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정질문] 한권 “용역 객관성·공정성 담보 위해 포기 선언해야”
오 지사 “인터뷰 때 예시로 든 것…포기 선언, 논리적으로 모순” 

20일 열린 제주도의회 제409회 제1차 정례회 3차 본회의에서 오영훈 제주도지사(왼쪽)를 상대로 도정질문을 하고 있는 한권 의원(오른쪽).ⓒ제주의소리
20일 열린 제주도의회 제409회 제1차 정례회 3차 본회의에서 오영훈 제주도지사(왼쪽)를 상대로 도정질문을 하고 있는 한권 의원(오른쪽).ⓒ제주의소리

오영훈 제주도지사의 핵심 공약인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도입’과 관련해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 논란의 중심에 섰던 ‘기관통합형’, ‘행정구역 5~6개 개편’을 포기하라는 주문을 놓고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제주도의회 한권 의원(일도1·이도1·건입동)은 20일 진행된 제409회 제1차 정례회 3차 본회의에서 오영훈 지사를 상대로 한 도정질문을 통해 오 지사의 핵심 공약인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도입’을 위한 추진 현황과 향후 추진 방향 등을 집중적으로 따져 물었다.

한권 의원은 먼저 “공약 실천을 위해 연구용역을 진행 중인데, 용역 명칭이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도입을 위한’ 용역에서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을 위한’ 용역으로 바뀌었다. 바뀐 이유가 무엇이냐”라고 질문했다.

이에 오영훈 지사는 “약간의 시각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도입’을 제가 선거 과정에서 공약으로 제시했던 것이고, 이후 의회에서 답을 미리 정해놓고 추진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고 해서 포괄적 의미로 바꾼 것”이라고 답변했다.

‘답정너’ 논란의 중심에 섰던 ‘기관통합형’, ‘행정구역 5~6개 정도로의 개편’ 구상에 대한 ‘포기 선언’을 놓고는 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권 의원은 “연구의 객관성, 중립성을 위해 용역 명칭을 바꾼 것으로 받아들인다. 그렇다면 지사께서 당초 구상했던 ‘기관통합형’, ‘행정구역 5~6개 개편’ 방식을 포기했다고 이해해도 되는 것이냐”라고 물었다.

이에 오영훈 지사는 “그렇지 않다. 저의 생각을 인터뷰 과정에서 예시로 들었던 것이다. 이 문제는 행정체제개편위원회에서 충분한 논의가 이뤄질 것이고, 도민 공감대 속에서 안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영훈 지사(왼쪽)를 상대로 도정질문을 하고 있는 한권 의원(뒷모습). ⓒ제주의소리
오영훈 지사(왼쪽)를 상대로 도정질문을 하고 있는 한권 의원(뒷모습). ⓒ제주의소리

그러자 한권 의원은 “제가 ‘포기’라는 말을 쓰는 이유는 이 연구가 객관성, 중립성, 공정성을 담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칫 지사께서 무언가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그 자체가 가이드 라인이 될 수 있다”며 거듭 ‘포기 선언’을 압박했다.

오영훈 지사는 “조금 전에 인터뷰 과정에서 예시를 들었던 것이라고 분명히 말씀을 드렸다. 예시를 든 것을 포기하라고 하는 것 자체가 논리적으로 모순이다”라고 맞받아쳤다.

오영훈 지사는 행정체제 개편의 핵심은 법인격을 갖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한권 의원이 “행정체제 개편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진단이 있고, 그 진단 결과에 따라 용역이 진행되는 것이다. 도민의 뜻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며 “도민들이 겪는 불편함이 기초단체가 없기 때문이 아니라면 행정체제 개편 논의는 더 이상 진행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지사의 견해를 물었다.

이에 오영훈 지사는 “저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고 전제한 뒤 “행정체제 개편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고, 선거 과정에서 공약을 통해 선택받은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정책 방향은 결정됐지만 내용이 결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용역을 하는 것이고, 공론화 과정을 거쳐 최적의 안이 마련될 수 있다고 본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그러면서 오영훈 지사는 “현재 행정시 체제 문제의 핵심은 법인격이 없기 때문이다. 법인격이 없는 행정시는 자기 결정권을 가질 수 없고, 주민들의 참여와 민주성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것은 이미 확인됐다. 이에 대한 극복이 필요하다”며 행정체제 개편 필요성을 강조했다.

오영훈 지사는 제주특별자치도 추진 방향과 관련해 종전 7단계를 거친 제도개선 과제 발굴 방식보다 ‘포괄적 권한 이양’ 방식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소신을 피력하기도 했다.

한권 의원이 “7단계 제도개선 특별법 개정안이 2019년 국회에 제출됐는데, 아직도 처리가 안됐다. 이런 상황에서 30여년 만에 지방자치법이 전부 개정되면서 제주특별자치도만의 차별성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며 이에 대한 제주도정의 대책을 물었다.

이에 오영훈 지사는 “저도 그런 방식(과제 발굴식 제도개선)을 좋아하지 않는다. 포괄적 권한이양 방식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안되는 시점에 와있다”며 “중요한 건 자기 결정권이다. 포괄적 권한이양을 통해 제주가 특별자치를 견인해가는 맏형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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