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9일까지 제주시 스튜디오126

제주시 북성로에 있는 대안공간 스튜디오126(북성로27, 2층)이 오는 19일까지 작가 승하의 평면 작품 14개를 선보이는 개인전 ‘고요로부터 모든 곳으로’를 개최한다.
승하는 18년간 주얼리 디자이너로 광물과 유기물이 만들어내는 다층적 물성을 탐구하고 반사와 굴절을 품은 재료를 통해 ‘빛’을 매개로 한 조형적 언어를 발전시켜 왔다.
승하의 최근 최근 신작 ‘lún’ 시리즈는 한 개인의 내면 풍경을 시각적으로 구현한다.
작가는 “고요는 단순한 정적이 아니라, 모든 움직임이 태동하는 근원이다. 움직임은 언제나 멈춤의 자리에서 비롯되고, 그 멈춤 안에는 이미 다음의 파동이 자라고 있다”고 말한다.
승하가 작업에 사용하는 비드, 큐빅, 자개, 아크릴, 레진 등 재료에는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미세한 스크래치나 작은 결함이 있는 것도 혼재돼 있다. 그는 수집한 것들을 정제하지 않은 채 그대로 꿰어낸다.
이 섬세한 과정은 단순히 재료를 배열하는 차원을 넘어, 존재의 미세한 진동에 귀를 기울이고 상처 입은 아름다움의 흔적마저 수용하는 태도로 읽힌다.

작업 세계의 근간에는 ‘만다라’ 구조가 놓여 있다. 산스크리트어로 ‘원’과 ‘중심’을 뜻하는 만다라는 고대부터 우주와 인간의 정신을 시각화한 도상으로 기능했다. 심리학자 칼 구스타프 융은 만다라를 “무의식이 자아에 질서를 회복시키기 위해 생성하는 상징적 이미지”로 봤다.
승하 작가의 만다라는 정중앙에서 시작해 바깥으로 확장된다. 중심에서 시작해 바깥으로 원을 확장하는 구성은 내면의 가장 깊은 곳에서 출발해 외부 세계로 향하는 내적 흐름을 드러낸다.
권주희 스튜디오126 대표는 “‘lún’ 시리즈는 흔들림 속에서 중심을 조율하고 결함에서 빛을 발견하며, 관계의 틈새에서 새로운 질서를 모색하는 미학적 실천”이라며 “불완전한 순간, 동요하는 감정, 실패하고 흔들리는 궤도 속에서도 균형과 회복이 가능하다는 존재론적 희망을 시각화한다”고 설명했다.
작가는 “원의 구조는 질서와 순환을 상징한다. 중심에서 바깥으로 확장되는 반복적 패턴은 의식과 무의식의 통합을 시각화하며, 표면에 남은 미세한 흔적과 떨림이 모여 하나의 리듬을 만든다”며 “중심에서 비롯된 한 점의 고요는 파동이 돼 공간과 시간, 감정의 경계를 넘어 확장된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며, 일요일은 휴관한다. 전시는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스튜디오126 인스타그램( instagram.com/studio126_jeju )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문화예술재단이 후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