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라의 나들목 건들개, 다시 피다] (3) 자원순환마을 만들기 나선 건입동 주민들

건입동 주민들이 자원순환마을만들기를 위한 마음살림 교육에 참여하고 있다. 교육이 진행된 장소는 동네에 위치한 한 창고. 이 유휴공간은 이제 다양한 교육과 활동을 위한 장으로 쓰인다. ⓒ제주의소리
건입동 주민들이 자원순환마을만들기를 위한 마음살림 교육에 참여하고 있다. 교육이 진행된 장소는 동네에 위치한 한 창고. 이 유휴공간은 이제 다양한 교육과 활동을 위한 장으로 쓰인다. ⓒ제주의소리

마을에서 나온 음식물쓰레기로 유용미생물 정화 기능을 가진 흙공을 만들어 하천에 뿌린다. 퇴비는 밭으로 향한다. 마을에서 사용된 폐현수막과 천들을 모아 가방을 만들어 낸다. 버려지는 폐가구와 목재를 리폼하고 다시 조립해 필요한 주민들에게 다시 나눠준다. 이 모든 과정은 주민들이 중심이 된다.

폐기물과의 전쟁 중인 제주에서 자원순환마을을 향한 도전이 작은 마을에서 시작됐다. 제주시 건입동의 이야기다. 

첫 단계는 마을 스스로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는 사람들을 모으는 일. ‘마을살림교육’이라는 이름의 프로그램은 변화의 움직임이 주민들에게 서서히 스며드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

29일 오전, 주머니와 가방을 든 건입동 주민들이 산지천 하류에 모였다. 최근 동문시장 내 한 상인이 우수관에 페인트를 흘러보내면서 뿌옇게 변했던 그 구간이다. 사건 발생 닷새가 지났지만 바닥에는 여전히 페인트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하천에 가라앉은 유해물질 분해가 절실한 곳이다.  

이들은 이날 산지천과 제주항 서부두 바다를 향해 황토색 공을 던졌다. 이것의 정체는 ‘EM(Effective Micro-organisms, 유용미생물) 흙공’. EM 발효액과 유기농 황토, 그리고 이 마을에서 나온 음식물쓰레기를 발효시켜 만든 퇴비를 뭉쳐 만들었다. 

29일 제주시 건입동 산지천에 EM 흙공을 던지고 있는 주민들.ⓒ제주의소리
29일 제주시 건입동 산지천에 EM 흙공을 던지고 있는 주민들.ⓒ제주의소리
29일 오전 건입동 주민들이 EM흙공을 놓은 산지천. 바닥에 아직 페인트 특유의 뿌연 흔적이 보인다. ⓒ제주의소리
29일 오전 건입동 주민들이 EM흙공을 놓은 산지천. 바닥에 아직 페인트 특유의 뿌연 흔적이 보인다. ⓒ제주의소리

EM흙공은 수질정화와 악치제거, 유기물 분해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익히 알려져 있지만, 마을에서 나온 음식물쓰레기를 활용해 마을주민들이 직접 제작했다는 점에서 이목을 끈다.

여러 차례의 교육과 그 때마다 주어지는 미션을 달성해가는 과정은 주민들에게는 흥미로운 일이며, 관련 활동에도 동기부여가 된다.

어린 시절부터 건입동에서 나고 자란 고창길(81)씨는 “마을에서 나온 음식물쓰레기를 발효해서 퇴비를 만들고 이를 깨끗하게 만드는 데 활용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단기간으로 끝나는 활동이 아니라 내년, 그 이후에도 계속 이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고숙희(67)씨는 “직접 발효액과 퇴비로 흙공을 만들면서 필요성에 대해 들었다”며 “퇴비를 만들 때 쓰는 음식물쓰레기에 뼈다귀나 이물질이 섞여있으면 안된다. 분리수거를 잘 해야하는 이유를 눈으로 확인하게 됐다”고 말했다.

흙공으로 시작한 이 같은 활동들은 최종적으로는 마을에서 나오는 음식물쓰레기의 대부분을 밭이나 하천에 뿌릴 수 있는 퇴비와 흙공으로 전환하는 시스템 구축까지 이어지는 첫걸음이다. 자원순환마을은 현재 진행중인 건입동 도시재생 뉴딜의 가장 큰 지향점 중 하나다. 

제주시건입동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정소정 연구원은 “전지구적 환경 문제에 대해 마을단위에서 움직여보자, 쓰레기를 조금이라도 줄여보자는 마음을 담고 있다”며 “이번 교육이 첫걸음이다. 이를 초석으로 서서히 자원순환마을을 위한 주민 활동을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건입동 마을살림 교육을 통해 만든 EM 흙공. 산지천과 제주항 서부두 일대에 뿌려진 흙공은 수중에서 정화 기능을 한다. ⓒ제주의소리
건입동 마을살림 교육을 통해 만든 EM 흙공. 산지천과 제주항 서부두 일대에 뿌려진 흙공은 수중에서 정화 기능을 한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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