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스로 서북청년단의 후예임을 자처하고 있는 극우 성향 단체가 4.3 추념식 당일 제주를 찾았지만 도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옴짝달싹 하지 못했다.
서북청년단은 4.3 당시 젖먹이 영아 살해까지 서슴지 않으며 민간인 학살을 자행했던 극우 성향 테러 조직이다. 특히 이들은 ‘인간 백정’이라는 말이 따라붙을 정도로 악명을 떨쳤다.
자칭 서북청년단 구국결사대는 4.3희생자 추념식이 거행되는 3일 오전 제주4.3평화공원에 나타나 “4.3의 역사가 왜곡됐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당초 신고한 집회 참석 인원은 20명이었으나 현장에는 달랑 3명만 승합차에 탄 채로 모습을 드러냈다.
추념식장을 찾은 유족들과 도민들은 곧바로 차를 둘러싸 강하게 항의했고 한동안 대치 상태가 이어졌다.
결국 4.3유족회 박영수 감사가 추후 면담을 약속했고, 이들은 차에서 내려보지도 못한 채 자리를 떠났다.
유족들과 도민들은 “4.3평화공원에서 나가라”, “4.3 당시 민간인을 학살한 서북청년단 이름으로 이곳에 올 수 있느냐”, “남의 집 제삿날 훼방 놓는 것 아니냐”, “수만명의 영령이 분노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후 서북청년단 구국결사대는 제주시 동문로터리에서 깃발을 흔들며 4.3 왜곡·폄훼 행위를 이어갔다. 이들은 “서청의 역사를 제대로 안다면 서청을 존경하게 될 것”이라는 망언도 내뱉었다.
하지만 도민들은 무관심을 택했고, 이들의 외침은 허공을 떠드는 메아리일 뿐이었다.
이후 서북청년단 구국결사대는 4.3 당시 강경 진압으로 민간인 학살을 주도했던 故 박진경 대령 추모비와 옛 서북청년단 제주본부 사무실터 등을 찾았다.
이들은 당초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제주시청 일대에서 집회를 열 계획이었다.
이를 감안해 현장에는 4.3 왜곡·폄훼 행위를 저지하기 위해 모인 민주노총 제주도본부 관계자들과 도민 등 30여 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민주노총 관계자들과 도민들은 집회가 예고된 오후 6시까지 현장을 지켰으나 서북청년단 구국결사대는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임기환 민주노총 제주본부장은 “서북청년단이 집단학살과 테러를 정당화하고 4.3을 왜곡하는 행위에 대해 도민으로서 용납할 수 없다”며 “4.3 영령과 유족들의 가슴에 대못질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오늘처럼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막아낼 것이다. 그것이 4.3의 후손으로서 영령들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