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일바리로 모슬포 앞바다의 신선함을
당일바리로 모슬포 앞바다의 신선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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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충민의 제주맛집] 제주시 연동 덕승식당

   

지금이야 지천에 깔린 것이 양념이고 요리비법이라지만 내 어릴 적 제주음식엔 그런 것이 거의 없었다. 물론 어려운 시절이라 양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이유도 있었겠지만...
나만 해도 고등학교 때 육지로 시집간 누나가 시댁에서 배웠다며, 젓갈을 푸짐하게 넣고 담근 김치를 도통 먹지 못했던 기억이 있으니까...

양념을 가급적 많이 사용하지 않고 단순한 조리방법으로 최대한 원재료의 맛을 그대로 살리는 것이 제주요리의 핵심이라 할 수 있겠다.

이를테면 갈치, 각재기(전갱어), 멜(멸치)을 물에 넣고 한소끔 끓어오르면 애기배추나 호박을 넣고 끓인 생선국. 돼지고기 삶은 물에 무를 숭덩숭덩 썰어 넣고 소금 간이 다인 돼지고기국. 이런 것들이 다 대표적인 단순한 조리방법을 사용한 제주요리의 예다. 
    

▲ 신선한 재료로 조리한 우럭조림과 갈치국 ⓒ 제주의소리

그런데 이런 제주의 조리법이 제대로 통용되려면 원재료의 신선함이 핵심일 터, 오늘 소개하는 제주시 연동의 덕승식당이 그런 곳이다.

덕승식당은 언론이나 방송매체에서 소개해서 유명세를 탄 그런 곳이 아니다.
그렇다고 오래된 집도 아니다. 굳이 말하자면 모슬포에 있는 덕승식당의 신제주점이라는 것일 것이다. 이제 개업한지 채 1년도 안 된 곳이다.(2008년 4월에 개업했단다.)

나와의 인연이 있다면  제주의소리 근처라, 회의 끝나고 점심 해결 차 들렀던 곳이다. 뜻하지 않은 곳에서 신선한 제주의 맛을 느낀 것이 낚시를 모르는 내가 월척을 낚은 기분이라고나 할까. 그렇다 발굴한 맛 집이라고 하면 적당하겠다.

당일바리. 이 집에 구이가 없는 이유

월척을 낚은 기분이란 말에 걸맞게 이 집의 음식은 모두 생선요리이다.
그 주재료는 우럭, 갈치. 고등어와 아나고라 불리우는 붕장어이다.
이런 생선을 가지고 주로 국물 있는 탕과 국을 만들고 조림을 만들어 낸다.
우럭매운탕, 아나고탕, 갈치국, 각재기국과 우럭, 아나고, 갈치, 고등어조림등이 그것이다. 
    

▲ 국물이 시원한 갈치국 ⓒ 제주의소리

모든 음식을 다 설명하자면 나도 지치고 읽는 분들도 금세 싫증이 날 터 오늘은 갈치국과 우럭조림을 맛보기로 소개한다.

이 집의 갈치국은 우선 갈치가 두툼하다. 그리고 싱싱하다.
싱싱하다는 것의 척도는 바다에서 잡혀 뭍으로 올라온 지 시간이 채 경과하지 않았다는 의미인 것은 두 말하면 잔소리다.
그런 것에 걸맞게 이 집의 갈치는 살을 발라먹기에도 편한 두툼함이 우선 보기에도 먹음직스럽다. 염치 불구하고 두 팔 걷어 부치고 국에 들어 있는 갈치 살을 쏙 발라 먹으니 입안에 도는 상큼함이 개운하다.
    

▲ 김정희 사장 ⓒ 제주의소리
느끼하지 않으면서도 진한 맛을 제주말로 “배지근하다.”라고 표현하는데 갈치국의 국물이 바로 그러하다. 다른 것은 몰라도 화학조미료 첨가유무는 기막히게 알아맞히는 나는 어렴풋이 맹물로 끓이지 않고 육수를 미리 내서 끓인다고 짐작해 보았다. 그래도 확인 차 이 집의 김정희(41세)사장에게 물어 보았다.

“갈치꼬리로 육수를 먼저 만들어 마씸. 하루에 들어오는 갈치양이 워낙 많으난 예 조림헐거 영 국에 들어갈 거 영 갈른 다음에 남은 꼬린 푹 딸려그네 육수를 내주 마씀게... 육수가 진허난 양 미원 놓을 필요 어서 마씸”
(갈치꼬리로 육수를 먼저 만들어요. 갈치양이 워낙 많아서 조림, 국거리용을 분류해서 토막낸 다음 남는 꼬리를 오래 끓여서 육수를 내요. 육수가 진해 화학조미료는 넣을 필요 없죠.)

사족을 덧붙이자면 머리는 넣지 않는단다. 갈치머리를 넣으면 국물에서 쓴 맛이 나기 때문에 아낌없이 버려주는 센스...(표현이 좀 생뚱맞다.)

