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3시 ‘알뜨르, 평화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 토론회 개최

알뜨르비행장을 제주평화대공원으로 만드는 과정에 도민들이 참여, 아래로부터 실현하는 평화의 섬 제주를 만들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논의의 장이 마련됐다.
난징대학살을기억하는사람들은 27일 오후 3시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평화대공원을 함께 만들어 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마당인 ‘알뜨르, 평화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 토론회를 주관, 개최했다.
서귀포시 대정읍 알뜨르비행장은 일제강점기 일본이 중국을 침략하기 위한 발판을 만들기 위해 대정읍 농민들의 땅을 강제수용해 조성한 한국 근현대사의 아픔이 고스란히 담긴 곳이다. 중국은 제주발 일본 폭격기의 난징(남경, 南京) 공습으로 막대한 피해를 겪기도 했다.
알뜨르비행장은 해방 후 미군이 소유하다 국방부 소유가 됐으나 주민들에게 불하하지 않아 지금에 이르렀다. 노태우 정권 때는 공군기지를 만들겠다는 계획이 세워지기도 했지만, 주민들의 저항으로 백지화되기도 했다.
이후 제주도는 2007년부터 알뜨르비행장을 ‘제주평화대공원’으로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사업비 749억 원을 들여 비행장 184만여㎡ 부지에 있는 격납고와 동굴진지 등 일제 시설을 정비하고 전시관을 건립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비행장 소유 주체인 국방부와 제주도의 무상양여 등에 대한 협의가 매듭지어지지 않아 제자리걸음을 걸었고, 지난해 9월에서야 제주도와 제주도의회, 국방부 등이 합의하면서 사업에 탄력을 받게 됐다.
제주도가 알뜨르비행장을 10년 단위 계약을 통해 무상사용할 수 있는 근거를 담은 제주특별법 개정안이 국회 행안위 법안심사소위에서 통과된 것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해당 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에서 표류 중이다.
토론회는 조성윤 제주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김정임 송악산개발반대대책위 상임대표의 ‘우리가 만들어가는 평화공원’을 주제로 한 발표로 시작됐다.

조성윤 교수는 알뜨르의 제일 큰 특징이 ‘폭격’이라며 남경 폭격을 위해 일본군이 지은 알뜨르비행장을 비롯해 대정읍 일대에 만든 전쟁의 흔적들을 평화대공원에 고스란히 녹여내야 한다고 했다. 다시는 전쟁이 있어선 안 된다는 교훈을 되새길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조 교수는 “제주는 일본이 태평양 전쟁을 위해 남긴 엄청난 규모의 흔적들이 남아있다. 한국전쟁 당시 한국군 훈련소도 있었고 중공군 포로수용소도 존재했다”며 “평화대공원을 만들 대 전쟁 관련 다양한 흔적들을 살려 과거 전쟁을 되살리고 전쟁의 무서움을 느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평화대공원의 핵심이 될 전쟁유적 알뜨르 항공기지 재구성 자료 수집 활동을 진행하고 전시관 등을 통해 아시아 태평양 전쟁 및 한국전쟁을 함께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조 교수는 “알뜨르비행장의 실제 도면이 남아있기 때문에 일본이 어떻게 활용하려 했는지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만들면 좋겠다”며 “전쟁을 위해 제주도를 어떻게 활용했는지를 잘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태 전쟁과 한국전쟁을 보여줄 수 있는 전시 구역과 대정 알뜨르 지역을 설명하는 구역, 제주도 전역에 있는 전쟁유적을 설명하는 구역, 일본군이 제주를 이용한 흔적을 보여주는 구역 등을 만들면 좋겠다”고 의견을 표명했다.
그러면서 “알뜨르를 중요한 평화교육 장소로 만들기 위해서는 평화공원 조성 및 활용을 다 함께 논의해야 한다”며 “정부나 지자체가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토론회를 열어 도민 모두가 논의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임 상임대표는 알뜨르비행장 무상사용은 일제에 빼앗긴 숙원을 해결하는 첫 순간이 될 것이라며 평화대공원을 조성하며 대정지역의 지도를 다시 만들어 가야 한다고 했다.
