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실험, 대한민국의 미래] ④제주특별법 특례 전략적 활용 필요

1. 들어가며: 이번에는 달라야 한다
선진국은 60년 이상 정책을 지켰습니다. 우리는 20년간 5번 바꿨습니다.
지난 세 차례 연재를 통해 확인한 교훈입니다. 프랑스는 1963년 국토정비균형개발청(DATAR) 설립 이후 60년 이상, 영국은 1947년 「도시농촌계획법」 제정 이후 80년 가까이 정책의 기본 틀을 유지하며 수도권 집중을 완화시켜왔습니다.1)
반면 우리나라는 지난 20년간 균형발전 관련 법률 명칭이 3회, 위원회 명칭이 5회 바뀌며 정권 교체마다 정책이 단절되는 모습을 보여왔습니다.2)
이러한 가운데 이재명 정부가 '5극 3특' 전략을 제시했습니다. 수도권 인구 50.8%라는 OECD 최상위 집중 현실 속에서3), 지방소멸을 넘어 국가소멸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구조적 전환입니다.
제주 또한 역대 도정마다 정책이 유행처럼 변화해왔습니다. 10년 단위 제주 개발과 관련한 최상위 법정계획인 제주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 비전이 새롭게 설정되었으며, ‘보완계획·수정계획’이란 이름 하에 계획이 수정되곤 하였습니다. 계획의 잦은 변화는 정책의 우선순위에 대한 변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정책성과를 높이는 것이 어렵게 됩니다.

|
<제주국제자유도시 개발에 관한 종합계획 비전 변화 현황> ·1차(2002~2011): "쾌적하고 풍요로운 국제자유도시" → 개발·성장 중심 |
이러한 상황에서 제주에게 5극 3특이란 정책환경은 특별한 의미를 갖습니다. 5극 3특 시대는 제주가 제주특별법에 근거한 '전략적 일관성'으로 전환할 마지막 기회일 수 있습니다.
2. ‘5극 3특’, 그것은 무엇인가?
5극 3특은 국토 공간의 형평성과 기회의 균등성 실현이란 목적 하에 국토구조를 근본적으로 재편하는 전략입니다.4)
5극은 전국을 5개 권역(수도권·충청·호남·대경·동남권)으로 나눈 것입니다. 수도권 일극 체제에서 5개 성장거점 중심의 다핵형 국토구조로 전환하겠다는 것입니다.
3특은 제주·강원·전북 3개 특별자치도를 지칭합니다. 3특은 이중적 기능을 수행합니다. 첫째는 독립적 발전전략의 주체입니다. 제주는 관광·에너지·해양 등, 강원은 접경·평화, 전북은 농생명·미래산업 등 각자의 특성화 전략을 추진합니다. 둘째는 국가정책의 시범·실증지역입니다. 규제 샌드박스(규제 실험 특구), 제도 실험을 선도하고 그 성과를 전국으로 확산시키는 역할입니다.5)
이전 정부에서도 초광역권 경제발전 개념은 있었습니다만, 이번에는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법·제도·재정이 뒷받침되는 실행전략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2025년 9월 30일 발의(이해식 국회의원 대표발의)된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은 위원회 상설화, 초광역특별계정 신설, 균형성장영향평가 제도화 등을 담고 있습니다.6)
3. 제주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본 장에서는 정책의 방향성을 간략히 제안하고자 합니다. 이후 연재 과정에서 ‘공간-제도-기능 작동’이란 측면에서 정책의 세부적인 사항에 대해 이야기를 이어가고자 합니다.

① 첫 번째 과제: 34년 특별법 운용의 성찰과 특례들을 전략적으로 활용해라
제주는 1991년 「제주도개발특별법」 제정 이후 34년간 특별법 체제를 유지해왔습니다. 지금까지 7차례 제주특별법 개정을 통해 약 481개 법률에 근거한 정부사무 약 5천여 건의 특례사무를 보유하고 있습니다.7)
지속가능발전 제주기본전략, 제주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 등 약 200여 개의 각종 행정계획이 수립되어 있습니다.
지금까지 각종 법정계획과 특례가 풍부함에도 불구하고 전략적이고 장기적이고 일관성 있는 활용이 부족했던 측면이 있습니다.
바로 이 지점이 ‘제주는 제주특별자치도인데, 제주발전과 도민소득 증가가 왜 눈에 띄게 와닿지 않는 것인가’에 대한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5극 3특 시대에는 달라야 합니다. 제주는 기회로 활용해야 합니다. 제주가 주도적으로 기존 행정계획들을 연계하여 우선순위 장기 전략을 수립해야 합니다. 특례를 ‘보유’에서 ‘전략적 활용’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34년간 특별법 체제로 무엇을 이뤘는가?”, “앞으로 무엇을 활용해야 하는가?”

