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이모저모] 무난한 질문 속 여야 의원간 신경전도

3년만에 제주도에서 열린 국회 행안위 국정감사는 전반적으로 무난하고 평화로운 분위기가 형성됐다.
회의 말미에는 여야 위원 간 대립양상을 보이기도 했으나, 재선 국회의원을 지낸 오영훈 제주도지사의 프리미엄이 작용했다는 평가다.
○…감사 시작에 앞서 이채익 위원장은 지난 18일 경기남북부경찰청 국정감사 파행을 부른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이 위원장은 "경기도 국감에서 진의가 잘못 전달돼 민주당 의원들을 불편하게 했나 생각이 든다"며 "감사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해 개인적으로 미안하고 유감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야 협치가 잘 되는 위원회가 될 수 있도록 솔선수범하겠다"고 사과했다.
이는 지난 18일 경기도를 상대로 한 국감에서 이 위원장이 '이번 국감은 김동연 국감보다는 이재명 4년을 검증해야 하는 시간이 돼야 한다. 누가 뭐라해도 이재명의 도덕성 문제를 온 시민이 걱정한다'고 발언하면서 같은날 오후 국정감사 파행을 부른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이 위원장의 사과에 더불어민주당 이성만 의원은 "당시 버튼을 던지고 소리를 지르는 등 부적절한 행동을 한 것 같다. 위원장께 사과를 드리고, 이번 계기를 통해 회의가 원활이 진행될 수 있도록 경거망동을 자제하겠다"고 답했고, 국민의힘 의원들도 박수를 치며 화답했다.
○…흐름 상 전반적으로 감사 일정은 무난했다. 불과 올해 초까지 함께 의정활동을 해왔던 오영훈 지사의 이력에 따른 효과였다.
의원들은 발언권을 행사할 때 오 지사와의 친분을 과시하며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오 지사는 제주도지사 선거 출마를 위해 사직하기 직전까지 행정안전위원회 소속으로 활동했다.
4.3특별법 개정 과정에서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은 위원들에 대한 제주명예도민 선정을 청탁(?)하는 등 화기애애한 장면들이 연출됐다.
여권의 한 의원은 날선 질문을 하기 전에 "분위기가 굉장히 좋다. 좌담회 분위기인 것 같다"며 머쓱해하기도 했다.
○…감사 중간에는 초선인 송재호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위원장석을 차지하는 특혜도 누렸다. 이채익 위원장(국민의힘)이 잠시 이석한 사이 애써 만든 자리를 송 의원에게 맡기면서다.
'위원장 송재호' 명패가 놓인 위원장석에 앉은 송 의원은 "제주에서 국감이 진행되는 관계로 이채익 위원장이 신상의 이유를 구실로 저보고 자꾸 사회를 보라고 해서..."라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송 의원은 "이채익 위원장은 오 지사가 국회의원 당시 4.3특별법을 다룬 행안위 법안심사소위원장을 맡으며 4.3특별법 개정의 주역을 했던 분이고, 제주가 세계7대자연경관 선정될 때 부위원장을 맡았다"고 이 위원장을 치켜세우며 "남다른 애정을 보여준 위원들과 함께하게 돼 개인적으로 영광"이라고 공을 돌렸다.
○…그럼에도 여야 의원 간의 날선 대립은 여전했다.
첫 충돌은 오영훈 도정의 인사문제를 지적한 박성민 의원(국민의힘)으로부터 촉발됐다.
자신의 질의에 대해 건너편의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술렁이며 웃음을 보인 것에 대해 박 의원은 "다른 사람이 이야기하고 있는데, 내가 당신 이야기 할 때 그런식으로 대응한 적이 있나"라며 분을 냈다.
더불어민주당 천준호 의원의 질의에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이 반박하면서도 또 한번 충돌이 빚어졌다.
천 의원은 오등봉공원 특례사업과 관련해 "감사원이 전 정부와 관련된 일은 전광석화 감사하고, 위법·탈법을 일삼는데, 문제가 뻔한 것(오등봉공원 사업)은 감사 실시 여부도 판단하지 않고 있다"고 윤석열 정부를 겨냥했다.
이에 조 의원이 "천 의원이 '감사원이 위법·탈법을 저지른다'고 말한 것은 근거가 없고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라고 일축하자 여야를 구분하지 않고 일제히 고성이 오갔다.
천 의원은 "동료의원의 발언을 왜 평가하려 드나. 본인 발언할 것만 하라"고 맞섰고, 이 위원장이 수습에 나선 이후에야 진화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