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희의 노동세상] (105) 제주시체육회장 괴롭힘 인정, 사전 예방 중요

민주노총 제주지역본부와 전국민주일반노조 제주본부는 2일 오전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병철 제주시체육회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제주의소리
민주노총 제주지역본부와 전국민주일반노조 제주본부는 2일 오전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병철 제주시체육회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제주의소리

2019년 7월,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법적인 정의와 괴롭힘 발생시 구제절차에 대한 내용을 담아 근로기준법이 개정되면서 소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 된지 5년이 지났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만들어지기 전부터 사업장에서의 지위를 이용한 괴롭힘 행위는 다양하게 존재해왔다. 사회적인 문제가 계속되자 이를 예방하기 위해 만든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현재 현장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 

제주에서도 끊이지 않는 직장 내 괴롭힘

최근 제주시체육회장의 직장 내 괴롭힘이 고용노동부를 통해 인정되었다. 작년 초 회장의 취임 후, 체육회 사무국 직원들에게 대한 부당한 업무지시나 적절하지 않은 언행이 반복되었다. 해당 노동자들은 지난 1월에 고용노동부에 회장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를 했고, 이에 대한 법적 판단을 받은 것이다. 모두 12가지의 괴롭힘 행위가 인정되었다고 알려지는데, 구체적으로는 가족이 운영하는 꽃집의 배달을 지시나 주말 경조사 동행 등 사적인 업무지시를 하거나 신협 조합가입과 카드 가입을 강요하는 일이 있었다. 그밖에 사무국 노동자에 대한 부적절한 언행 등이 인정되었다.

이러한 직장 내 괴롭힘 문제는 비단 제주시체육회만의 문제는 아니다 불과 몇 개월전 제주도 출자출연기관장 이 직장내 괴롭힘으로 5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는 일이 있는가 하면 지금도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며 상담센터의 문을 두드리는 노동자가 많다.

한사람의 인격을 무너뜨리는 직장 내 괴롭힘

근로기준법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라고 정의하고 있다. 제주지역 직장내 괴롭힘에 대한 상담을 하고 있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제주직장갑질119’에서 가장 많은 질문 중에 하나는 “이것도 직장 갑질에 해당되나요?”이다.

현장에서는 법적인 정의규정을 넘어선 다양한 괴롭힘 유형이 존재한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법률적인 판단을 받기 위해서는 그 괴롭힘 행위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졌는지 여부,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섰는지 여부 등에 대하여 판단을 하게 되지만, 현실에서 당사자가 맞닥뜨리는 직장 내 괴롭힘은 어떠한 잣대를 들어 판단하기 어렵다. 이미 괴롭힘 행위로 인해 피해자의 인격이 침해되어 정신적-신체적 피해를 입은 상황이 많기 때문이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이후, 현장에서는 여러 반응이 있었다. 그 중 하나는 업무에 대한 숙련을 높이기 위해 상급자로서 업무지시를 하고,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 지적을 하면 그것이 갑질로 매도되는 경우가 있어 억울하다는 호소였다. 하지만 업무지시 행위가 업무상 적정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되지 않고, 그간 직장에서 상명하복식의 조직문화가 형성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했다면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하면 당사자를 포함하여 누구든지 사용자에게 이를 신고할 수 있다.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한 경우 사업주는 지체 없이 조사를 실시하고, 가해자와 분리조치 등 피해 노동자를 보호하고, 후속조치로서 행위자를 징계하는 등 일련의 조치를 취할 의무가 부여되어 있다. 해서 직장 내 괴롭힘 행위에 대하여 각 사업장에서 갖추고 있는 직장 내 괴롭힘 구제 신고철차에 따라 신고를 할 수 있다. 그런데 만약에 신고를 했는데 이후 절차가 진행되지 않거나 괴롭힘 행위를 한 가해자가 사업주 즉 대표인 경우에는 곧바로 고용노동부에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을 신고할 수 있고 이 경우 고용노동부에서 직장 내 괴롭힘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직장 내 괴롭힘을 스스로 신고를 하는 과정도 쉽지 않지만,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목격자의 진술이나 증거가 필요하다. 만약 내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면 먼저 기록을 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하고 싶다. 괴롭힘 행위에 대하여 육하원칙에 따라서 언제, 어디서, 어떻게 등을 구체적으로 메모해둔다면 이것이 나중에 중요한 증거자료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괴롭힘 행위의 발생에 대하여 너무 자책하지 않고 구제절차에 따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찾아보는 것이 좋겠다. 

직장 내 괴롭힘 없는 일터를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한건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다.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안전보건교육의 내용으로 ‘직장 내 괴롭힘, 고객의 폭언 등으로 인한 건강장해 예방 및 관리에 관한 사항’을 포함시켜 직장 내 괴롭힘 예방을 위한 법정의무교육을 부여하고 있다. 그 밖에 각 사업장에서 직장 내 괴롭힘 예방교육을 통해 평등한 조직문화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다만, 작은 사업장 등 의무교육이 어려운 경우들도 많다.

노동자는 노동력을 제공하고 그에 대한 대가로서 임금을 받으며 생활하는 존재이지만, 동시에 그 노동력을 제공하는 것은 인격을 가진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고 함께 생활 할 수 있었으면 한다. 


김경희

‘평화의 섬 제주’는 일하는 노동자가 평화로울 때 가능하다고 생각하면서, 노동자의 인권과 권리보장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공인노무사이며 민주노총제주본부 사무처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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