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희의 노동세상] (94) 윤석열 정부 1년, 노동 가치는 나아졌나

“이 햄버거 뒤의 노동은 무엇이 있을까요?”

학교에서 노동 인권 수업을 할 때, 햄버거 사진을 보여주면서 우리가 사먹는 이 햄버거 하나에 어떠한 노동이 들어있는지 찾아보는 시간을 갖곤한다. “참깨빵 위에 순쇠고기 패티 두 개 특별한 소스, 양상추 ~...”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는 '빅맥송' 노래가 교실에서 흘러나온다. 재료를 확인한 후 그것을 위한 노동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찾아본다. 

참깨 농사와 밀 농사를 하는 농업 노동자부터 호주에서 소를 키우는 낙농업자, 호주산 쇠고기를 운송해오는 화물선 노동자, 항구에 내려지면 육로를 통해 운송하는 화물 노동자, 햄버거 가게를 지은 건설 노동자, 햄버거 재료를 조립하는 알바 노동자, 오토바이로 집 앞까지 배송해주는 라이더 노동자, 주문을 위해 사용한 앱을 개발한 IT 노동자 등등 햄버거 뒤에 숨겨져 있는 노동의 연결을 확인한다. 

우리 사회의 노동은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사회 구성원의 대부분은 노동자이며, 대다수를 차지하는 노동자가 존중받는 사회가 제대로 된 사회가 아니겠냐는 이야기를 나누며 수업을 이어간다.

“노동의 가치가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겠습니다.”

대통령실 누리집에 게시된 120대 국정 과제 중 노동 정책에 명시돼 있는 문구다. 노동의 가치가 존중받아야 한다는 명제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우리 사회에서 노동의 가치는 좀 나아졌는가. 

정부 출범 직후인 2022년 6월23일 고용노동부는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을 발표하고 핵심을 노동시간 및 임금제도의 개편으로 설정했다. 이후 고용노동부는 ‘미래노동시장연구회’를 발족하고 작년 12월에 발표된 권고문을 기초로 올해 3월6일,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당사자와 전문가의 의견을 청취했다고는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이야기했던 ‘1주 120시간 노동’이 가능하도록 노동시간을 유연화하는 정책이었다. 1886년 미국 시카고 노동자들이 ‘하루 8시간 노동’을 외치던 것이 137년 전이다. 정부의 노동시간 유연화 개정안에 대해 비판 여론이 이어졌다. 정부는 노동시간에 대한 노동자의 시간 선택의 자유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했다. 

2024년도에 적용될 최저임금이 결정됐다. 올해보다 시급 240원이 올라 9860원이다. 역대 최저임금위원회 심의 중 가장 많은 차수로 늦게까지 논의를 했지만 결국 정부 고위인사의 발언대로 9800원선에서 결정돼 또다시 ‘답정너’를 벗어나지 못했다. 노동계가 최저임금 1만원을 처음 요구한 것이 2015년, 대통령 선거에 나온 여야를 막론한 모든 후보들이 임기 내 최저임금 1만원을 달성하겠다고 한 것이 2017년, 벌써 6년 전이다. 

윤석열 정부의 미래노동시장연구회는 ‘이분화 된 노동시장의 임금 격차를 줄이겠다’고 강조했었다. 물가인상률보다 낮은 2.5% 인상된 최저임금으로 저임금 노동시장을 해소하기는 무리다. 장시간 노동이 가능한 저임금 노동시장에서 노동의 가치가 존중될 수 있을까?

우리 사회를 연결하는 수많은 노동이 밤하늘을 수놓은 별자리와 같이 조화롭게 비춰질 수 있구나 라는 생각까지 이어졌다. / 사진=픽사베이
우리 사회를 연결하는 수많은 노동이 밤하늘을 수놓은 별자리와 같이 조화롭게 비춰질 수 있구나 라는 생각까지 이어졌다. / 사진=픽사베이

한편으로는 실업급여(구직급여) 개정 논의를 한다면서 구직자를 모욕했다. 국민의힘 노동개혁특별위원회는 지난 12일 실업급여제도 공청회를 열어 실업급여 하한액을 폐지하거나 낮추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장에 발언자로 참여한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구직급여 담당자는 “고용보험의 목적에 맞는 남자 분들은 어두운 표정으로 오시는데 여자분들, 계약기간 만료, 젊은 청년들은 이 기회에 쉬겠다고 온다”면서 비정규직·여성·청년 노동자를 비하하고 혐오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실업급여가 아니라 ‘시럽급여’라고 한다며 구직자들을 조롱하기도 했다.

실업급여는 고용보험에 가입한 노동자가 실직한 경우 재취업을 하는 기간 동안 소정의 급여를 지급해 생계 불안을 극복하고 재취업의 기회를 주는 사회보험제도다. 매달 월 급여의 일정분을 고용보험료로 납부하고 일정 기간 이상의 취업을 전제로 지급된다. 계약 기간 종료로 인해서, 회사에서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해서, 건강 악화로 현직의 유지가 어려워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해 퇴사해서 등등 ‘비자발적 이직 사유’를 저마다 가지고 있을 노동자에 대한 혐오 발언 속에서 노동의 가치는 또다시 폄훼됐다. 

“노동자는 ‘별’이다.”

노동 인권 수업을 위해 방문한 학교에서 학생들의 반짝이는 눈빛과 만난다. 수업을 시작하면서 노동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학생들은 나름의 생각을 답변한다. 최근에 만난 한 학생은 노동은 “별”이라고 표현했다. 왜 별이라고 생각하냐고 되물으니 별이 자신만의 빛을 내기 위해서 스스로 반짝이는 노력을 하는 것처럼 노동자의 경우도 자신의 노동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며 스스로의 삶을 산다는 점에서 별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시적인 표현이면서도 찰떡 같은 비유라고 생각했다. 우리 사회를 연결하는 수많은 노동이 밤하늘을 수놓은 별자리와 같이 조화롭게 비춰질 수 있구나 라는 생각까지 이어졌다. 교실 안에서의 노동의 가치가 교실 밖에서도 함께 빛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김경희

\‘평화의 섬 제주’는 일하는 노동자가 평화로울 때 가능하다고 생각하면서, 노동자의 인권과 권리보장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공인노무사이며 민주노총제주본부 법규국장으로 도민 대상 노동 상담을 하며 법률교육 및 청소년 노동인권 교육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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