② 두 번째 과제: 제주 기간산업의 경쟁력 강화가 우선이다
1차산업(농축수산)은 도민 생계의 기반이지만 경쟁력 약화와 고령화로 지속가능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3차산업(관광)에 과도하게 의존하면서 외부 충격에 취약한 구조입니다. 코로나19는 이를 여실히 보여줬습니다. 2차산업(제조업)은 거의 부재하여 청년 일자리 창출에 한계가 있습니다.8)
| ·1차 산업 비중: 2002년 14.1% → 2019년 8.1%, 42.6% 급감 ·제조업(2차 산업) 비중: 3.2%로 전국 최하위 수준 지속 ·3차 산업(서비스업) 비중: 72.2%로 과도한 편중 ·GRDP 전국 비중: 1.0%(1990) → 1.0~1.1%(2023), 34년간 1.0% 수준 정체 |
우선순위는 명확합니다. 도민들 대다수가 종사하는 기간산업의 경쟁력 강화하여 소득수준을 높이는 전략이 먼저입니다. 1차산업과 3차산업의 융복합, 그리고 디지털·AI·에너지 등과 연계해야 합니다. 이미 개별 법령과 조례에 따른 각종 계획에 내용이 다 포함되어 있습니다.
정책방향의 우선순위 설정과 정책간 연계·통합 팩키지 정책으로 재정립할 필요가 있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도민, 유관기관, 민간이 함께 논의하는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신속한 계획수립과 정책수용성 향상이 가능합니다.
미래산업 계획이 아무리 장밋빛이라 해도, 도민이 먹고사는 기반산업이 무너지면 제주의 미래는 없습니다. 기간산업 경쟁력 강화→청년 일자리 창출→인구 유입의 선순환을 만들어야 합니다. 5극 3특의 초광역발전계획, 초광역특별협약제도 등 정부정책을 적극 활용해야 합니다.
정권이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는 산업전략이 필요합니다. 10년, 20년을 내다보는 산업 로드맵을 수립하고 일관되게 이행해야 합니다.9)
③ 세 번째 과제: 재정 안정성을 확보하라
재정 없는 특별자치는 공염불입니다. 2024년 12월 특별지방자치단체로 출범한 충청광역연합은 중앙정부를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법적위상과 권한요구를 하고 있습니다.
타 시도의 적극적인 행보에 대응하는 것 이외에도 지방분권균형발전법 개정안에 제주가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초광역특별계정 신설, 예산과정에 균형성장영향평가 실시 등이 포함되면서 제주특별자치도 계정규모의 축소, 지금까지 진행해온 시범·실증사업의 비용 보존 불명확 등 재정이 감소할 수 밖에 없는 이슈가 다수 포함이 되어 있습니다.
제주가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행동해야할 사항들은 분명합니다.
첫째, 지방분권균형발전법 상 초광역특별계정 신설에 따라 지역균형특별회계 내 제주계정의 추가적인 최소보장액을 법정화해야 합니다.
둘째, 균형성장영향평가 도입에 대응하여 시범사업 성과에 연동된 추가예산 지원 시스템을 요구해야 합니다.
셋째, 제주는 다른 5극 및 2특과 광역연합 또는 초광역특별협약 제도를 활용하여 국비확충·산업육성 등을 추진해야 합니다.
넷째, 프랑스의 예산 자동이양 제도처럼 사무 이양 시 예산이 자동으로 따라오는 체계 구축을 추진해야 합니다.10)
일관된 정책 추진에는 안정적 재정이 필수입니다. 기간산업 경쟁력 강화도, 미래 먹거리 육성도 결국 예산 문제입니다. 동시에 제주가 자체 세수를 확충하고 기존 불요불급 사업(국비사업 포함) 구조조정 방안도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④ 네 번째 과제: 5극 3특과의 실질적 협력과 도민 중심 실행력을 갖춰라
5극·3특과의 전략적 협력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제주는 1차산업, 관광, 물류, 해양, 에너지 등의 분야에서 타 지역과 공동 연계사업을 추진할 수 있습니다. 3특(제주·강원·전북) 간에는 규제특례를 공유하고 공동펀드를 조성하는 협력체계가 필요하고 가능합니다.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은 불리함이 아니라 독자적 실험이 가능한 강점으로 전환될 수 있습니다.11)
도민 중심의 정책 수립은 매우 중요합니다.
200여 개의 행정계획의 구체적인 내용이 위에서 내려오는 방식을 탈피해야 합니다. 읍면동 단위에서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장소기반 정책(Place-Based Policy) 즉, 지역 맞춤형 정책을 구현해야 합니다.12) 1차산업 종사자, 관광업 종사자, 청년들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되어야 합니다.
