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0일까지 제주시 포지션 민

혼과 살(Soul and Flesh), 2025, 캔버스에 아크릴,&nbsp; 259.1x 193.9cm.<br>
혼과 살(Soul and Flesh), 2025, 캔버스에 아크릴,  259.1x 193.9cm.

회화 작가 김승민이 오는 30일까지 제주시 포지션 민(관덕로 6길 17, 2층)에서 개인전 ‘두 번째 살의 시간’을 개최한다. 죽음 이후 남겨진 것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을지에 대한 탐구다.

어릴 때부터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밤잠을 설쳤다는 작가는 성인이 돼서도 불안이 이어졌고, 캔버스 위에 파괴된 풍경과 해체된 신체 등 다양한 죽음을 그려 넣었다. 

사적인 공포를 그리던 작가는 자연스럽게 시대의 불안정성에 시선을 두기 시작했고 자연의 붕괴, 파국의 문턱을 넘나드는 정치와 사회를 마주했다. 

이에 작가는 시대가 공유하는 죽음의 징후를 작품 안으로 끌어들이며 생태, 정치, 신화 등 작업을 넓혀나갔다. 그러면서 죽음 이후에도 살아남는 존재들에게 시선을 옮겼다. 

작가는 “삶은 언제나 죽음이 내려앉은 땅 위에서 피어난다. 죽음과 탄생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라며 “그렇다면 죽음은 단절의 지점이 아니라 형태를 바꾸는 시간, 변형의 국면으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미 세계가 붕괴의 반복 속에 놓여 있다면, 우리는 모두 어떤 방식으로든 죽음 이후의 존재이며 ‘두 번째 살’을 부여받고 살아가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죽음을 변형으로 바라보는 시선으로 세계를 이해하고자 한 작가는 생태계 멸종과 사회적 붕괴가 유사한 구조를 지닌다는 것에 주목했다. 그는 “거대한 종이 소멸할 때, 환경에 적응하기 쉬운 종이 새로운 시대의 패권을 잡는 모습은 인간 세계의 권력 이동과 닮아 있었다”고 했다. 

또 “두 번째 살이란 결국 붕괴하는 시간 속에서 수없이 미세한 죽음을 통과하며, 과거의 시대와 자신으로부터 조금씩 멀어져 타자로 변해가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육체”라고 밝혔다.

이어 “두 번째 살의 존재들은 죽음이 남긴 흔적과 기억을 지우지 않고 신체나 가슴에 품은 채 살아가는 이들”이라며 “그 잔여는 파괴의 상흔이자, 동시에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최소한의 연결이기도 하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전시는 파국이 생존자들에게 남기는 것, 그리고 살아남은 자가 그 흔적들에게 어떻게 손을 내밀 수 있는지를 묻고 있다”며 “전시를 통해 그렇게 남겨진 것들로부터 어떻게 관계 맺을지에 대해 탐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전시 관람 시간은 월~금 오후 5시부터 오후 9시, 토~일 오후 1시부터 오후 8시까지다.

꽃과 뼈(Bloom and Bone), 2025, 캔버스에 아크릴, 130.0 x 130.0cm.<br>
꽃과 뼈(Bloom and Bone), 2025, 캔버스에 아크릴, 130.0 x 130.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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