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공동체 연대로 지켜온 ‘차별 없이 함께 노는 공간’

11월의 세 번째 토요일 오전, 제주시 건입동 골목이 북적이기 시작했다. 환영의 의미로 아이들이 만든 종이 꽃팔찌가 건네졌다. 대학생 자원봉사자들과 교사들, 오랜 기간 동행해온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환하게 웃으며 손을 잡았다. 공부방의 스무번째 생일에는 환희와 눈물이 뒤섞였다.
교육성장네트워크 꿈들이 15일 연 ‘푸른 꿈 작은 공부방’ 20주년 기념식의 모습이다. 공부방이 걸어온 발자취와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이 이어졌다.
꿈들 대표인 허수호 교사는 “2년이 가는 것도 위태로웠던 이 공부방이 20년이 됐다는 것은 ‘기적이 아니면 무엇일까’라는 생각이 든다”며 “여기에 있는 모든 분들은 전부 연결돼 있고, 이 모든 분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공부방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저는 이 순간 자체가 기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마음을 전했다.
허 교사는 “20년 전 이 곳을 다니던 초등학교 2학년 아이가 있었다. 단칸방에 할머니와 둘이 살았었다”며 “얼마 전 아이를 낳았다고 연락을 하며 ‘선생님께 꼭 말씀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저는 그 친구가 정말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푸른 꿈 작은 공부방은 2006년 제주교대(현 제주대 교육대학) 학생들이 지역 아이들을 위한 돌봄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없는 주머니를 털어가며 건입동의 오래된 작은 주택을 구입하면서 시작됐다. 아이들에게는 방과 후 공부방인 동시에 마음 편하게 기댈 수 있는 보금자리이자 놀이터 역할을 해왔다. 자원봉사자로 나선 대학생과 교사들의 헌신이 큰 힘을 발휘했다.
건물의 노후화와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수 년의 노력을 거쳐 2017년 새로운 공부방 건물을 세웠다. 교육계, 기업, 여러 개인 후원자들의 마음이 더해지며 지금의 공부방을 만들어낸 과정은 지역사회와 함께 만들어낸 긍정적 협업의 사례로 회자된다. ‘이 땅의 어떤 아이든 차별 없이 함께 노는 공간’이 이 공부방의 목표다. 420명에 이르는 아이들이 이 공부방을 거쳐갔다.
이날 기념식에서는 △신애경 제주대 사라캠퍼스 부총장 △김민호 전 제주대 교수 △현경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제주지부장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제주지역본부 △김정훈 씨 △김철 씨 등에게 감사패가 전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