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은 11월2일 로런스 웡 싱가포르 총리와 정상회담을 마치고 제주산 쇠고기와 돼지고기의 싱가포르 수출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한국산 전체가 아닌 제주산 쇠고기와 돼지고기만이 수출된다는 것이다. 이것을 가능하게 한 것은 제주도민의 도전정신과 이를 실행에 옮긴 제주도정의 추진력이다.
제주도는 2년 전인 2023년 6월 싱가포르에 제주사무소를 개설했다. 말들이 많았다. 아세안 10여개 국가 중 왜 사무실 임대료와 물가수준이 높은 싱가포르에 사무소를 개소하느냐는 것이다. 제주도는 중국과 일본에 집중된 통상관계를 아세안 시장으로 다변화하겠다는 ‘아세안플러스알파’ 정책을 세우고, 싱가포르를 전략적 교두보로 선택했다. 싱가포르가 아세안 교통의 허브이고 제주는 싱가포르와 직항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아세안 전역으로 가기 위해서는 싱가포르를 통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제주의 전략적 포석은 오늘 제주산 쇠고기와 돼지고기의 싱가포르 수출이라는 성과로 돌아왔다. 그 시발은 2023년 2월 에릭테오(Eric Teo) 주한싱가포르 대사와의 만남에서 시작되었다. 제주도가 싱가포르에 해외사무소를 개설하겠다고 테오 대사에게 알렸더니, 테오 대사는 제주사무소가 개설되면 함께 제주산 흑돼지고기가 싱가포르로 수출될 수 있도록 해보자고 했다. 싱가포르는 농축산업을 하지 않기 때문에 제주산 돼지고기가 검역조건만 충족하면 수출가능하며, 소득수준도 높아서 맛있고 질좋은 제주산 돼지고기는 가격이 높더라도 승산이 있다고 하였다.
제주도는 2023년 3월 싱가포르 방문시 제주산 쇠고기와 돼지고기의 싱가포르 수출검역조건을 파악했는데, 세계동물보건기구(WOAH)가 제주는 동물질병인 구제역의 청정지역이라고 승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으로 돌아와 농림부를 방문했다. 당시 농림부는 세계동물보건기구에 대한 구제역 청정지역 신청은 한국 전체를 대상으로 한다면서 제주 등 특정 지역단위로는 신청을 하지 않는 정책을 취하고 있었다. 농림부를 설득했다. 제주는 구제역이 한번도 발병한 적이 없는 청정지역이나, 여타 육지 지역에서 간간히 발생하여 왔기 때문에 한국전체로 구제역 청정지역을 신청하면 청정지역으로 인정되는 것은 요원했다. 이 경우 우리나라가 쇠고기나 돼지고기를 해외로 수출할 길이 없으니, 제주산만이라도 수출할 수 있도록 지역단위로 청정지역을 신청하는 것으로 전환하여 줄 것을 강력히 요청하였다.
결국 농림부는 제주도의 바람대로 정책을 바꿨다. 2024년 8월 세계동물보건기구에 제주지역을 백신접종이 병행하는 구제역 청정지역으로 신청하였고, 세계동물보건기구는 2025년 5월 이를 승인하였다. 이로써 싱가포르 수출 검역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 마침내 11월 이재명 대통령과 로런스 웡 싱가포르 총리가 정상회담을 하면서 제주산 쇠고기와 돼지고기의 싱가포르 수출에 최종 합의하였다.
제주도가 아세안시장으로 경제통상관계를 확대하겠다는 비전이 없었고, 싱가포르에 해외사무소를 개설하여 그런 비전을 실현해 보겠다는 행동이 없었다면 오늘의 제주산 쇠고기와 돼지고기의 싱가포르 수출은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문을 두드리지도 않는데 문을 열어주는 사람은 없다.
브라질 출신의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파울로 코엘료는 ‘연금술사’ 에서 꿈을 찾아 떠나는 사람에게는 주변 모든 것이 도와준다는 메시지를 강력히 전달하고 있다. 꿈을 꾸고 그것을 위해 행동하면 달성된다는 것이다. 아세안 시장으로 다변화하겠다는 제주도민의 꿈은 싱가포르 사무소 설치라는 제주도정의 용감한 행동을 만들었고, 싱가포르대사관, 농림부 등 주변의 도움으로 마침내 제주 축산업 발전의 전기를 마련하는 성과로 돌아왔다. 제주도민과 제주도정이 합심하여 만든 위대한 승리다. / 고윤주 전 제주도 국제관계대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