제주도의 약 370여 개의 각종 위원회는 ‘형식적 관리’가 아니라 ‘적극적 활용’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주민자치위원회, 주민자치회, 이장협의회 등 지역을 대표하는 유관 단체와의 적극적인 연계, AI 행정참여 기제 구축 등의 방안을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책의 도민 수용성은 매우 중요한 분야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도민 한 분도 제주 어느 지역에 살더라도 소외감을 느끼지 않고 누구나 누려야 할 기본 서비스를 보장받아야 합니다. 해외사례의 교훈에서 보듯이 제주 어디서나 ‘보편적 기본서비스(Universal Basic Services, 7개 분야: 보건의료·교육·주거·교통·민주주의·음식·정보) 통합체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이는 공간적 형평성과 도민의 기본권, 즉 기본사회와도 연결이 됩니다. 제주가 추진하는 15분 도시, 공공임대주택, 제주형 통합돌봄(건강주치의 포함) 등의 정책이 보편적 기본서비스 범주에 든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타 정책들과 연결하는 고민을 시작해야 합니다.
4. 나오며: 유행이 아닌 장기적 일관성, 구호가 아닌 실행이 중요하다
제주는 1991년부터 이어온 특별법 체제의 전환점에 서 있습니다. 이제는 제도를 제대로 활용할 때입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정책을 무조건적으로 따라가기 보다는 10년, 20년 일관된 전략을 추진해야 합니다. 기간산업(1·3차)의 경쟁력을 먼저 강화하고, 미래 먹거리는 그 위에 쌓아야 합니다.
5극 3특 시대 제주의 전략 4원칙을 제안합니다.
| ·특례의 전략적 활용: 보유에서 실행으로 ·기간산업 우선 강화: 1·3차 융복합 ·재정 안정성 확보: 최소보장, 자동이양 ·도민 중심 협력: 아래에서 위로 |
제주의 실험이 성공하려면 형식적 특별이 아닌 실질적 특별이 되어야 합니다. 구호가 아닌 실행, 계획이 아닌 성과가 필요합니다. 제주가 성공해야 3특이 살고, 3특이 성공해야 5극, 대한민국이 살아납니다.
다음 회차부터는 제주특별자치 20년을 되돌아보며 구체적으로 무엇을 돌아보고 준비해야하는 지 세부적으로 독자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1) 윤광재(2024), "프랑스 지역균형발전정책과 지역적 통합전략에 대한 연구", 「한국지방행정학보」, 38(2), 3-26; UK Office for National Statistics(2024), Regional Development Policy History.
2) 국회입법조사처(2023), 「균형발전정책 법제도 변천사 분석」차재권(2017), "역대정부 균형발전정책의 성과 평가: 박정희정부에서 박근혜정부까지", 「한국지방자치학회보」, 29(2), 99-126.
3) 통계청(2025.09), 「최근 20년간 수도권 인구이동」통계청(2024), 주민등록통계.
4) 대한민국 정부(2025.9), 이재명 정부 123대 국정과제.
5) 김인성(2025), "5극 3특 초광역 균형성장 전략-정책 연속성과 실행력 확보를 중심으로", 한국지방자치학회 추계국제학술대회 발표논문, 36-38.
6) 국회(2025.9.30.),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이해식 의원 대표발의)
7) 제주특별자치도(2024), 「제주특별자치도 특례 현황」.
8) 제주특별자치도(2024.10), 「분류별 사업체조사결과」; 통계청, e-나라지표 지역별 산업구조.
9) Porter, M. E.(1990), The Competitive Advantage of Nations, Free Press 산업연구원(2023), 「균형발전정책의 변천과 성과·한계 분석」.
10) Barca, F.(2009), "An Agenda for a Reformed Cohesion Policy: A Place-Based Approach to Meeting European Union Challenges and Expectations"Independent Report, European Commission윤광재(2024), 전게논문.
11) Lessmann, C.(2012), "Regional inequality and decentralization: An empirical analysis", Environment and Planning A, 44(6), 1363-1388.
12) OECD(2009), How Regions Grow, OECD Publishing Barca, F.(2009), 전게논문.
김인성
시민사회단체 활동을 거쳐 14년간 제주특별자치도의회에서 정책연구위원과 행정자치전문위원으로 활동하며, 의안 검토보고서 1300여 건과 4400여 건의 의정활동 지원을 수행한 입법·정책 전문가다. 단순한 안건 검토를 넘어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정책 설계와 갈등 조정에 주력하며, 제도개선과 주민체감형 정책 실현을 이끌어 왔다. 행정학 박사로 현재는 제주대에서 강의(행정학)를 하고 있다.
김인성에게 제주는 단순한 근무지가 아니라 사명과 헌신의 현장이다. 그는 제주에서 축적된 자치특례와 혁신 경험을 국가 균형성장 전략인 ‘5극3특 분권형 균형발전 모델’로 확산시키며, 지역과 국가 발전을 함께 견인하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그의 철학은 분명하다. “도민과 지역, 그리고 국가 발전을 위해 가장 좋은 해법을 찾고, 일이 되게 하는 균형자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신념과 책임감을 바탕으로, 제주를 넘어 대한민국의 균형발전과 자치분권의 미래를 설계하는 정책 전문가로 자리매김하고자 한다.
저서 - 「특별지방행정기관 지방기관의 운용실태와 전략방안」 한국학술정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