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한림읍 금능리‧월령리 해녀 26명 은퇴식
금능리 새내기 해녀 3명에 테왁‧빗창 등 전수

한때 2만 명을 훌쩍 넘었던 제주 해녀가 현재 2800여 명밖에 남지 않았다. 그마저도 해녀 10명 중 9명이 60대 이상의 고령 해녀들이고, 최근 5년간 매년 200여 명 정도의 해녀가 줄어드는 것뿐만 아니라 매년 은퇴 해녀 수가 급속히 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은퇴 해녀들이 새내기 해녀들에게 평생 목숨처럼 간직해오던 테왁이나 빗창 등 분신 같은 물질 도구들을 전달하는 뜻깊은 해녀 은퇴식이 열린다. 현재 추세라면 10년 후 제주해녀가 사라질 것이란 위기 속에 은퇴 해녀가 새내기 해녀에게 물질 도구를 ‘전수’해 사실상의 제주해녀문화 전승 메시지를 알리는 의미 있는 자리다.
제주시 한림읍 금능리(이장 송문철)와 월령리(이장 강한철)가 주최하고 사단법인 제주해녀문화협회(이사장 양종훈)가 주관하는 ‘제4회 제주해녀 은퇴식’이 오는 9일 오전 10시 서귀포시 안덕면 소재 플레이사계에서 개최된다.
제주도 통계를 보면 2023년 제주해녀 수는 2839명이다. 1970년(1만4143명)이었지만 지난해 활동한 제주 해녀의 90.3%(2565명)는 60세 이상이다. 50대가 6.1%(175명), 40대가 2.3%(66명)다. 30대는 0.9%(27명), 20대는 0.2%(6명)뿐이다.

이번 은퇴하는 한림읍 금능리 해녀는 고금선(88), 김부자(81), 김선아(78), 김영아(80), 김인하(78), 문수열(80), 양여선(80), 양윤정(82), 임희숙(59), 현봉옥(83), 홍옥랑(83), 홍준자(80) 해녀 등 12명이다.
또한 한림읍 월령리 해녀로는 강정량(55), 고유보(85), 고정자 (82), 박계옥(87), 박순화(88), 송인순(96), 신창윤(85), 양명자(77), 양수열(82), 양한정(78), 이문혜(80), 함경화(71), 홍춘희(79), 홍화자(81) 해녀 등14명이다. 금능리와 월령리를 합쳐 이번 은퇴하는 해녀는 총 26명이다.
이날 은퇴식에선 한림읍 금능리 어촌계에 가입한 노진영(46), 문미란(38), 최지은(36) 새내기 해녀가 선배 은퇴해녀들이 평생 사용해오던 물질 도구를 전수 받고 해녀문화 전승에 앞장설 것을 약속할 예정이다.
지난 3회 은퇴식에 이어 이번에도 한국걸스카우트연맹(총재 김종희)이 수여하는 걸스카우트 명예지도자증을 은퇴 해녀들에게 헌정할 예정이다. 은퇴 해녀들을 위한 새내기 후배 해녀들의 축하 공연도 마련된다.
김종희 총재는 “한국걸스카우트연맹 명예지도자증은 여성의 삶을 변화‧성장시키고 지역사회와의 동반성장에 꾸준히 노력해온 분들에게 수여하고 있다. 한국걸스카우트연맹과 제주해녀문화협회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제주해녀문화의 전승을 위해 은퇴 제주해녀들에 대한 지속적인 명예지도자 헌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양종훈 이사장은 “빠르게 제주해녀 수가 줄어들어 올해는 2800여 명 정도로 급감하고 있다. 최근엔 매년 300명 정도의 해녀가 줄어들고 있지만 새내기 해녀의 어촌계 진입은 한 해 동안 30명 정도에 그치고 있다”라며 “이런 추세라면 10년 내 제주해녀가 사라질 수 있으나, 은퇴 해녀가 새내기 해녀들을 위한 물질 도구를 선물하는 것은 해녀문화의 전승에 매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녀 은퇴식은 오랜 세월 바다에서 가족의 생계와 마을공동체를 위해 헌신적으로 해녀 활동을 이어온 고령 해녀들의 노고를 인정하고 은퇴를 축하하는 자리다. 제주해녀문화협회는 지난 5월 한림읍 귀덕2리에서 첫 ‘해녀은퇴식’을 시작으로, 10월 구좌읍 하도리에서 두 번째 ‘해녀은퇴식’을 열었다.
또한 지난 11월 한림읍 수원리 해녀들에 대한 세 번째 은퇴식을 열었고, 네번째 은퇴식으로 오는 9일 한림읍 금능리‧월령리 해녀 26명에 대한 은퇴식을 마련했다. 지난 10월18일에는 ‘제1회 제주해녀 대상군 명인‧명장 헌정식을 열기도 했다.
사단법인 제주해녀문화협회는 제주도 내 각 마을별 해녀 은퇴식을 꾸준히 추진할 예정으로, 일체의 보조금 지원없이 자발적인 후원금과 재능기부로 행사를 주관해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