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 박사 경제보고서] 물류이야기 1

제주지역 휘발유가격은 비싼 순으로 전국 2위이다. 서울 다음으로 비싸다. 왜 비쌀까? 서울이야 땅값도 비싸고 수요가 많다보니 그런다 치고 제주지역은 왜 전국에서 두 번째로 비싼 것일까? 우리는 대충 물류비 때문일 것이라고 체념하며 산다. 이 먼 제주‘섬’까지 운반해 오다 보니 물류비가 더 들 것이고 이 물류비가 휘발유나 여타 상품가격에 반영되어서 그럴 것일 거라고 여긴다. 과연 그럴까? 혹 제주지역 물가가 높은 이유가 물류비 추가 부담 때문만이 아니라 복잡한 유통구조나 취약한 물류시스템에 기인하는 것은 아닐까?

기왕 물류 얘기가 나왔으니 제주지역 물류에 대해 이해 안 되는 몇 가지 사항들을 살펴보도록 하자.

1. 만일 제주지역 휘발유가격이 전국 평균보다 높은 이유가 해상 물류비 때문이라고 한다면(유통구조는 동일할 것으로 가정하고) 정유시설이 가까운 여수나 울산 등지의 휘발유 가격은 전국에서 가장 싸야 한다. 게다가 해상운수 보다 비싼 육상운수(공선율과 같은 변수를 감안하지 않고 단순 비교했을 때)로 운반하는 강원 내륙지역 휘발유 가격은 제주지역 보다 더 비싸야 수긍이 간다.

2. 휘발유와 가격과 달리 대형마트나 전국 체인 할인점은 제주에서 전국 동일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나, 전국체인 마트의 상품가격은 왜 전국 균일일까?

3. 왜 홈쇼핑이나 인터넷 판매에서 제주는 배송 불가 지역인가? 최근 강창일 의원이 “도서개발촉진법에 제주가 제외된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제주도가 어떻게 그 열악한 섬과 비교할 수 있느냐. 제주는 대한민국의 보물” 이라며 치켜 주었다는 데, 정작 홈쇼핑이나 인터넷 판매에서는 명색의 국제자유도시 제주가 도서 산간 벽지 취급을 받아야 하나?

4. 이입되는 상품들과 달리 감귤, 무, 마늘 등과 같은 제주산 농산물은 물류비에 따른 가격 차이를 보상 받고 있지 못하는 걸까? 제주산 농산물 물류비는 소비자에 전가시키지 못하고 자체 비용으로만 처리하여 수익 감소를 감수하고 있는 것인가?

5. 더 안타까운 것은 물류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다. 물류비는 고정불변의 원가개념이며 제주도 물가는 물류비 부담 때문에 당연히 비쌀 것으로 생각한다. 이러한 고정관념은 일종의 기대인플레이션을 유발하기도 한다. 즉 소비자 스스로 제주지역 물가는 물류비로 인해 비쌀 수밖에 없다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중간 공급자가 유통비용이나 추가 물류비 이상으로 상품가격을 인상해도 별다른 소비자 저항없이 은근 슬쩍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 경기지역 물류창고내 물류 자동화 시스템
이처럼 제주도민들은 생활물류, 기업물류 모든 면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물류가 제주도 물가와 기업의 경제활동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한 제주지역 경제가 외부 의존형이기 때문에 물류가 생활경제 및 산업생산, 소비자·생산자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더 더욱 크다.

물류란 물적유통(Physical Distribution)을 줄인 말로 생산자로부터 소비자까지의 물(物)의 흐름을 말한다. 구체적으로 보면 물류란 생산된 상품을 수송·하역·보관·포장하는 과정과 유통가공이나 수송 기초시설 등 물자유통 과정, 또한 통신 기초시설과 정보망 등 정보유통 개념도 모두 여기에 포함된다. 따라서 물류는 수송 기초시설, 통신 기초시설 등 국가기간 산업활동과 관련된 부분과 기업이 자체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수송, 보관, 하역, 포장, 유통, 가공, 정보기능을 총체적으로 나타내는 말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물류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기업 생산이나 판매 보조 역할 정도로 인식되다가 언제부터인가 기업경영은 물론 지역경제의 기반 핵심요소로 등장하고 있다. 최근 인천, 평택, 부산 등 각 지자체가 물류산업을 신성장 동력산업 혹은 핵심전략 산업화하여 물류선진화와 물류산업화에 주력하고 있는 실정이다.

▲ 제주하이테크산업진흥원이 운영하는 공동물류창고가 있는 평택항
물류란 ‘물(物)의 흐름’을 가리킨다. 경제 역시 ‘돈의 흐름’을 말한다. 피가 잘 돌아야 사람이 건강한 것처럼 돈이 막히지 않고 잘 돌아야 경제가 살아나며 물(物)이 잘 흘러야 물류체계가 선진화되고 물류산업도 활성화된다. 그런데 제주지역 생활물류나 기업물류 모두 시원하게 잘 돌아가고 있는 것 같지 않다.

제주하이테크연구원에서 조사 발표된 '제주지역 중소기업 물류비 실태조사“ 보고서에 의하면, 제주지역 중소기업들은 지정학적 조건과 열악한 제조업 여건으로 물류기반이 절대적으로 취약하며 과다한 물류비 부담, 물류 전문인력 부족, 물류 전산화 미비, 물류비 인식 및 인프라 부족, 계절별 불안정한 물동량 등 제주 물류시스템이 총체적 부실로 인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대한 개선방안으로 물류 단가 인하, 3자 물류(3PL) 도입, 물류 정보시스템 구축, 물류표준화, 물류공동화 등이 제시되고 있지만 현재의 취약한 상황을 한꺼번에 해결하기 어렵다. 또한 생활물류 차원에서도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다. 특히 제주도민의 물류에 대한 인식이 많이 부족하고 물류에 대한 전문 인력도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 진관훈
다행히 얼마 전부터 지자체와 기업, 전문가들이 제주지역 기업물류와 생활물류의 개선방안을 모색하고 나아가 물류산업 활성화에 대한 정책 발굴에 주력하고 있다. 또한 현재 한국교통연구원이 수립중인 ‘제주지역물류기본계획(안)’에서 생활물류 개선 및 기업물류 애로요인 개선책, 제주지역 물류 선진화방안, 물류산업 활성화 대책 등이 제시될 예정이다. 이 ‘제주지역물류기본계획(안)’이 수립되면 추진체계를 조직하고 예산을 확보하여 실천에 주력해야 하며 또한 물류에 대한 인식 개선과 물류 전문인력 양성 차원에서 물류정책위원회와 제주물류연구회의 활발한 활동도 요구된다. /진관훈 경제학 박사 <제주의소리>

<진관훈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