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시선] 제주도 ‘오등봉·중부공원 민간특례사업’ 공동사업자다

11월 15일 오후 1시 제주공영화물주차장에서 '제주 화북2 공공주택지구 개발계획' 브리핑에서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서민 주거안정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DB
11월 15일 오후 1시 제주공영화물주차장에서 '제주 화북2 공공주택지구 개발계획' 브리핑에서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서민 주거안정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DB

갈수록 흉흉하다. 서민 주거안정과 거리가 점점 멀어지는 제주 부동산시장 사정을 두고 하는 말이다. 집값은 꾸준히 내리고 미분양도 쌓여간다. 매수심리가 혹한처럼 얼어붙었지만, 제주지역 민간아파트 분양가 상승세만큼은 여전히 천정부지다. 

한 번쯤 들어봤을 ‘오늘이 가장 싸다’는 말. 부동산시장의 호객 용어지만, 제주에선 이 말이 진실에 가깝다. 소위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아파트 전용면적 85㎡ 규모의 아파트 분양가 ‘10억 원’ 돌파 시점이 이미 가시권에 들었다는 세평 역시 불편하지만 ‘팩트’다. 

미분양이 쌓여가는 시장 현실에도 불구하고, 고금리와 공사비 인상 등의 악재로 ‘고분양가의 역설’ 역시 악순환의 덫을 되풀이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7월 제주시 애월읍 하귀1리에 분양한 효성해링턴 플레이스 제주는 아파트 전용면적 84㎡ 기준 분양가는 최고가 8억9110만원을 기록했다. 발코니 확장비용과 유상옵션 등을 감안하면 9억원을 훌쩍 넘는다. 

9월 청약 접수한 제주시 연동 소재 더샵 연동애비뉴는 전용면적 84㎡ 기준 최고 분양가 11억7980만원을 찍었다. 도내 역대 최고가다. 공급면적 기준으로 3.3㎡당 3400만원에 달한다. 웬만한 수도권 지역의 분양가에 맞먹거나 그 이상이다.

뻔한 결과지만 최근 제주에서 분양 중인 소규모 공동주택은 물론 단지형 아파트 청약이 대거 미달 사태를 맞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제주지역 미분양 주택은 2412호를 기록했다. 지난 7월 역대 최초 2000호를 넘어선 이후에도 미분양 사태는 고장 난 기관차처럼 폭주를 멈추지 않고 있다. ‘악성 미분양’으로 일컬어지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도 875호로 급증했다.

최근 국토교통부는 신규 공공주택지구 대상지로 제주시 동부권 공공주택지구 개발 계획을 공식화했다. 가칭 ‘화북2 공공주택지구’ 개발사업이다. 단일 지구로는 제주에서 역대 최대 규모인 5500세대의 공공주택지구 개발이 본격화되는 셈이다. 서민 주거복지 정책 강화 차원에서 공급물량 절반은 공공분양-임대주택이 들어설 방침이다.

최근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이 사업에 제주도개발공사의 참여 계획을 브리핑하는 과정에서 ‘고분양가’ 문제를 공식 언급했다. 지난 15일이었다. 오 지사는 “고분양가 문제를 바로잡는 데 주력하겠다”고 천명했다.

미분양 주택이 매달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 공공택지개발 추진에 대한 우려의 시선을 불식시키기 위한 도지사의 주목할만한 발언이었다. 오 지사는 이날 주택 미분양 문제의 핵심 원인을 ‘고분양가’라고 진단했다. 

제주시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으로 추진 중인 오등봉공원과 중부공원의 아파트 분양가 산정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오 지사는 두 사업명을 구체적으로 거명하며 “적정한 분양가”를 강조했다. 이날 오 지사 발언의 워딩은 “적정한 분양가 정책이 미분양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분양을 앞둔 오등봉공원, 중부공원도 적정한 분양가가 정해져야 한다.” 이거였다. 

언뜻 들으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러나 곰곰이 곱씹으면 유체이탈 화법에 가깝다. “오등봉공원, 중부공원도 적정한 분양가가 정해져야 한다.”는 오지사의 발언이 무겁게 다가오지 않고, 강 건너 불구경하는 것 같은 인상은 필자만 그런 것인가. 주체적 발언이라기보단 한발 떨어져 있는 관리감독자의 화법이다. 

주지할 사실이 있다. 오등봉공원과 중부공원 민간특례사업은 순수 민간사업이 아니다. 지자체 공동사업이다. 지자체가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인 공원부지 확보에 따른 재정적 부담해소를 위해 공모 방식으로 민간사업자를 선정하고 민간사업자와 공동으로 시행하는 엄연한 지자체 사업이다.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가 공동사업시행자의 지위다. 

그렇다면 오 지사는 단순한 관리감독자의 워딩이 아닌, 이를테면 “오등봉공원, 중부공원도 반드시 적정한 분양가에 공급하겠다”와 같은 직접적이고 명쾌한 화법이 나와야 한다. 

일찍부터 부동산시장에선 분양가 발표가 임박한 오등봉공원과 중부공원의 아파트 분양가격이 국민주택 규모 기준으로 3.3㎡당 3000만원에 육박할 것이란 예상을 내놓고 있다. 이게 현실이 된다면 그동안에도 난개발, 특혜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두 사업은 고금리와 분양시장 냉각 환경 속에서 미분양 사태 속출은 불 보듯 하게 된다. 

민간공원 특례사업 자체가 민간 자본으로 추진되는 만큼, 제주도(제주시)의 직접적 재정상 피해는 없겠지만 미분양 사태가 벌어진다면 개발업체의 채무불이행 등의 후폭풍으로 실패한 사업으로 남게 된다. 건설현장에선 집값 반등폭보다 공사비 인상폭이 더 크다는 토로가 나온지 오래다. 액면 그대로 믿지 않더라도 분양가가 높으면 분양이 어려워 공사비 상승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음은 분명한 현상이다. 

오등봉공원과 중부공원은 그동안에도 말 많고 탈 많은 시간을 보내왔다. 두 곳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성패를 속단하기에는 아직 이르지만 현실성 있는 우려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제주도와 제주시 행정당국의 진지한 역할도 고민되어야 한다. 

<strong>김봉현</strong> <strong>이사·논설주간&nbsp;</strong> ⓒ제주의소리
김봉현 이사·논설주간  ⓒ제주의소리

지자체와 사업자 사이의 협약된 수익구조는 민간은 약정된 수익을, 지자체는 기부채납 부지 및 시설관련비용의 공헌수익으로 배분되는 구조다. 최근 제주도(제주시)가 사업자의 약정 수익을 줄여서라도 분양가를 낮추려 하는 분위기다. 얼어붙은 요즘 부동산 경기에선 통하지 않을 방법이다. 

어느 일방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구조로 변질되어선 절대 성공한 민간특례사업이 될 수 없다. 사업자에게만 약정된 수익을 줄이라고 요구하는 것 만으로는 적정한 분양가가 절대 산출되지 않는다. 운동화 끈을 줄일 때 한쪽만 잡아당긴다고 줄여지지 않는 이치다. 지자체와 사업자가 함께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분양가를 낮출 해답은 이미 나와 있다. / 김봉현 이사·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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