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75주년] 정부 10억 지원 올해 첫 추념식 문화제 개최...현장 분위기 싸늘

75주년을 맞아 사상 첫 제주4.3 추념식 ‘문화제’가 열렸지만, 예상했던 그림과 달리 텅 빈 객석, 유족 없는 헌화·분향 순서 등의 문제가 나타났다.
올해 4.3희생자 추념식에는 본 행사 이후 식후행사로 문화제가 추가됐다. 정부가 예산을 투입하면서 준비한 공식 문화제다. 정부는 홍보 비용을 포함해 문화제 비용으로 10억원을 지원했다.
문화제 순서는 ▲오프닝 영상 ▲가수 송가인 노래 ▲제주도립무용단 무용 ▲흥산초등학교 학생들 합창 ▲유족 이야기 ▲가수 이정 노래 ▲‘잠들지 않는 남도’ 제창 순이다.
송가인과 이정은 빼어난 가창력으로 유족들의 아픔을 위로하는 곡(월하가약, 엄마 아리랑, 걷고 싶다, 광야에서)을 불렀다. 도립무용단은 4.3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염원하는 창작 안무를 선보였다. 매해 제주4.3 추념에 정성을 다하는 흥산초등학교 학생들의 창작 추념곡과 임충구 어르신의 특별재심 사연 등 매 순서마다 중요한 의미를 담았다.
제주도는 첫 문화제에 대해 “4.3의 전국화, 세계화, 미래화 뿐만 아니라 교육적인 부분까지 아우르는 취지”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실제 현장은 취지와 기대와 상당히 벗어난 모습이었다.

추념식 본 행사가 끝나자마자 국무총리, 도지사를 비롯한 내빈들이 빠져나갔다. 유족들 역시 "4.3희생자 추념식을 모두 마치겠습니다. 고맙습니다"라는 사회자 인사 속에 좌석에서 일어났다. 첫 번째 순서인 가수 송가인 무대가 시작될 때까지 장내는 어수선했고, 남아있는 인원은 추념식 좌석 맨 앞쪽 일부분에 불과했다.
대부분 좌석은 텅 비어 있을 뿐만 아니라 일부는 넘어진 채로 방치됐다. 추념식 전체를 마무리하는 <잠들지 않는 남도> 제창은 ‘여러 사람이 다 같이 큰 소리로 외친다’는 제창의 의미가 무색했다. 문화제 끝까지 남아있던 주요 내빈은 김광수 교육감 정도에 불과했다.
헌화·분향 순서도 문화제 다음으로 밀리면서 썰렁한 분위기였다.

40분 가량 문화제가 끝나고 나서야 헌화·분향이 시작됐다. 하지만 유족 상당수는 일찌감치 빠져나가면서 ‘유족 없는 헌화·분향’이라는 아이러니한 모습이 등장했다.
결국 양조훈 전 4.3평화재단 이사장, 허영선 4.3연구소장, 김두연·송승문 전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 등 4.3 기관·단체 관계자와 유족회청년회 등이 가장 먼저 헌화·분향에 참여했다.
추념식을 나름 풍성하고 의미 있게 만들겠다는 뜻에서 시도한 문화제였으나, 냉정하게 결과는 ‘실패’에 가까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런 이유로 현장에서는 “차라리 10억원을 전야제에 쓰는게 낫겠다”, “민망한 문화제”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