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소리] "미심쩍지만 의심 못해" 과욕 부리면 피해 직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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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대행업체를 운영하는 김모씨에게 전화가 걸려온 것은 주말을 앞둔 지난 5일 늦은 오후였습니다.

자신을 제주대학교 직원이라고 소개한 남성 오모 주무관은 기숙사 매트리스 청소 업체를 찾고 있다며 견적서를 요청했습니다.

가격을 안내하자 "타 업체에 비해 아주 싸네요", "가격이 괜찮다"며 감사를 표하기도 했고, 곧바로 다음날 청소를 진행해달라고 주문했습니다.

황당한 사건은 이튿날 벌어집니다. 

"방문 확인차 연락을 드렸다"고 운을 뗀 오 주무관은 "혹시 지인 중 책상 판매업자가 있느냐. 거래를 하려는 업체가 있는데 갑자기 단가를 올리는 바람에 난감해졌다. 거래처에 단가를 한번만 확인해달라"고 요구합니다.

미심쩍기도 하고 마뜩치 않은 부탁이었지만, 당일 일거리를 맡은 김씨의 입장에서는 단순 요구를 거절하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오 주무관으로부터 안내받은 A업체는 책상 단가로 20만원을 제시했습니다. 이를 알리자 오 주무관은 "우리가 주문할 때는 27만원을 불렀다. 공공기관이라 만만하게 보나보다"라며 "사장님이 20만원에 책상을 구매해 우리에게 25만원에 판매해주시면 어떻겠나"라는 구체적인 제안을 내놓습니다.

논리대로라면 앉은 자리에서 차액을 남길 수 있는 제안입니다. 책상 주문내역이 50개였으니 250만원의 수익을 남길 수 있는 셈이죠. B업체는 물건을 납품하기 위해서는 선입금이 필요하다며 전체 대금의 50%인 500만원을 입금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글로만 보면 최근 기승을 부리고 있는 공공기관 사칭 신종 사기라는 것을 눈치채셨을 겁니다. 실제 명함과 유사한 형태를 내세워 공공기관 업무를 빙자한 뒤 선입금을 유도하는 방식입니다.

다만, 김씨는 의심스럽긴 했지만 사기일 것이라는 확신을 갖는것은 쉽지 않았다고 당시를 회고했습니다.

사기 행각에 사용된 실제 명함.
사기 행각에 사용된 실제 명함.

말투도 의심할 여지가 없었을 뿐더러 김씨에게 보낸 명함의 오OO 주무관은 실제 제주대학교에 근무하는 직원이었습니다. 교묘하게 휴대전화번호와 이메일 주소만 바꿔놓았던 것입니다.

또 책상 단가를 안내한 A업체 역시 인천시 지역에 실제하는 기업이었습니다. 조직적이고 치밀한 사기 행각으로, 확인을 철저히 하지 않았다거나 혹은 과욕을 부렸더라면 충분히 속아넘어갔을 구조입니다.

다행히 김씨는 "자신은 할 수 없는 일"이라고 거절하며 직접적인 피해를 입지 않았습니다. 다만 예상된 스케줄에 맞춰 청소를 하러 갔음에도 오 주무관이라고 자신을 속였던 신원 미상의 남성은 전화를 받지 않았고, 허탕을 치는 피해는 피할 수 없었습니다.

김씨는 "보통 공공기관 주무관이라고 하는데 '진짜 맞느냐'고 따져 묻는일은 없지 않나. 처음엔 흔하게 들어오는 청소 의뢰라고 생각했을 뿐 의심하지 않았다"며 "이상한 부탁이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괜히 일감을 놓칠까봐 따지지는 못했다"고 떠올렸습니다.

최근 들어 공공기관을 사칭한 사기 행각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당장 제주대학교만 하더라도 김씨의 사례 외에도 사기 피해의 위험에 노출돼 왔습니다. 조경업체, 중장비업체 등 대상과 방식을 가리지 않는다는게 학교측의 설명입니다.

제주도청, 제주도교육청, 제주시청 등 지역 내에서도 사기 행각이 횡행합니다. 피해 예방을 위해서는 명함에 적힌 기관 이메일이나 대표번호를 교차 점검하는 과정이 필요하겠습니다. 특히 공공기관을 사칭하며 '선입금'을 요구하는 경우 대부분 사기이므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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