 불투명해졌다. 물론 동물테마파크 사업자 측은 법적대응을 준비중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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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디자인=김찬우 기자. ⓒ제주의소리

그럼에도 두 사업은 묘하게 닮은 구석이 있다. 뭔가 끈으로 이어진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6년 전 보광의 투자진흥지구 변경 계획이 틀어진 바로 그날, 동물테마파크에도 암운이 드리워졌다. 당일 종합계획심의회에서 동물테마파크에 대한 투자진흥지구 해제가 결정됐다. 보광의 땅장사 논란이 워낙 컸던 탓에 조명을 받지 못했던 것이다. 

이미 매각한 공유지는 되팔든 어떻든, 사업의 진척 여부와도 관계없이 당국이 어쩔 수 없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동물테마파크 사업자도 2007년 5월30일 전체 사업부지의 43%인 24만7800㎡의 공유지를 22억원에 사들여 특혜 논란이 일었었다. 당시 매매계약엔 5년 기한의 환매특약이 걸려있었다. 그러나 사업자가 바뀌어도, 공사가 멈추어서도, 토지 소유권이 넘어가도 특약은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끝까지 개발사업 승인 효력 만큼은 붙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승인이 취소된 사업의 경우도 공유지를 되찾지 못하기는 마찬가지. 실제 사례가 있다. 골프장 개발 사업이었다. 자금난으로 사업자 스스로 승인 취하서를 냈는데도 공유지 환수 소송에서는 제주도가 최종 패소했다. 사업자가 고의로 개발에 착수하지 않은 것으로는 볼 수 없다는게 판결 취지다. 소송을 통해 환수를 시도한 최초, 그리고 유일한 사례였으나 결말이 좋지 않았다. 

2002년부터 2015년까지 개발사업자에게 넘어간 공유지는 854만6000㎡. 매각 당시 저마다 환매특약을 걸었지만, 사실상 환수가 어렵다는게 중론이다. 심지어 사업자가 공유지를 통해 치부하는데 급급해도 말이다. 공유지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자 제주도는 2013년 5월 ‘국·공유재산 제공시 선(先) 임대개발 후(後) 매각’을 골자로 한 투자진흥지구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제주도가 근본적으로 메스를 댄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2020년 6월10일 공유재산 관리 조례를 손질했다. 사업자에게 수의계약으로 공유지를 팔 경우에 ‘사업공정률’이 50% 이상이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사업공정률은 시행승인 이후 투입된 사업비의 사업시행 승인 당시 총사업비에 대한 비율을 말한다. 공정률이 50% 미만이면 공유지 매매 계약 자체를 할 수 없게됐다. 

얼핏보면 매우 엄격해진 것 같아도 이미 넘어간 공유지는 손을 쓸 수 없는 게 문제다. 사후약방문이다. 매번 이런 식이다. 언제까지 이런 악순환이 반복돼야 하는지 답답하다.

쓸만한 공유지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다. 공유지 얘기만 나오면 속이 쓰라린 이유다. 정녕 팔지 않는 방법은 없는 것인지도 궁금하다. <논설주간 /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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