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시선] 제주가 생존을 위해 풀어야할 과제는 환경문제

‘소리시선’(視線) 코너는 말 그대로 독립언론 [제주의소리] 입장과 지향점을 녹여낸 칼럼란입니다. 논설위원들이 집필하는 ‘사설(社說)’ 성격의 칼럼으로 매주 수요일 정기적으로 독자들을 찾아 갑니다. 주요 현안에 따라 수요일 외에도 비정기 게재될 수 있습니다. / 편집자 글


22대 총선이 끝나고 개원을 한 달 앞두고 있다. 윤석열 정권에 대한 심판 선거임은 지지 정당을 떠나 이번 선거를 가르는 공통된 평가다.

하지만 정권 심판론이 휩쓴 이번 선거는 새로운 사회에 대한 성찰과 대안을 놓치게 했다.

정권 심판은 했지만 마땅히 떠오르는 진보적 정책을 찾기 힘들다.

선거과정에서 다양한 정책 제시와 논쟁속에 답을 찾아야 했던 문제들이 고스란히 날 것으로 남아있다.

특히 환경문제는 제주가 생존을 위해 풀어야할 과제다. 

2000년대 이후 급증한 관광객으로 제주는 곶자왈을 비롯한 자연환경 파괴와 함께 상하수도 시설 부족과 지하수 오염, 생활쓰레기 증가, 대기오염, 교통난 등 심각한 환경문제를 겪고 있다.
관광객 증가와 제주도민들이 부담해야하는 환경비용은 비례한다.

2022년 기준 도민 1인당 환경세출 예산액은 104만7,788원으로 전국 평균 53만3,130원에 비해 2배 가량 많다. 

생활폐기물 배출 현황도 비슷하다. 2020년 도민 1인당 생활폐기물 배출량은 하루 2.0kg로 전국 평균 1.2kg에 비해 2배에 이른다. 이밖에도 여러 환경관련 수치는 관광객 증가가 제주 환경문제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상황에서 환경 보전과 생활환경 개선, 오염원 처리를 위한 재원부족에 시달리고 있으며 대안으로 환경보전분담금이 오래전부터 거론됐다.

날로 심각해지는 제주환경 상황에 따라 환경보전분담금 도입 필요성도 커져갔다. 

자연환경이 주는 혜택을 누리는 만큼 비용을 지불함으로써 자연환경을 보전하고 다양한 환경가치 창출로 지속가능한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는 제도 취지에 도민들도 찬성하는 여론이 높다.

입도세란 이름부터 환경보전기여금, 환경보전부담금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려왔으나 오영훈 지사는 환경보전분담금으로 도입을 공약했다.

지난 3월 제주특별자치도는 한국환경연구원(KEI)에 의뢰한 (가칭)제주환경보전기여금 제도 도입 실행방안 마련 용역 최종보고서를 공개하며 환경보전분담금 도입은 속도를 내는 듯 했다.

하지만 어렵게 도민사회 합의를 이끌어내며 힘을 받던 환경보전분담금이 관광객 감소세라는 경제상황속에 난기류를 맞고 있다.

오 지사는 지난달 16일 제주도의회 도정질문에서 환경보전분담금 도입에 대해 "관광객 감소 등 어려운 지역경제 상황을 이유로 당분간 지켜보겠다"며 속도조절에 나섰다.

경제상황 등을 고려한 신중한 접근이라는 상황 이해에도 불구하고 자칫 환경보전분담금 제도 도입이 늦어지거나 어려울 수도 있다는 인식을 주기에 충분하다.

자칫 환경보전분담금 도입이 좌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목소리도 나온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들도 우려와 함께 적극적 추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무엇보다 제주 환경이 놓인 상황과 환경보전분담금 도입을 위해 노력한 추진 과정을 볼 때 최근 관광객 감소세가 추진방향을 돌릴 만한 이유인지 의문이다. 

제주지역 경제상황이 어렵다는 인식과 우려는 도민들도 함께한다.

하지만 이를 이유로 환경보전분담금 제도 도입을 유보 또는 중단하는 것은 환경 현실에 대한 안일한 인식이다. 이미 관광객들에게는 갈수록 도시화하고 훼손되는 제주 자연과 문화를 보며 안타까움과 함께 발길을 돌리는 상황이다.

환경보전분담금 제도 도입취지가 단순히 관광객들에게 징벌적으로 비용을 징수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자연환경 혜택에 대한 수익자 부담을 통해 자연환경보전과 관광 수용력 증대, 고품격 관광으로 변화 등 제주관광산업 발전에 기여한다는 사실도 함께 살펴야한다. 

용역진도 분담금을 적절히 사용함으로써 제주 자연환경의 질적 수준이 올라가면 중장기적으로 관광수요 증가와 관광산업 발전 가능성도 높아갈 것이라 내다봤다.

당장 관광객 수가 지난해보다 줄어들었다고 한들 이미 포화되거나 오염된 제주환경이 크게 개선되거나 해결된 것도 아니다. 제주가 겪는 환경관련 문제들은 난개발과 늘어난 관광객들로 인해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며 누적되고 있는 상태다.

지구가 이미 과도한 탄소배출로 기후위기를 맞이한 상태에서 한 때 탄소배출량이 조금 감소했다고 해서 기후위기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실과 다름없다.

실제 이유로든 관광객 수치도 흐름에 따라 들쑥날쑥한다. 

한국은행제주본부가 밝힌 실물경제동향을 보면 지난 3월중 제주방문 관광객수는 107만6,000명으로 전년 동월대비 6,000명이 늘었다. 4월 들어서도 증가세를 보여 4월 29일 기준 관광객은 430만9,368명으로 지난해 425만8,917명보다 오히려 1.2% 늘었다. 내국인 관광객이 해외여행 수요 지속으로 감소했으나 외국관광객은 크게 늘어나 지난달 기준 지난해보다 증가한 것이다.

환경보전분담금 도입이 늦어질 경우 미치는 파장은 다른 환경관련 정책추진에도 영향을 미친다. 대표적 사업은 오 지사 10대 공약중 하나인 생태계서비스지불제다.

생태계서비스지불제는 보호지역이나 생태우수지역 주민이나 토지소유자가 생태계서비스 유지 및 증진 활동을 하는 경우 적절한 보상을 지급해 자발적 환경보전운동을 이끄는 제도다.

제주자연환경보전을 위해 새롭게 도입되는 주요 제도 중 하나다. 지난해 첫 사업을 시작했으며 올해에는 21개 마을에 대해 3억9,600만원을 지원한다.

하지만 사업비나 사업 내용이 당초 목적을 이루기에는 빈약하다. 대안은 환경보전분담금이다. 오 지사는 2026년 환경보전분담금 도입과 함께 이를 재원으로 생태계서비스지불제를 확대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환경보전분담금이 흔들릴 경우 생태계서비스지불제 사업 또한 계획대로 추진할 수 없는 상황이다. 환경보전분담금을 활용한 곶자왈 매입 등 곶자왈 보전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환경보전분담금 도입은 하자고 해서 쉽게 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제주특별법과 부담금관리기본법 개정을 비롯한 징수체계 마련 등 준비 과정도 만만찮다. 관광업계를 비롯한 도민사회 이해와 의지를 모으는 일도 쉽지 않다. 지금부터 시작해도 당장 1~2년 사이 도입되리라는 보장이 없다. 

서둘러도 늦을 수밖에 없는 게 환경보전이다.  

자연환경 파괴와 기후위기를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제주사회로 전환을 이루는 가치와 의지를 담은 환경정책 추진이 필요한 때다. / 김효철 논설위원(곶자왈사람들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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