내가 먹은 갈치국에서는 애기배추의 양이 좀 과하다 싶었다. 그리고 갈치국에 떡 하니 자리잡고 앉아 누런 속살을 드러낸  늙은 호박의 푸짐함을 기대했던 나는 약간 실망이었다.
그런데 이것도 다 먹는 사람의 기호에 따라 변화가 가능하단다.
술을 많이 마신 다음 날 해장을 할 요량으로 할 때는 애기배추를 많이 넣어달라거나, 국물을 넉넉하게 달라거나, 혹은 나처럼 푸짐한 늙은 호박을 더 달라고 하는....
그때그때 달라요 이다. 여러분 그거 아시는 가. 배추가 해장에 좋다는 거. 엊저녁 내가 술 마신 걸 어찌 알았단 말인가.
    

▲ 우럭조림 ⓒ 제주의소리

우럭조림은 벌건 고춧가루 양념과 강한 자극적인 조림을 기대했다면 오산이다.
전골냄비에 소박하게 담아져 오는 나오는데 양념 맛이 아닌 염장을 하지 않은 살이 씹히는 맛이 쫀득하고 고소하다. 양념을 우럭 살에 흠뻑 배이게 하지 않고 살짝 끼얹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나오는 모양은 소박하다.
거기다 우리 어린 시절 먹던 같이 넣고 조려진 콩자반을 씹으니 딱딱하지도 않고 입안에서 찰기를 머금어 흡사 땅콩처럼 고소하다.

우럭의 원래 형태를 그대로 살려 조렸기 때문에 우럭 색깔도 선명하게 보인다.
혹시나 색깔의 차이가 상태가 좋고 나쁨이 아닐까 하여 의혹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물었더니 우럭이 잡히기 전 주 무대의 차이란다.
즉 붉은 빛이 나는 우럭은 깊은 바다에서 살았던 것이고 어두운 빛이 나는 우럭은 얕은 바다가 주 무대였다고 김정희 사장이 직접 보여주며 설명을 해준다. 
    

▲ 바다 깊이에 따라 색깔이 달라진다 ⓒ 제주의소리

덕승식당의 이 말고도 모든 메뉴의 특징은 맛에 있지 않고 뭐니 뭐니 해도 재료의 신선함에 있다. 모슬포 배에서 잡혀 그날 바로 공수해 오는, 그렇다 이 집의 모든 요리에 들어가는 생선은 당일바리인 것이다.
그리고 모든 생선은 냉동되었던 것은 절대 쓰지 않는 다는 것을 원칙으로 한단다.
그럼 여기서 의문하나. 아무리 하루 팔릴 생선의 양을 가늠한다 해도 그래도 남는 생선이 생길 수 있을 터 그럼 그것도 아낌없이 버리는 센스인가?

“한 번 냉동에 들어갔던 건 다음 날 밑반찬으로 나가 마씸. 경허난 생선이 떨어지면 당연히 팔 수 없는 거고... 어떵허당 냉동된 생선이 많이 있댄 해도 매일 부르는 걸 안 부르곡 허진 않애 마씸.”
(한 번 냉동되었던 생선은 다음 날 밑반찬으로 나가요. 그래서 생선 떨어지면 팔지 못하고... 어쩌다 냉동된 생선이 많아도 매일 부르는 걸 안 부르진 않아요.)

아 그래서 좀 전에 먹었던 갈치나 우럭에서 소금을 머금었던 맛을 좀처럼 느끼지 못했던 것이었구나. 
소금간이 필요 없는 당일바리로 구이를 한다. 물론 가능이야 하겠지만 그건 흡사 싱싱한 소고기 육회를 볶아 달라고 하는 것과 같을 것이다. 그래서 이집에는 구이가 없다.
(물론 추후에 구이도 할 생각은 갖고 있단다.)
    

▲ 당일 들어온 갈치, 은빛깔이 살아있다. ⓒ 제주의소리

싱싱한 재료 공급에는 어려움이 없는 집

이곳 덕승식당에는 안에 들어서자마자  화이트보드판이 눈에 띈다.
이곳에는 메뉴판에는 없지만 그날에 들어온 싱싱한 생선을 원료로 한 메뉴를 적어 놓는다.
이런 이 집만의 특징은 이 식당의 내력과도 관계가 있다.
덕승식당은 서두에 밝혔듯 모슬포에도 똑 같은 이름의 식당이 있다. 그 곳이 본점이고 이 집이 신제주분점인 셈이다.

모슬포에 있는 덕승식당은 이 곳 연동점 김정희 사장이 시부모님이 운영하고 계신다.
그리고 시아버님은 덕승호라는 배를 갖고 직접 고기잡이를 하신 단다.
덕승호에서 잡힌 생선으로 모슬포 덕승식당과 이곳의 재료를 대는 것이다.
또 시아버님은 직접 경매에도 참여해서 더 나은 생선을 확보한단다.
    

