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개원 20년 앞두고 다시 돌아봐야 할 돌문화공원의 출발

1998년 제주돌박물관, 1999년 제주종합문화공원, 그리고 2001년 제주돌문화공원. 

제주돌문화공원(이하 돌문화공원)의 역사는 1998년 탐라목석원 백운철 대표의 ‘제주돌박물관’ 제안으로 시작한다. 젊은 시절부터 나무와 돌을 모으고 만지는 취미를 가지고 있던 백운철 대표는 1972년부터 탐라목석원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제주 자연과 신화에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던 백운철 대표는 자신이 모은 자연석, 민속품 등을 남길 뿐만 아니라 섬의 기원을 세상에 보여줄 공간이 필요하다고 구상했다.

그 생각에 화답한 인물은 바로 故 신철주 북제주군수다. 북제주군은 약 100만평(326만9731㎡)에 달하는 사업 부지를 제공하고, 탐라목석원은 1만2000점에 달하는 소장품을 기증하기로 합의한다.

2000년 제주종합문화공원 조성사업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 담긴 단계별 구상도 ⓒ제주의소리
2000년 제주종합문화공원 조성사업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 담긴 단계별 구상도 ⓒ제주의소리

2000년 수립된 제주종합문화공원 기본계획을 보면 2006년까지 약 29만평(95만8677㎡) 부지에 1단계 사업을 추진하고, 2020년까지 나머지 약 70만평(231만4049㎡) 부지에 2단계 사업을 추진한다. 

이후 ▲사업 기공식(2001년 9월) ▲북제주군, 탐라목석원 합동 추진기획단 구성(2009년 9월) ▲제주돌문화공원 홈페이지 구축(2003년 3월) ▲제주돌문화공원사업소 개소(2005년 2월) ▲제주돌문화공원 개원(2006년 6월) ▲특별전시관 착공(2007년 1월) ▲제주전통초가마을 조성공사 착공(2008년 12월) ▲오백장군갤러리 개관(2010년 9월) ▲제주전통초가마을 개장(2012년 8월) ▲돌문화공원 2단계 2차 건설공사 착공(2016년 4월) ▲설문대할망전시관 건축·부대공사 준공(2019년 8월) ▲설문대할망전시관 개관(2025년 6월)까지.

돌문화공원 전경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돌문화공원 전경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20년 넘는 시간에 걸쳐 돌문화공원이 걸어온 역사는 주요 과정에 대한 간단한 설명만으로는 담을 수 없는 고민과 여러 감정들이 담겨 있다. 신철주 군수의 예상치 못한 사고, 특별자치도의 출범과 사업 지체, 사업 계획 수정, 이질적인 시설물 설치와 철거 등 굴곡진 과정을 돌문화공원은 겪어야만 했다.

특히, 특별자치도 출범은 돌문화공원 사업 추진에 있어서 결정적인 분기점이라고 볼 수 있다. 당시 특별자치도는 북제주군과 탐라목석원이 체결한 협약 내용을 온전히 승계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고, 이로 인해 사업 기간이 길게는 3년 간 지체되는 여파를 남겼다. 이후 설문대할망전시관 조성을 비롯한 크고 작은 사업 추진 과정이 여러 차례 수정되기에 이른다. 이 과정에서 행정과 백운철 대표를 필두로 한 민간사업 참여자 간의 갈등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드넓은 부지 위에 막대한 사업비, 긴 시간이 투입되는 대형 사업을 출발시킨 책임자로서, 백운철이란 개인에게 돌문화공원은 단순한 공원 이상의 의미일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건물, 자재, 돌 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하는 세심함으로 사업을 대했다.

이런 정성과 배경을 익히 알고 이해하는 환경이었다면 불협화음은 줄었겠지만, 안타깝게도 환경이 급변하면서 감수해야 할 진통의 폭도 커질 수밖에 없었다. 불행 중 다행이라면, 2021년 민관 합동추진단 계약 종료 전후로 다소 혼란스러웠던 돌문화공원에 대한 제주도 행정의 인식이 현재는 다소 나아졌다는 점이다.

그저 그런 관광지로 취급하려던 시선에서, 돌문화공원의 설립 취지와 가치를 존중하려는 판단이 다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왼쪽부터 신철주, 백운철 / 사진=YTN 뉴스 갈무리
왼쪽부터 신철주, 백운철 / 사진=YTN 뉴스 갈무리

“(제주)돌은 자원적으로 누가 평가할 수 없을 정도의 무한한 가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돌문화공원 사업을 제주도의 역사적인 사업으로 만들겠습니다.”
- 故 신철주 군수

“도민의 한 사람으로서 여생을 여기에 매진하고 싶은 꿈이 있습니다. 저는 지금 꿈을 이루고 있습니다.”
- 백운철 대표

2004년 3월, 두 사람은 나란히 TV 뉴스에 출연해 돌문화공원 사업에 대한 기대감을 남겼다. 그리고 한 사람은 떠났고, 한 사람은 남았다.

남은 이는 고인의 유산과 본인의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많은 정성과 자원을 쏟고, 무수한 갈등과 오해를 지나 돌문화공원은 비로소 개원 20년을 목전에 두고 완성된 모습을 갖추게 됐다. 

앞으로도 많은 도청 공무원들이 돌문화공원관리소로 발령을 받을 것이고, 또 누군가는 관리소장을 맡을 것이다. 그럼에도 변치 말아야 할 것은 신철주·백운철 두 거인이 손을 맞잡고 그린 돌문화공원의 정신이다. 

“갑(북제주군)은 돌문화공원을 조성하기 까지 필요한 모든 행·재정적 조치를 다하고 을(탐라목석원) 역시 사업기간 내내 가장 제주도적인 문화공원을 조성하는데 역할과 책임을 다하여 민·관의 힘을 합쳐 우리세대의 하나의 기념물을 후손들에게 물려주기 위한 순수한 향토문화사업으로 발전해 나간다.
- 1999년 1월 19일 신철주 북제주군수, 백운철 탐라목석원 대표 간 제주종합문화공원조성사업(현 제주돌문화공원 사업) 협약서 가운데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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