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축제는 본래 농경사회의 주기와 삶의 중요한 전환점에 맞추어 형성된 공동체 문화다. 마을 사람들은 한 해의 풍요와 공동체의 안녕을 기원하는 제의를 치렀고, 인간의 성장 과정마다 중요한 의례를 통해 삶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했다. 이러한 의례가 끝나면 함께 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추며 어울렸는데, 이는 단순한 행사가 아니라 공동체가 기억과 문화를 공유하는 축제의 장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많은 지역축제는 고유한 전통보다 획일화된 주제와 상업적 이벤트에 치우치고 있다. 지역주민의 참여는 줄어들고, 전통의 맥락이 점차 희미해지며 독창성을 잃어가고 있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무대 공연, 먹거리 장터가 반복되며, 정작 지역 고유의 축제문화는 사라진다. 방문객은 차별성을 느끼지 못해 흥미를 잃고, 주민들은 주체가 아닌 관람객으로 머물게 한다. 그 결과 축제가 지녔던 문화적 매력과 공동체적 힘은 약화되고, 지속 가능성마저 위협받고 있다.
지역축제의 본질적 가치는 지역의 문화적 정체성을 확립하고, 전통적 가치를 계승하는 데 있다. 시간이 흐르며 축제가 쌓는 역사성은 공동체 구성원 간의 정체성과 유대감을 강화하는 문화적 상호작용을 형성한다. 따라서 지역축제는 지역사회가 자신들의 삶과 문화를 재확인하는 상징적 공간으로 기능해야 한다.
앞으로 지역축제가 독창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
첫째, 지역축제의 제의적 전통을 비롯한 축제문화 원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야 한다. 지역축제 고유의 서사를 되살리고, 이를 현대 감각으로 풀어내야 한다. 그래야만 지역축제가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살아있는 문화공간으로 기능할 수 있다.
둘째, 주민의 참여와 주체성을 강화해야 한다. 축제가 행정 주도나 외부 용역 중심으로 기획될 경우, 주민의 정체성은 배제될 수 있다. 주민들이 직접 기획하고 운영에 나설 때, 지역축제는 다시금 공동체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진정한 ‘우리 축제’로 자리 잡을 수 있다. 그럴 때 지역축제는 비로소 지속 가능한 생명력을 얻는다.
셋째, 전통과 현대를 창의적으로 융합한 차별화된 콘텐츠 전략이 필요하다. 단순히 전통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대적 감각과 예술적 해석을 더해 ‘진화된 전통축제’로 발전시켜야 한다. 외부에서 가져온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고유한 축제문화자산을 기반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창출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주민과 방문객이 상호 소통하고 교감하는 축제 구조 속에서 비로소 축제의 진정한 매력이 살아난다.
지역축제는 더 이상 “획일화된 주제나 보여주기식 기획, 상업적 이벤트 중심의 행사”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그것은 지역의 축제문화 정체성을 표현하는 무대이자, 세대 간 축제문화가 교류하고 공감하는 소통의 플랫폼이어야 한다. 지역축제전통의 뿌리를 지키면서 현대적 창의성을 더하고, 주민이 주도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때만이 지역축제는 비로소 진정한 독창성을 회복할 수 있다.
따라서 지역축제의 독창성을 되살리는 일은 단순한 콘텐츠 경쟁이 아니라, 지역공동체의 문화적 자존심을 복원하는 과정이다. 전통의 현대적 진화와 주민의 주체적 참여를 기반으로 한 지속가능한 축제정책이 실현될 때, 지역축제는 다시금 지역사회의 중심에서 살아 숨 쉬는 문화로 부활하게 될 것이다. / 문경복 관광학 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