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법원 항소심, K 경정 항소심 '허위공문서' 유죄...'수사매뉴얼' 개정해야

조직폭력배를 특별면회한 의혹으로 기소된 K경정에 대한 항소심에서 유죄 판결이 나오자 제주 경찰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찰 수사 매뉴얼을 따라도 위법행위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최근 제주지방법원형사1부는 K경정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와 ‘허위공문서작성’ 등 혐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10월을 선고하고, 2년간 형의 집행을 유예했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는 1심처럼 무죄가 인정됐지만, 1심에서 이중기소라는 판단으로 공소가 기각돼 항소심에서 병합된 허위공문서작성 등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다.
K경정은 2016년 1월 업무방해 혐의로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에 입감돼 있던 조직폭력배 ‘유탁파’ 두목 A씨의 특별면회를 부하 직원에게 지시해 특별면회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특별면회를 위해 입·출감 지휘서에 ‘피의자 조사’라고 허위 작성한 허위공문서작성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관련 기록을 검토한 재판부는 K경정이 조직폭력배 A씨와 30분 정도 특별 면회를 하면서 담배와 커피 등을 제공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어 재판부는 수사를 위한 절차였다면 적법한 절차를 밟았어야 했다고 판시했다.
관련 법과 규정에 따라 수사 과정에서 검·경은 피의자에게 휴식시간과 식사시간을 줘야 하지만, 담배나 커피 등을 제공할 수 있다는 규정이 없다는 판단이다.
항소심에서 K경정이 징역형에 처해지자 일선 경찰관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찰청 조폭 수사 관련 매뉴얼을 따랐는데, 위법행위를 저지른 상황이 됐다.
K경정은 2016년 당시 경찰 매뉴얼을 언급하면서 조폭 관련 ‘첩보 수집’을 위해서 조폭을 일회적인 조사대상자로 취급하지 말라고 돼 있다고 주장해 왔다. 꾸준히 조직에서 활동할 가능성이 높아 일정 수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취지다.
또 조사 과정에서 담배를 권하거나 먹고 싶은 음식을 사주고, 면회를 통해 위로하는 등의 방법으로 호의를 베풀면 추후 도움이 된다는 내용도 당시 매뉴얼에 담겨 있었다고 주장했다.
일선 경찰관들은 관행처럼 피의자들에게 담배나 커피, 차 등의 편의를 제공해 왔다. 또 범죄 첩보 입수를 위해 입감된 피의자 등을 만나 피의자에게 적용된 혐의 이외의 질문도 했다.
익명의 경찰은 “유치장 등에 입감되면 다른 피의자들과 같이 있어 따로 얘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또 담배 등을 제공하면서 관행처럼 첩보를 입수해 왔다. 수사 매뉴얼에도 편의 제공을 통한 첩보 입수 등 내용이 담겨 있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또 다른 경찰도 “정말 악의적인 목적으로 피의자들을 따로 만나는 경찰관이 몇명이나 되겠나. K경정 사건도 입·출감 지휘서에 ‘피의자 조사’가 아니라 ‘첩보 입수’라고 작성했으면 결과가 달라졌을 수도 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다. 일선에서도 모두 조심하자고 서로 말하고 있다”고 말했다.
징역형에 처해진 K경정 측은 조만간 상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