그는 “송악산과 알뜨르, 대정읍을 잇는 평화공원을 이야기하려면 모슬봉 레이더기지, 송악산 해안, 군부대, 강병대 교회를 포함해 대정지역의 역사와 생태 문화 등 모든 것을 펼쳐놓고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붕 없는 전쟁 박물관이라 일컫는 알뜨르에서 평화를 말하고, 다시는 이런 전쟁이 일어나선 안 된다는 교육을 해야 한다”며 “평화가 얼마나 소중한지 느끼고 알게 하는 알뜨르 평화대공원을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평화대공원은 일제에 의한 침략수탈과 학살의 만행을 저지른 행위를 낱낱이 알리는 장이 돼야 한다”며 “전쟁의 상흔을 보존해 인류를 구할 수 있는 평화의 장으로 만들고 평화의 섬을 실현하기 위해 내가 평화임을 말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평화대공원 조성사업은 각계각층의 조언을 듣고 세심하게 검토한 뒤 설계해도 늦지 않다”며 “미래세대를 위한 교육의 장으로서 제대로 만들어내고 영구히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최성희 비무장평화의섬제주를만드는사람들 활동가 ‘평화의 섬은 어떻게 평화를 배신하는가?’, 정영신 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 ‘평화공원 조성의 역사적 경험들’, 김재훈 제주투데이 기자 ‘가능한 꿈의 제언들’ 등 토론이 진행됐다.
최성희 활동가는 현행 제주특별법에 평화에 대한 개념이 제시돼있지 않고 세계평화의 섬 지정 관련 하위 항목으로 민군복합관광미항 관련 내용이 담겨있는 등 군사기지를 평화의 개념 안에 포함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국방부는 알뜨르비행장을 넘기는 대신 대체 부지가 확보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집했고, 그 대체부지는 남부탐색구조대 설치로 유력한 제2공항이라는 의혹이 사라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인류가 세계 대전을 포함한 거대한 폭력들을 겪으며 평화와 관련해 내놓은 국제 선언이나 조약 그 어디에도 군비 증강과 무력행사가 평화로 가는 길임을 말해주고 있지 않다”며 “제주평화대공원이 어떤 평화를 표방할지, 제주가 어떻게 다시 진정한 평화의 섬으로 거듭날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영신 교수는 알뜨르 위, 다양한 역사적 맥락 속에 건설된 유적들은 그것 자체로도 역사적인 정서와 감정을 자아낸다며 별도의 인위적인 기념물이 없어도 좋을 만큼 풍부한 역사성을 지닌다고 했다.
그러나 서사의 구성이라는 측면에서 비어 있는 부분이 많다며 △일본군 전쟁유적 건설에 동원된 도민 조사 문제 △남아있는 유적들의 보존과 복원 문제 △거쳐 간 경험자들의 기억을 평화대공원으로 연결하는 문제 등을 고민해야 한다고 짚어냈다.
정 교수는 “공군기지 건설 반대운동과 해군기지 건설 반대운동 경험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도 고민거리”라면서 “제주와 대정지역 평화운동 경험은 평화대공원을 구성하는 필수 구성물이다. 기억과 서사를 연결해 평화의 의미가 언제나 새롭게 발굴, 재생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훈 기자는 평화대공원이 무엇인지, 어떻게 조성할 것인지에 대해 도민 사회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다며 민-관-시민단체 간 네트워크를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이 문제를 2023년 제주평화포럼 메인 세션으로 다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평화대공원을 어떻게 조성할지에 대한 논의는 핵심 세션에서 다뤄져야 한다. 제주포럼을 통해 국내외 사례를 검토하고 다른 지역 평화 관련 시설들과의 협력 방안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사업은 행정 당국과 주요 정치인들의 치적으로 삼게 될 것”이라며 “시민들이 진행해온 다양한 작업은 언론에서 좀처럼 다뤄지지 않고 있다. 이들의 존재를 드러내기 위해 협력적 소통 구조를 만들어내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는 △강정마을해군기지반대주민회 △강정평화네트워크 △개척자들 △대정농민회 △대정여성농민회 △비무장평화의섬제주를만드는사람들 △송악산개발반대대책위원회 △송악산을사랑하는사람들 △(재)성프란치스코평화센터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제주제2공항성산읍반대대책위원회 △평화의바다를위한섬들의연대 △AOK(액션원코리아)한국 등이 주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