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원이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사무처에 문서를 보내 태영호 사무처장의 주소지 등을 확인하기로 했다.
지난 22일 제주지방법원은 군사재판 피해 4.3희생자인 오영종 할아버지와 제주4.3희생자유족회, 김창범 4.3유족회장, 양성홍 4.3행불인협회장 등이 태 사무처장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의 변론을 재개했다.
태 사무처장 측이 인적사항 등을 임의제출하지 않으면서 선고를 앞둬 변론이 재개됐다.
4.3유족회 등 원고들은 태 사무처장의 발언으로 훼손된 명예에 대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통상적으로 손해배상을 위해서는 피고 측의 인적사항이 특정돼야 돼 관련 자료를 임의제출하는데, 태 사무처장 측은 그러지 않았다.
원고 측이 승소해 손해배상이 인정된 상황에서 피고 측이 제대로 배상하지 않으면 법원은 강제집행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강제집행을 위해서는 피고의 주소지 등이 특정될 필요가 있다.
22일 변론에서 4.3단체 등 원고들과 재판부는 피고 태 사무처장의 임의제출 의사를 물었지만, 태 사무처장 측은 임의제출을 거부했다. 강제집행이 결정된다면 그때 인정사항을 특정해도 늦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태 사무처장이 근무하는 민주평통 사무처에 인적사항 등을 제출하라는 문서를 보내기로 했으며, 피고 측의 답변을 지켜보기로 했다.
태 사무처장은 국회의원 신분이던 2023년 2월 국민의힘 지도부 선출을 위한 합동연설회 일정으로 제주를 방문, 4.3에 대해 망발했다.
태 사무처장은 ‘4.3사건은 명백히 김씨 일가에 의해 자행된 만행’이라고 말하면서 4.3을 왜곡·폄훼했다. 김씨 일가는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을 의미하며, 이는 오랜 기간 4.3을 괴롭힌 색깔론이다.


4.3은 1947년 3월1일 이른바 ‘3.1절 기념대회 발포사건’을 기점으로 1948년 4월3일에 발생한 소요사태 및 1954년 9월21일까지 7년6개월 넘게 이어진 시기에 제주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진압 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된 사건이다.
태 사무처장의 말대로라면 4.3은 1948년 4월3일 시작돼야 하지만, 치열한 진상규명 끝에 규정된 4.3의 발발은 1947년 3월1일이다.
발포사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는 전 도민적 목소리가 커진 가운데, 남한만의 단독정부 수립 반대, 신탁통치에 대한 찬·반 등 엄중한 상황이 겹쳤다. 통일된 새로운 국가를 염원한 목소리는 반정부 세력 취급을 받았고, 남로당 제주도당의 경찰지서 습격이 이뤄지면서 ‘제주=남로당=빨갱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인식 속에 민간인 학살이 자행됐다.
4.3사건진상보사보고서에 1948년 4월3일 소요사태에 대한 남로당 중앙당(김일성) 지령설은 모두 허구라고 명시돼 있다. 지령설이 처음 언급된 것도 1970년대 군사독재 시절 언론에 연재된 글에서 시작됐으며, 심지어 해당 연재 작성자조차 ‘외부에서 나의 글을 고쳤다’고 해명했다.
이 같은 역사적 진실을 무시한 채 태 사무처장은 국회의원 신분으로 4.3에 대해 망발했고, 같은 해 제주 곳곳에 4.3을 폄훼·왜곡하는 현수막이 내걸리기도 했다.
오랜 기간 상처를 받고 살다 진상규명 등이 이뤄져 이제야 4.3 얘기를 할 수 있게 된 4.3희생자와 유족들은 또 다시를 상처를 받았다.
4.3유족회 등은 태 사무처장에게 사과를 지속적으로 요구했지만, 무응답하면서 이번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4.3을 왜곡한 태 사무처장은 올해 4월 제22대 총선에서 재선 국회의원에 도전해 탈락했으며, 최근 민주평통 사무처장에 임명됐다. 이로인해 4.3을 왜곡한 인사의 민주평통 사무처장 임명을 거부하면서 제주에서 민주평통 자문위원들이 잇따라 사퇴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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