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6년 만의 강등 위기…9200명 함성 속 대구와 강등권 맞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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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SK와 대구FC는 23일 오후 2시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5 37라운드를 치렀다. ⓒ제주의소리

“할 수 있어 제주~ 최강 제주~”

23일 오후 제주월드컵경기장. 2등 강등권 탈출을 건 이른바 ‘멸망전’이 펼쳐지자, 관중석은 주황빛 물결과 함성으로 요동쳤다. 이날 경기에는 총 9246명의 관중이 입장했으며, 그 중에는 대구에서만 1000여명의 원정 팬들이 찾아와 맞대결의 긴장감을 한층 끌어올렸다.

승리가 절실했지만 결과는 아쉬운 무승부. 그럼에도 팬들은 선수들의 이름을 연호하며 마지막 라운드에서 반드시 살아 돌아오길 염원했다.

제주SK는 23일 오후 2시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5 37라운드에서 대구FC와 1-1로 비겼다. 이 무승부로 11위 제주는 승점 35점(9승 8무 19패), 최하위 12위 대구는 승점 32점(7승 11무 18패)으로 격차는 3점차를 유지했다.

12위는 승강 플레이오프 없이 ‘다이렉트 강등’이 확정되는 만큼, 양 팀 모두에게 한발도 물러설 수 없는 승부였다.

이날 무승부로 제주SK는 오는 38라운드 울산 원정에서 무승부 이상을 거둘 경우 대구의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자동 강등을 피할 수 있게 됐다.

골 세리머니하는 제주SK의 유리 조나단. 사진 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br>
골 세리머니하는 제주SK의 유리 조나단. 사진 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홈팀 제주는 4-4-2로 나섰다. 남태희–유리 조나탄을 투톱으로, 김준하(U22), 이탈로(C), 김정민, 유인수가 중원을 구성했다.

경기 초반은 대구의 기세가 더 센 듯했다. 전반 1분 지오바니의 왼발 슈팅, 전반 24분 황재원의 중거리 슈팅이 잇달아 제주 골문을 향했지만 김동준 골키퍼의 슈퍼세이브가 모두 막아냈다.

흐름을 틀어쥔 건 제주였다. 전반 28분, 김륜성이 왼쪽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를 유리 조나탄이 다이빙 헤더로 마무리, 경기장 전체를 뒤흔드는 선제골을 터뜨렸다.

곧이어 제주는 전반 30분 김준하 대신 김승섭을 넣으며 공격을 더 끌어올렸고, 전반을 1-0으로 마쳤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제주는 장민규를 투입하며 조직을 조정했다.

대구도 에드가를 투입하며 제공권을 강화해 경기 흐름이 더 팽팽해졌다.

제주는 후반 22분 김륜성과 유인수를 빼고 안태현, 최병욱을 넣으며 활력을 더했고, 23분 김승섭의 기습 중거리 슛이 골문을 위협하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제주SK 이탈로(사진 오른쪽)과 대구FC 김주공이 공을 두고 차열한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사진 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br>
제주SK 이탈로(사진 오른쪽)과 대구FC 김주공이 공을 두고 차열한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사진 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그러나 바로 이어진 순간의 실수가 뼈아팠다. 볼 처리 미숙이 나오며 지오바니에게 동점골을 허용했고, 이후 에드가의 헤더가 골망을 흔들었다. 다행히 VAR 판독 끝에 파울이 선언되면서 역전 위기를 넘겼으나 아찔했던 순간이었다.

경기 막판 제주는 임창우 대신 정운을 투입했다. 정운은 이 출전으로 K리그1 통산 200경기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제주는 끝까지 대구를 몰아붙였지만 추가 골은 나오지 않았고 경기는 1-1로 종료됐다.

경기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김병수 대구FC 감독은 “다 잡은 고기를 놓친 것처럼 허탈하다”고 아쉬움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이어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고, 제주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세징야가 없었지만, 다른 선수들이 잘 해줬다. 안양전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수 제주SK 감독대행도 “많이 아쉬운 경기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드필더들의 체력 안배 속 역습을 노리는 계획이었다”며 “출전 시간이 충분치 않은 선수들간 결합이 아쉬웠다. 이창민이 복귀하는 만큼 다음 경기에서 반드시 승점을 가져오겠다”고 말했다.

제주SK와 대구FC는 23일 오후 2시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5 37라운드를 치렀다. 사진 왼쪽부터 제주SK 응원단과 대구FC 응원단. ⓒ제주의소리

한편. 제주SK는 1982년 ‘유공 코끼리 축구단’으로 창단된 뒤 1987년 광역연고제 시행과 함께 경기·인천을 거쳐 1990년에는 서울, 1996년에는 부천으로 연고지를 옮겼다. 이후 수도권 구단 밀집현상 해소 등을 명분으로 2006년 연고지를 제주로 이전했고, ‘제주유나이티드’라는 이름으로 약 20년 가까이 운영돼 왔다.

올해 구단명을 ‘제주SK FC’로 바꾸며 새 출발을 선언했지만, 성적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시즌 내내 반등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제주는 2019년 이후 6년 만에 다시 강등 위기에 놓여 있다. 제주는 2019시즌 K리그1에서 최하위를 기록하며 강등을 겪었으나, 이듬해 다이렉트 승격에 성공했다. 복귀 후에는 남기일 감독 체제 아래 2년 연속 파이널A 진출로 안정적인 흐름을 탔지만, 2023시즌 9위로 내려앉으며 다시 위험권에 접근했다.

분위기 전환을 기대하며 김학범 감독을 선임했으나 지난해에도 7위에 머물렀고, 올해 역시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김학범 감독이 지난 9월 성적 부진을 책임지고 물러나면서 김정수 감독대행 체제로 이번 시즌을 치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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