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각예술가 클라우디아 드 보스의 예술 강연
"향은 뇌에 직접적인 자극을 주는 활동"

"향을 맡으면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집니다. 하지만 오늘은 오롯이 감각만을 일깨워 향에 집중해 주세요."

지난 29일 싱그러운 녹빛이 펼쳐진 모루농장에서 '2023 서울고메 후각예술여행'이 진행됐다. 이번 행사는 미식에 큰 영향을 주는 후각을 일깨움과 동시에 제주의 아름다움을 즐기기 위해 마련됐다.

차와 함께하는 '티크닉(Tea+picnic)' 콘셉트의 오찬을 시작으로 세계적인 후각예술가이자 향 심리학자인 클라우디아 드 보스(Cloudia De Vos)의 후각 예술 강연이 이어졌다. 그는 네덜란드인으로 '후각 예술'이라는 분야를 새롭게 개척했다.

차의 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클라우디아 드 보스와 관람객. ⓒ제주의소리

후각 예술 강연은 오롯이 향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전자기기가 없는 어두운 공간에서 진행됐다. 강의 시작 전 후각의 활성화를 위해 코 주변을 마사지하는 등 준비의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클라우디아 드 보스는 강연을 위해 제작한 12가지의 향을 소개했다. 베르가모트와 히말라야 시디 등 다양한 향을 선보였다. 특히 자신의 어머니를 기리고자 제작한 향을 시청각 작품과 함께 선보이기도 했다.

이번 강연에서는 일반적인 시향지를 사용하지 않고 공중에 향을 뿌리거나 휴지를 이용해 시향했다. 관람객들은 휴지를 흔들거나 얼굴에 덮으며 자신만의 방법으로 향을 즐겼다.

클라우디아 드 보스는 강연을 위해 제작한 12가지의 향을 소개했다. ⓒ제주의소리

그는 "향은 뇌에 직접적인 자극을 주는 활동이다. 향을 맡으면 기억이 저장된 우뇌가 자극되는데, 향의 이름을 알게 되면 좌뇌로 이동해 정보가 저장된다"며 향이 우울증 치료와 신경안정제 역할을 하는 과학적인 원리도 함께 설명했다.

이어 향을 시각적으로 나타낸 자신의 작품을 소개했다. 관람객들은 작품을 들여다보고 그 속에 담겨있는 향을 맡으며 새로운 경험을 쌓았다.

이번 행사는 '2024 서울고메'를 위한 프리쇼로 28일과 29일 이틀간 진행됐다.

28일에는 프랑스의 현대무용가이자 다이빙 전문가인 줄리 고티에(Julie Gautier)가 중문 어촌계를 방문했다. 해녀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새롭게 얻은 영감으로 안무를 창조해 보이기도 했다. 이어 '선사시대의 불의 향연'이라는 주제로 제주의 식자재를 활용한 오세득 셰프의 파인 다이닝이 진행됐다.

서울고메조직위원회 한혜정 위원장이 '2023 서울고메 후각예술여행'을 소개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서울고메조직위원회 한혜정 위원장이 '2023 서울고메 후각예술여행'을 소개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서울고메조직위원회 한혜정 위원장은 "서울고메가 후각예술여행을 기획한 것은 후각을 통한 감각의 확장이 우리의 일상생활을 품위 있고 새로운 발견으로 가득 차게 만들기 때문"이라며 "아름다운 땅 제주에서 확장된 감각의 이야기들을 모아 전 세계인들과 함께 보존하고픈 보물들을 발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편 2009년부터 시작된 서울고메는 한국의 식문화를 세계에 알리고자 해외 유명 셰프들과 저널리스트를 초청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다. 각 나라와 식문화를 교류하며 전통문화의 철학과 소중한 유산을 공유하는 자리를 만들어 가고 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