▲ 젓갈과 반찬들 ⓒ 제주의소리

그리고 만약 덕승호나 경매에서도 필요한 생선을 구하지 못하면....
참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겠다. 그때는 덕승호가 아닌 다른 배에다 긴급타전을 해서 필요한 생선을 확보한단다. 왜냐. 모슬포쪽의 어선상황은 김정희 사장의 시아주버님이 꽉 잡고 있어서 큰 염려가 없다고 한다.

그 말을 들으며 김정희 사장은 참으로 운명적으로 생선요리 전문식당을 해야만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이 집 주방을 책임지는 분은 다름 아닌 김정희 사장의 친정어머니란다.
그래서 아까 김치가 참 아삭거리고 맛있더라니.... 20년 동안 식당을 운영하다가 접었는데  여기서 고생만 시킨다고 배시시 웃는데 오히려 정겹다.
설마 공짜로 엄마를 부려먹기야 할라고...

주방을 책임지는 친정어머니의 젓갈은 짜게 간을 하지 않아 감칠맛이 난다.
자리돔, 갈치, 참조기, 우럭내장이 각각 젓갈로 번갈아 가면서 나오는데 조기와 갈치를 따로 간했다가 한데 합방해서 나오는 조기와갈치젓갈이 특히 맛있다.

어쩌면 강한 양념에 익숙해진 경우에는 다소 무미건조할 수도 있겠다. 허나 원재료만으로 맛을 낸다는 것. 솜씨보다 재료에 있다고 배시시 웃던 김정희 사장의 말처럼 신제주 덕승식당은 제주의 소박한 맛을 느낄 수 있는 곳. 그런 곳이다.

   

<덕승식당 안내>
위    치 : 신제주 KBS제주총국옆 지적공사 뒷블럭
영업시간 : 오전 11시부터 저녁 9시까지 (재료 떨어지면 일찍 끝남)
전화번호 : 064-742-0178
주차시설 : 없음
카    드 : 됨
차 림 표 : 우럭조림 7,000원(2인이상), 갈치국 6,000원, 조기매운탕 6,000원, 우럭매운탕 7,000원, 갈치조림 15,000원(소), 고등어조림 10,000원(소)

   

강충민기자는 아들 원재와 딸 지운이를 둔 평범한 아빠입니다.

사소한 일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글을 쓰고 있으며 차별 없는 사회, 다양성이 존중받는 세상을 꿈꿉니다.

현재 제주몰여행사에 근무하고 있으며 제주참여환경연대 출판미디어사업단의 편집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주위에 소개하고 싶은 음식점이 있다면 제주의소리 편집국이나 강충민기자에게 직접 제보 바랍니다.

<제보 시 갖추어야 할 사항>
1.음식점 상호 2.주 메뉴 및 특징 3.위치및 연락처 (취재계획이 확정되더라도 평가시에 적합하지 않다고 여겨지면 기사화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제주의소리 편집국 담당 안현준PD : 010-2936-3608 taravi@naver.com
강충민기자 : 017-690-4791  som0189@naver.com


 
<제주의소리>

<강충민 시민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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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연사랑 2009-02-13 10:54:13
따지자는게 아니고 전 개인적으로 강 먹어본거중에 조기매운탕이 최곤디 메뉴에서 빠져이시난예....물론 다른음식도 훌륭허지만 꼭좀 들르시민 드셔봅써...
59.***.***.93

혁이 아방 2009-02-13 10:28:45
맛있다고 알려진 곳을 소개하니까 음식맛은 다연히 좋을텐데 특히 강충민기자님 글솜씨가 장난아니게 맛갈나네요. 바로 옆에서 알려주는 것처럼 느낌이 납니다. 부럽습니다.
난 메일 한 번 보낼려고 해도 몇시간을 헤메는데... 담당기자하나는 제주의소리에서 잘 두신것 같습니다.
121.***.***.247

채연사랑 2009-02-13 10:18:19
신선한 당일바리 조기...얼큰시원 국물...자리젓 또는 갈치젓...술깨잰 약먹어도 안되고 아명 좋은거 먹어도 안되고..밥에 갈치젓 닥닥 몰앙 매운탕 고기,국물에 드셔봅서....진짜 제주도 말로 서운헙디다. 글쓰당 보난 또 생각남쪄
59.***.***.93

브르도끄 2009-02-13 10:05:41
거 봅서 처음 오픝헐때 제가 뭐얜 해수과 무지끈 된댄해수게 봅서만은예 올 상반기내로 덕승은 소문끝날꺼우다 이제 1등허는거만 남아수다 끝까지 초심잃지말앙 당일바리,푸짐함,no조미료,그리고 성헌이 어머니의 큰손,누님의 푸덕함....무지끈 됩니다
59.***.***.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