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시선’(視線) 코너는 말 그대로 독립언론 [제주의소리] 입장과 지향점을 녹여낸 칼럼란입니다. 논설위원들이 집필하는 ‘사설(社說)’ 성격의 칼럼으로 매주 수요일 정기적으로 독자들을 찾아 갑니다. 주요 현안에 따라 수요일 외에도 비정기 게재될 수 있습니다. / 편집자 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일 오전 부산 강서구 가덕신공항 부지를 둘러본 후 기자들과 일문일답을 나누며 차량으로 이동 중 60대 남성으로부터 왼쪽 목 부위에 흉기로 피습을 당해 바닥에  쓰러져 있다. 수행하던 민주당 관계자들이 긴급 지혈하며 응급구조 차량을 기다리고 있다. / YTN 갈무리 ⓒ제주의소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일 오전 부산 강서구 가덕신공항 부지를 둘러본 후 기자들과 일문일답을 나누며 차량으로 이동 중 60대 남성으로부터 왼쪽 목 부위에 흉기로 피습을 당해 바닥에  쓰러져 있다. 수행하던 민주당 관계자들이 긴급 지혈하며 응급구조 차량을 기다리고 있다. / YTN 갈무리 ⓒ제주의소리

6년이 흘렀다. 2018년 6.13 지방선거를 한 달 앞둔 5월 14일이었다. 필자가 사회를 맡아 생중계되던 제주도지사 후보 토론회 자리였다. 새해 벽두인 어제(2일),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 방문 중 60대 남성으로부터 흉기 테러를 당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 사건으로 6년 전 그 불편한 기억이 소환(?)됐다. 

이날 제주도지사 후보토론회 종료 1분을 남기고 갑작스럽게 발생한 후보자 폭행 사건으로 제주에서도 후진적 민주주의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고 말았다. 악몽일수록 기억은 명료해진다. 이날 필자는 토론회 생중계를 마치기 위해 “제주도민 여러분, 유권자 여러분, 오늘 토론회를 어떻게 보셨습니까?”라며 맺음말을 읊조리던 찰나였다. 

이제 어림하여 1분 후면 이날 토론회가 모두 마무리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느닷없이 눈앞에서 후보자 폭행 사건이 벌어지고 말았다. 이날 기억은 악몽처럼 잊히지 않는다. 토론회장 객석 맨 앞줄에서 뛰쳐나온 가해자는 당시 제주 제2공항 건설 반대 단체 관계자였고,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원희룡 후보의 면전에 달걀 두 개가 잇따라 투척 됐다. 

2014년 민선 6기 제주도지사였던 원희룡 후보가 제주 제2공항을 강행하려 하자, 조상 대대로 살아온 성산읍 온평리 고향 마을이 공항 건설로 하루아침에 사라지게 될 위기에 처했다고 생각한 가해자가 당시 민선 7기 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원 후보를 향해 분노를 표출한 사건이었다. 

일은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졌다. 필자는 토론회 진행 마이크를 잡고 멘트를 중단한 채 본능적으로 가해자를 잡아 돌려세웠고, 당시 민주당 후보로 도지사에 출마한 문대림 후보자 역시 동시에 벌떡 일어나 가해자를 제지하는 상황이었다. 

2018년 5월14일 제주 벤처마루에서 열린 '2018 지방선거 제주도지사 후보 원포인트 토론회'에서 제주 제2공항 반대단체 관계자가 원희룡 무소속 후보에게 달걀을 투척하는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2018년 5월14일 제주 벤처마루에서 열린 '2018 지방선거 제주도지사 후보 원포인트 토론회'에서 제주 제2공항 반대단체 관계자가 원희룡 무소속 후보에게 달걀을 투척하는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당시 많은 언론이 가해자가 원희룡 후보 얼굴을 향해 달걀을 투척한 뒤 다시 주먹 혹은 손바닥으로 얼굴을 추가 가격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토론회 무대를 비추던 생중계 카메라를 등지고 달려든 가해자의 팔 동작 때문에 달걀 투척에 이어 손바닥 또는 주먹으로 재차 원 후보 얼굴을 가격한 것처럼 보였으나, 사실은 두 차례 다 달걀을 투척한 사건이었다. 당시 놀란 원 후보는 바로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큰 외상없이 당일 밤 퇴원했다. 

가해자는 이날 원 후보에 달걀을 투척한 직후 제지당하자 주머니에서 흉기를 꺼내 자해하면서 토론회장을 피로 물들여 파문을 키웠다. 자신의 주장을 알리려는 정치적인 동기였으나 부끄러운 폭력임은 분명했다.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 해서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법치국가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달걀이면 괜찮고 주먹이어야만 문제라는 지적이 아니라는 것도 굳이 설명할 필요 없을 터. 다만 사실관계는 분명히 짚어야 할 일이라 6년이나 지난 일임에도 ‘이재명 피습 사건’으로 아프고 부끄러운 기억의 보따리를 풀어헤쳤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새해 벽두부터 백주에 기자들 앞에서 60대 남성으로부터 흉기에 의한 피습을 당했다. 앞서 달걀과는 무게가 백번 다른 살인미수 행위다. 어떤 이유로든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 특히 유권자와 가까이 접촉할 수밖에 없는 정치인에 대한 물리적 테러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심각한 범죄이자 후진적 문화다. 

‘이재명 대표 피습’으로 과거 정치인들에 대한 테러 사건들이 재조명된다. 멀게는 DJ 납치·YS 질산 테러로 목숨을 위협했던 기억에서부터, 가깝게는 박근혜 커터칼 피습, 망치에 의한 송영길 두개골 함몰 사건 등이 떠오른다. 

김봉현 이사·논설주간
김봉현 이사·논설주간

이재명 대표는 경정맥 손상에도 응급 수술로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한다. 위급상황을 넘겨 다행이지만 벌써 온갖 추측과 가짜뉴스가 난무하고 있다. 정치권 일부에선 유불리를 따지며 벌써 정치적 해석으로 연결하려 애쓰는 추태도 보인다. 이 모든 것들이 유권자들에게 불신을 조장하는 극단적 정치문화다. 

새해 벽두부터 터진 테러 사건이 여야 정치권은 물론 유권자들까지도 우리 정치를 혐오와 극단으로 치닫지 않도록 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정치인은 깨끗한 정치로 상대와 대별되어야 하고, 유권자는 오직 ‘표’로 정치인을 심판해야 한다. ‘이재명 피습’이 다시 정치인과 유권자에게 남긴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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